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상인가 - 평균에 대한 집착이 낳은 오류와 차별들
사라 채니 지음, 이혜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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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접어들면서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를 비롯한 다른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은 인간의 감정을 측정하려고 시도했다. 이들은 감정을 느끼는 수위가 어느 정도여야 정상인지, 그리고 그 수위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의문시하기 시작했다. 만약 누군가가 지나치게 많이 느낀다면 그건 무엇을 의미할까? 너무 적게 느낀다면 걱정해야 하는 걸까? 우리가 반드시 느껴야만 하는, 아니면 반드시 느끼면 안 되는 특별한 감정들이 있을까? ... 감정을 판단하는 기준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정상적인 신체나 정신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p.206

 

Am I Normal? 나는 정상일까? 내 체형이나 신체 사이즈는 정상일까? 혈압은 정상인가? 표면상으로는 아주 간단한 것처럼 보이는 이 질문은 내가 다른 사람과 비슷한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정상인지 아닌지를 자문할때 왜 우리는 남들과 비슷한지, 내가 사회적으로 평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일까. '평균'이 정상이라는 오해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이 책은 정상성이란 개념 뒤에 숨은 차별과 억압의 역사를 밝히며,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우리의 기존 관념을 무너뜨린다.

 

우리는 항상 주변 사람에 비춰 자신을 평가하거나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난해 오곤 했다. 하지만 정상성이라는 개념이 광범위하게 뿌리 내리기 시작한 것은 겨우 200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리 끊임없이 내가 정상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일까. 이러한 정상을 결정하는 것은 과연 누구일까. 저자인 사라 채니는 '정상성'을 둘러싼 역사적 맥락과 통계적 연구를 토대로 우리의 몸과 마음, 성생활, 감정, 그리고 아이들과 사회는 정상인지 심도 있는 고찰을 보여준다. 사회의 표준을 벗어나거나, 기준을 해치는 것들을 정상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없으며, 정상이라는 무기로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오늘 정상이던 것이 내일은 더 이상 정상이 아닐 수 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개인에게는 병적인 것이 사회에는 정상적일 수 있다." 에밀 뒤르켐은 이렇게 숙고했다. 은밀하게 숨어 있는 '정상성'을 찾아낼 수 있을 때만이 우리는 현상 유지를 위해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는지 알 수 있다. 서구 산업 사회의 정상성이 구성되는 방식은 개인의 정상성이 구성되는 방식과 같다. 즉 정상성은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 그것도 '일부'가 아닌 '대부분'이 마주하는 현실과 상충한다.         p.319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자신을 '정상'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을까? 대략 1820년 전까지만 해도 정상이란 말은 수학에서 각도와 방정식, 공식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였다. 선과 연산은 정상이지만 자신이나 상대방을 묘사하기 위해 정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말이다. 이후로 '노멀 스쿨', '노멀 시' 라는 이름이 쓰이면서 은근슬쩍 노멀이라는 단어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가 되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케틀러가 통계 분석을 근거로 '평균인'이라는 개념을 고안해 냈고, 그의 '평균인'은 최초의 '정상적' 인간이 된다. 그렇다면 정상이 평균을 의미한다면, 정상의 반대는 무엇일까? 의학 용어에서 정상의 반대는 병리적 상태이다. 이후 골턴의 유전생물학에서 우생학 이론 등이 '정상성'이라는 개념을 점점 더 확립시켜 나간다. 그리하여 오늘날까지 서구 사회를 뒷받침하는 이상적인 정상성 개념은 신체에 결코 장애가 없는 중산층의 백인 남성이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서구 사회는 식민주의와 인종차별, 성차별을 옹호해왔고, 지금은 ‘위어드(WEIRD)한 사람’을 기준으로 나머지를 평가한다. ‘평균’에 대한 집착이 데이터를 조작해 오류를 낳았고, 잘못된 모집단 설정은 잘못된 대표성을 낳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관점과 배경이 다 다르고, 정상이라는 개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조차 확실히 알지 못한다. 우리가 살면서 하게 되는 경험이라는 것도 사실은 정상성을 두고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온 기대에 따라 구성된다. 이러한 기대들이 우리의 일상과 사회 제도 속에 깊이 새겨져 있으며, 우리가 '정상'에 부합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늘 정상이던 것이 내일은 더 이상 정상이 아닐 수 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정상인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상이란 관념 자체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는 획일화되고 고착화된 기준에서 벗어나, 각자의 다른 모습 그대로 수용하며 다 함께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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