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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기 전에
김진화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7월
평점 :
어디든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당장이라도 물에 뛰어 들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하는 푸르른 바다 빛깔 때문에 책을 펼치기도 전부터 시원한 기분이 드는 그림책을 만났다.
여름이 오기 전에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하필 아빠는 앞니가 부러지는 바람에 여행을 함께 하지 못하게 되었다. 엄마와 나, 그리고 길쭉이 셋만의 여행이다. 서둘러 호텔에 짐을 풀어 놓고 커다란 야자수 나무와 바다가 반겨주는 곳으로 달려간다. 꼭 사이다 속으로 빠지는 것 같은 기분으로 다이빙을 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백 번은 한 것 같다. 하지만 물에 젖을 까봐 방에 두고 온 길쭉이가 자꾸 생각이 나서 서둘러 호텔로 돌아온다. 그런데 길쭉이가 사라졌다. 침대에서, 금고에도, 가방에도 없는 길쭉이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여행이 끝날 때까지 길쭉이를 찾지 못해 걱정인 나와 그런 아이를 찾아 다니는 길쭉이의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는 이 사랑스러운 그림책은 누구나 거쳐 온 유년의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어 준다.
애착 인형처럼 어린 시절에는 언제나 함께했던 무언가가 있게 마련이다. 장난감일수도 있고, 인형일수도 있고, 반려동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좋아하는 물건들은 꼭 한번씩 잃어 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이 작품 속에서 길쭉이가 사라진 것도,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가끔 잃어 버렸던 길쭉이지만, 이번에는 정말 이상한 것이 눈물이 날 것만 같다고 아이는 생각한다. 과연 아이는 길쭉이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될까?
이 그림책은 부드럽게 번지는 질감과 투명한 색채들로 전부 다른 여름의 물빛을 보여주며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여행을 떠나는 순간의 설레임과 낯선 장소에서 만나게 되는 풍경들, 언제봐도 너무 좋은 바다와 하늘까지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페이지 마다 가득하다.
20년 가까이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려온 김진화 작가가 글과 그림을 모두 창작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그림책 작가로서의 모습도 더 많이 보여주기를 기대하고픈, 너무도 사랑스럽고 예쁜 작품이었다.
누구나 잊지 못할 여행의 순간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길을 못 찾아서 한참을 헤매거나,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로 비에 쫄딱 젖거나, 여행지에서 중요한 물건을 잃어 버리거나, 무거운 짐을 낑낑거리고 끌고 오느라 고생했던 기억 등 당시에는 짜증나고 힘들었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으로 남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반짝이던 그 여행의 시간들을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다.
아이는 여러번 잃어 버리고 다시 찾았던 길쭉이와 보냈던 시간이 많다. 길쭉이랑 같이 있으면 아무것도 겁나지 않았다고 생각할 만큼 의지했던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아이도 언젠가 자라서 어른이 될테고, 바쁜 일상에 치여서 길쭉이의 소중함을 잊어 버리고 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년기를 다시 떠올릴 때마다 그 시간 속에 길쭉이가 있을 것이고, 길쭉이를 잃어 버렸던 여행의 풍경들이 기억날 것이다. 그 반짝이는 시간들이 다시 매일을 살아가게 해주는 힘이 되어줄 테고 말이다. 이 그림책을 통해 나의 지난 시간들을 뭉클하게 해 주는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