오백 년째 열다섯 3 - 두 개의 구슬 텍스트T 10
김혜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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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 평범한 인간 아이들과 자신을 비교하다 보면 가을은 한없이 저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가을에게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든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게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그것만 바라보다 보면 결국 자신을 미워하게 되는 날이 온다. 타인의 삶은 타인의 삶일 뿐이고 나는 내 삶을 살면 되는 거다. 언제부터인가 가을은 인간과 자신의 삶이 다름을 받아들였다.             p.43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단군 신화를 살짝 비틀어 여우에서 사람의 모습이 된 야호족과 범에서 사람이 된 호랑족이 공존하는 세상을 그리고 있는 K 판타지 <오백 년째 열다섯> 그 세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판타지적인 설정이 배경이지만, 주요 서사는 중학생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현실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이야기라 이번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대가 되었다. 


주인공 가을은 오백 년 전 열다섯 살에 최초의 야호인 령에게서 구슬을 받아 종야호가 되었기에, 영원한 삶을 살고 있다. 단, 열다섯 살이라는 나이에는 벗어날 수가 없다.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오백 년째 열다섯으로 살고 있는 가을은 직업을 가질 수도, 결혼을 할 수도, 부모가 될 수도 없다. 친구들은 어른이 되겠지만, 가을은 어른이 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 가을에게 전편에서 신우라는 남자 친구가 생겼고, 그로 인해 이번에 처음으로 고등학생이 되어 보기로 한다. 그 동안은 다른 세계의 일이라고 여겼던 나이를 먹는 다는 것부터 자신이 아직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삶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친구들과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가을은 이년 후 자신의 모습으로 1단계 둔갑을 한다. 키가 오 센티미터는 더 자라고, 그에 따라 골격도 조금씩 커진 모습으로 고등학생이 된 것이다. 그런데 처음 배우는 공부부터 처음 학교생활을 함께하는 고등학교 아이들까지 영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 오랜 잠에서 깨어나 보니 인간들 때문에 고통받는 동물들이 너무 많더구나. 오래오래 살기에 이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 않은 것 같아. 너는 구슬 얻은 걸 후회하니?"

"책으로 따지자면 계속 같은 부분을 반복해서 읽고 있는 것만 같아요. 저는 다음 내용이 궁금하거든요.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살아 보지 못한 삶에 대한 미련 때문에 그런 거래요. 마치 인간들이 긴 삶을 사는 우리를 부러워하는 것처럼요. 근 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p.157


중학교 시절에는 우등생이었던 가을은 고등학교 공부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고, 그 와중에 수백 년 동안 가족처럼 지냈던 휴로부터 예상치 못한 고백을 받게 된다. 삶이 점점 예측하지 못하는 상태로 흘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가을과 신우, 그리고 휴의 삼각 관계 로맨스도 이야기에 소소한 재미를 더해준다. 엄마의 결혼에 대한 고민과 범녀가 공격 받은 사건 해결, 야호의 구슬을 훔쳐 호랑족을 만든 최초의 호랑이자 범녀 이전의 호랑족 우두머리였던 도호가 나타났다는 소문까지 가을을 둘러싼 세계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한편, 가을은 자신에게 유독 다정한 담임 선생님이 또 다른 최초 구슬을 가진 웅족 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각별히 가까워진다. 진으로부터 최초의 구슬이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가을은, 너무도 그리운 령을 되살리기 위해 비밀리에 최초 구슬을 발현하는 방법은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최초 구슬에 얽힌 놀라운 비밀이 드디어 밝혀 지는데, 과연 두 개의 구슬을 하나로 모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시리즈는 오백 년 동안 열다섯 살로 살아온 여자아이라는 캐릭터 자체도 신선하고, ‘단군 신화’를 비롯해 ‘서동요’, ‘의좋은 형제’,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등 우리 신화와 옛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있어 독특한 매력도 있다. 가을은 열다섯 살의 나이에서 더 이상 자라지 않지만, 시리즈를 거듭해 가면서 점차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어른이 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뛰어넘어 매번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모습은 늘 다음번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어 준다. 이번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최초 구슬 완전체로 인해 구슬이 갖게 된 새로운 능력'에 대한 언급이 있어 네 번째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십 대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와 사랑을 받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 신화와 옛이야기에 뿌리를 둔 한국형 판타지’로서 청소년 문학의 독보적인 역사를 쓰고 있는 이 작품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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