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
수잔 시마드 지음, 김다히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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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우리랑 비슷하다고? 그리고 나무가 선생님이라고?" 나는 물어보았다. 진은 어떻게 이런 것들을 알게 된 것일까?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코스트 세일리시 사람들은 나무들이 공생 본능에 대해서도 가르쳐 준다고 해. 숲 바닥 아래에 나무들의 연대와 강인함을 지켜 주는 진균이 있다고."

얼마나 놀랐는지는 나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진균에 대해 추측했던 바가 이미 자연계와의 인연이 깊은 선주민들 안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보다 더 마법 같은 생일 선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p.118


삼림 생태 학자인 수잔 시마드는 2005년, 다가올 300년 동안의 어머니 나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는 900킬로미터에 걸친 기후 구배를 포괄하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9개 기후 지역에서 어머니 나무를 모두 절단하는 대신 보전하면 탄소 저장량, 생물 다양성, 삼림 재생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보려는 연구이다. 이 프로젝트는 숲의 구조와 기능을 조사하는데, 관계의 망이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계망이 벌채 방식, 보존하는 어머니 나무 수, 수종이 다양한 방식으로 섞인 조림지 환경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머니 나무를 많이 보존할수록 숲 바닥의 취약성이 지켜질 뿐만 아니라 지상과 지하의 탄소 저장고도 보호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머니 나무'란 무엇을 말할까.


이 책에 의하면, 나이든 나무는 어떤 묘목이 자신의 친족인지 아닌지 구별할 줄 안다. 그래서 오래된 나무들은 어린 나무들을 양육하고, 음식과 물을 준다. 마치 인간이 아이들을 기르는 것처럼 말이다. 숲속에서 늙은 나무와 젊은 나무가 화학적 신호를 내보내며 서로를 인지하고, 소통하고, 반응한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나무들은 인간의 신경 전달 물질과 똑같은 화학 물질을 사용하고, 이온이 연쇄적으로 진균의 막을 통과해 만들어 내는 신호를 통해서 서로 이어져 있다. 오래된 나무들이 자식 나무들을 엄마처럼 보살피고 있다는 점에서 '어머니 나무'라는 표현이 만들어 진 것이다. 





내게는 나무가 엄마 노릇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래된 나무들이 어린 나무들을 돌보는 만큼. 맞다, 바로 그거다. 어머니 나무들. 어머니 나무들은 숲을 연결한다. 이 어머니 나무는 주변에 자리한 모종과 묘목의 중심 허브였고, 다양한 진균 종에서 뻗어 나온 갖가지 색과 무게의 실이 나무들을 겹겹이 튼튼하고 복잡한 망으로 연결했다. 나는 연필과 공책을 꺼내 지도를 만들었다. 어머니 나무, 묘목, 모종. 나무들 사이에 선을 그려 보았다. 그림에서 신경 연결망 같은 모양이 떠올랐다. 우리 뇌의 뉴런들처럼 일부 노드가 다른 노드보다 더 많이 연결되어 있었다. 이럴 수가.           p.382~383


어린 시절에 읽었던 <아낌 없이 주는 나무>라는 작품을 참 좋아한다.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어도 여전히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나무는 사랑하는 소년에게 그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 주며 행복해하다, 더 이상 줄 게 없을 만큼 세월이 지난 뒤 자신의 나무 밑동울 내어 주며 쉴 수 있게 해준다는 내용이다. 실제 역사를 돌이켜보더라도 나무는 인간과 늘 공존해왔고,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제공해왔다. 인류 문화사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무와 숲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아낌없이 베풀어 왔다. 이번에 수잔 시마드의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나무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나무는 기적에 가까운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만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만들어내고, 이를 뿌리에서 잎사귀까지 자유자재로 이동시킨다. 가시를 돋우고 나무껍질을 벗겨내어 천적에 대항하기도 하고, 뿌리에 공생하는 균을 통해 동료 나무들에게 비상경보를 울리기도 한다. 인간이 월드 와이드 웹이라는 인터넷망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듯이 나무들은 뿌리와 진균 등의 균사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탄소를 주고받으며 서로 속삭인다. 저자는 이러한 나무들의 네트워크를 "우드 와이드 웹(The Wood-Wide-Web)"이라고 부른다. 인류가 1989년 월드 와이드 웹을 만들기 수억 년 전부터 나무들은 자신들만의 WWW(우드 와이드 웹)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고 생각하면 새삼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저자인 수잔 시마드는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을 관찰하고, 꾸준한 실험을 통해 나무의 비밀들을 밝혀 왔다. 연구와 결혼 생활을 어렵게 병행해 가다가 유방암과 투병하기도 했던 평범한 한 여성의 삶과 과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더욱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게다가 수잔 시마드의 연구는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영혼의 나무’의 핵심적 모티프가 되었다고 하니,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면 이 책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지구의 또 다른 지적 생명체인 '나무'에 대한 놀라운 비밀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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