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의 일생 - 오늘이 소중한 이야기 (양장본), 2024년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단편상 수상작 오늘을 산다 1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새의노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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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인생론과 행복론이 담긴 두 권의 책이 '오늘을 산다' 시리즈로 함께 출간되었다. <누구나의 일생>은 30대 일러스트레이터 쓰유쿠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 <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는 40대 싱글 직장인 히토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라 따로 읽어도 상관없지만, 같은 판형으로 디자인되어 함께 읽으면 더 특별할 것 같다. 두 권 중에 먼저 만난 것은 <누구나의 일생>이다.

 

쓰유쿠사 나쓰코는 엄마가 돌아가신 뒤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언니는 결혼해서 따로 가정을 꾸리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두 사람만 한 집에 살고 있다. 도넛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에 돌아와 '화과자 가게의 하루코'라는 만화를 그린다. 주로 그날 도넛 가게에서 있었던 일이라든가, 아빠와의 대화, 길을 걷다 마주한 풍경 속에서 힌트를 얻어 그리는 일상 만화이다. 시간적 배경은 ‘코로나 시기’로, 만 2년 동안이나 지겹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던 시절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어쩌고 하면서 팬데믹이 장기화되던 시점, 대체 이놈의 코로나가 끝이 나긴 할지 슬슬 짜증나기 시작하던 그 시기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왔던 많은 일상들이 대부분 사라져버렸고, 도시의 모든 것들이 바뀌었으며, 그 혼란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달라진 일상을 받아들여야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출을 하지 못하거나 타인과의 교류가 줄어든 사람들이 답답함과 우울함을 느끼며 코로나 블루를 호소했던 것도 어느새 꽤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이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것도 어느샌가 끝이 나 버린다. 우리의 일상도, 우리의 삶도 그렇다.

 

 

늘 반복되는 일상이 허무한 날이 있는가 하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날도 있을 것이다. 마스다 미리는 보통의 매일이 지금처럼 계속 이어지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가이다.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일상들 속에 따뜻함도, 뭉클함도, 서글픔도, 쓸쓸함도 다 포함되어 있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보니, 이제는 안다. 아주 오래 마음에 남아있게 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아주 보통의 어떤 날이라는 것을. 그저 스쳐 지나갔던 일상의 수많은 날들 중에 어느 한 순간이 오래 잊히지 않고, 기억 속에 남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한해, 한해 나이를 먹을 수록 조금씩 더 좋아지는 것이 바로 마스다 미리의 작품이다.

 

극중 쓰유쿠사의 아빠가 한 말처럼 인생은 제비뽑기 같은 구석이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다면 당첨인 거지만, 아마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살아가는 이유를 모른다는 것보다 죽는 이유를 모른다는 것이 더 분하고 허무하고 슬프다고, 쓰유쿠사는 자신의 일기에 쓴다.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 산다는 건 가만 생각해보면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 복선이라도 된 듯, 그녀의 일생은 어느 순간 막이 내리고 말지만 남겨진 이들은 그녀와의 추억으로, 그녀가 남긴 만화 작품을 통해서 기억한다. 그러고 보면 여전히 누군가에게 기억될 수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이야말로, 정말 행복한 일생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기대도, 절망도 없이 그저 오늘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각자의 매일매일이 쌓여 자신만의 일생을 완성시켜나간다.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건, 평생 죽을 때까지 자기만의 것'이라는 대사가 이상하게 위안이 되는 그런 작품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세계에서,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나만의 삶,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한 일생을 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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