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기원 - 우주의 탄생부터 인류의 미래까지 이광형 총장이 안내하는 지적 대여정
이광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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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는 인간의 자유의지로 만들어졌을까, 아니면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아 그것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을까? 나는 후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는 자연환경의 지배를 받고, 세부적 부분은 인간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생명체는 지구상에 태어난 후 약 40억 년 동안 수많은 변화를 거쳐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 많은 생명체 중 하나가 인간이다. 바다에서 태어난 지구 생명체는 육지에 올라온 후 5억 년 동안 다섯 차례의 대멸종을 맞았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 기인한 대재앙이었다.            p.21~22


<우리는 모두 각자의 별에서 빛난다>로 만났던 KAIST 이광형 총장의 신작이다. 수십 년간 미래를 연구해온 그는 미래에 대한 해답을 오늘의 인류를 있게 한 빅히스토리에서 찾았다. 역사의 인과관계를 보면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를 찾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다가올 미래를 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550페이지를 넘는 두툼한 이 책은 우주와 인간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서 이광형 총장이 5년간 집필한 것이다. 남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미개척지에 길을 내는 선각자로 살아온 이력처럼 미래 전략가로서의 삶을 살아왔기에 미래에 대한 보다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을 만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나는 어디서 왔고, 어떤 존재인가? 인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졌고,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가는 과정은 인간의 뇌가 어떻게 사고하고 움직이는지 탐구하는 데서 시작된다. 인간의 정신을 이해하려면, 뇌 속 물질의 변화에 대해 이해해야 하고, 결국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와 전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들 원소는 별에서 만들어졌으며, 별은 빅뱅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인간에 대한 답일 찾기 위한 여정을 우주에서 시작한다. 우주의 기원에서 시작해 물질이 생성되고, 은하가 탄생하고, 태양과 지구가 탄생해 생명체가 출현하게 된다. 대륙이 형성되고 어류에서 양서류, 파충류로 진화하며 공룡이 출현하고 대멸종을 겪으며 포유류와 영장류가 등장하게 된다. 그렇게 호모사피엔스의 진화로 시작해 고대문명이 만들어 지고, 인간의 뇌와 의식, 문명과 사상, 근대사회의 혁명을 거쳐 각종 과학기술로 인해 도래한 싱귤래리티 시대, AI 시대를 지나 또 다른 행성을 찾아가는 미래로 향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우주의 탄생부터 생명체의 출현, 인류의 진화를 거쳐서 현대문명까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장구한 우주의 인간의 역사 속에서 배울 점은,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정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는 팽창하고 천체의 모든 물체는 회전하고 있다. 남세균에서 출발한 생명체는 환경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며 오늘날의 우리로 진화했다. 인간의 세계관과 가치관도 계속 변하고 있으며 신기술 역시 예측할 수 없으리만큼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             p.496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역사학이 곧 미래학'이라고 말했다. 역사 전개의 본질적인 원리를 파악하면 다가올 미래도 상당 부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이다. 오랜 시간 미래를 연구하고 예측해온 저자는 지금의 인류를 있게 한 역사의 인과를 찾고자 수많은 책들을 탐독해 왔다. 수천, 수만, 수억 년의 긴 시간을 살펴본 이유가 모두 미래를 제대로 보기 위해 시작한 여정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류학자가 아니라 과학자의 시선으로 역사를 살펴보는 이 책은 여타의 미래 예측서들에 비해 상당히 깊이 있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미래상을 보여준다. 물론 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백 페이지의 시간을 견뎌내야 하지만,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는 줄기세포 기술, 유전자 편집 기술, 인공지능 기술 등 인간의 사상과 윤리, 나아가 '인간됨'의 의미까지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신기술의 발달에 직면해 있다. 과거 역사에서 그랬듯이 새로운 도구의 출현은 삶의 환경을 변화시킬 것이다. 인간이 21세기 새로운 도구를 어떻게 이용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지금부터 100~200년 후 지구상에 살고 있을 인류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이 지금과는 크게 달라져 있을 거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렇게 이 책을 통해 138억 년의 장구한 우주의 시간, 46억 년의 긴긴 지구의 시간, 600만 년의 인류의 시간, 그리고 20만 년의 호모사피엔스의 시간을 모두 살펴 보았다. 그야말로 스펙트럼이 엄청나게 넓고, 방대한 분량의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사실이 새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술 너무 잘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각 장마다 주요 내용들을 요약해 두었고, 참고 사진들도 컬러로 눈에 쏙 들어오게 배치되어 있다. 우주와 인간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각각 다루어도 책 한 권 분량일 텐데, 이 모든 것을 단 한 권으로 꿰뚫고 있으니 550페이지라는 분량이 결코 많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만난 과학교양서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고 유익한 정보를 많이 담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예측을 다루고 있는 그 어떤 책에서도 만날 수 없는 통찰력과 놀라운 지적 대여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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