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엑스 마키나 - 인류의 종말인가, 진화의 확장인가
베른트 클라이네궁크.슈테판 로렌츠 조르크너 지음, 박제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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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는 아마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다... 그러나 머스크가 자칭 트랜스휴머니스트라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째서 한 사람이 인공지능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화성 식민지화 계획을 세우며, 뇌와 컴퓨터 간의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있는 걸까? 기본 세계관을 알면 답은 간단하다. 머스크가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는 트랜스휴머니즘의 핵심 주제들이다. 다른 사람은 이 주제를 사색하지만 머스크는 실행한다. 그는 크랜스휴머니즘 의제를 구체적인 기업 정책으로 만들었다.           p.71~72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은 아이들의 친구로 인공지능 로봇이 생산되는 디스토피아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AI 제조기술과 유전공학이 발전해 사회가 이 과학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계급 시스템을 재구성한 근미래는 어쩌면 우리의 내일이 될지도 모른다. 미셸 우엘벡의 <어느 섬의 가능성>에는 인간 복제를 통한 영생을 제안하는 종교 단체가 등장하고 이들에 의해 복제된 주인공의 클론이 나온다. 우엘벡이나 이시구로는 트랜스휴머니즘이란 말을 대놓고 언급하지는 않지만, 두 작품 모두 트랜스휴머니즘을 심도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듯 공상과학 분야 외에도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해 관심을 갖는 예술 작품들이 많아진 이유는 이것이 곧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80세 안팎이지만, 한때 100세 시대라는 말로 미리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 유행처럼 있었을 정도로 오래 살고자 하는 욕망은 인류의 오랜 숙원이다. 그런데 10년이나 15년 더 사는 문제가 아니라, 기대 수명이 250년, 500년 이상 늘어날 수 있다면 어떨까. 바로 철학과 기술적 유토피아의 혼합인 트랜스휴머니즘이 바로 그것이다. '트랜스휴머니즘'은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첨단 과학기술 운동을 말한다. 이 책은 의사이자 항노화 전문가와 트랜스휴머니즘 철학자가 만나 현재 및 미래의 기회와 위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제목인 ‘호모 엑스 마키나(Homo ex Machina)’는 ‘기계가 된 인간’이란 뜻으로 나노 기술, 유전공학 기술, 마인드 업로딩 등으로 인간의 신체적 능력은 물론이고 정신적 능력까지 향상된 상태를 뜻한다. 그야말로 새로운 ‘진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그것이 현 인류의 ‘종말’을 뜻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과연 어느 쪽일까?

 

 

 

마인드 업로딩을 바라보는 이런 생각은, 인간의 성격을 디지털 매체로 옮기는 데 다양한 변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각 변형 단계에는 지적으로 상당히 문제가 많고 얼토당토않은 부분도 있다. 그런데도 이런 단계를 거쳐 초지능이 등장한다면, 이는 초지능의 개념뿐만 아니라 지능 폭발의 개념을 발전시킨 어빙이 이미 지적한 것처럼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이 될 것이다. 더불어 어빙은 초지능이란 주제를 훌륭하게 묘사한 영화 중 하나인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언급한다.             p.360

 

인간이 극복해야 하는 생물학적 한계가 있다면 그것은 80년 정도로 한정되는 인간의 수명일 것이다. 죽음이라는 인간의 숙명은 단연 트랜스휴머니스트의 가장 큰 적이기도 하다. 수명을 연장하려는 시도는 과거부터 어느 정도 진전이 있어왔고, 150년 만에 평균 기대 수명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렇게 평균 수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120세가 사실상 종착지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100세가 충분하지 않은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기대 수명을 250년 내지 500년, 심지어 1,000년까지 늘리기를 바란다. 그야말로 불멸을 향한 인간의 오랜 욕망을 구체적으로 현실화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건강하게 나이 들어야 하고, 유전자를 최적화해 생물학적 능력을 최적화하게 되고, 급기야 인간을 생물학적 신체로부터 완전히 분리하는 마인드 업로딩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허무맹랑한 공상과학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나의 시신을 냉동 보관하고 200~300년 후에 다시 깨어나게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이 2억이라면 과연 할 만할까? 죽고 부활하거나 영원히 사는 것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면,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다. 아이가 걸릴 수 있는 질병을 사전에 차단한다거나, 뇌의 어느 부분에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수학 능력을 높일 수 있다면 어떨까. 또는 아이의 유전자를 변형해 수명을 30년 늘릴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나의 시신을 냉동 보존하고, 내 아이의 유전자를 진단해 편집하는 등 복잡하고 논란이 많은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매우 놀라우면서도 흥미로웠다. 아직은 너무 먼 미래의 일인 것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이런 이야기들이 실제로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과학기술이라니 말이다. 나노봇이 혈관을 돌아다니며 몸 속에 숨어 있는 바이러스를 감시하고 암세포를 추적하며, 개인의 기억이나 정보가 클라우드에 업로드되어 다른 사람이나 기기와 융합할 수 있는 그런 일들이 머지않았다. 그런데 이런 기술로 최적화된 인간은, 기계 장치로 몸과 마음이 대체된 인간은 인류의 종말일까, 인류 진화의 확장인 것일까, 여전히 의문이다. 나노공학, 유전자 조작, 인공 기술을 기반으로 한 트랜스휴머니즘이 가져올 미래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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