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공룡시대에 산다 - 가장 거대하고 매혹적인 진화와 멸종의 역사 서가명강 시리즈 31
이융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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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우리가 고생물학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주된 원인이 나는 화석의 다양한 실용적인 가치를 넘어 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아이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공룡과 사랑에 빠지는 이유와 같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살아 있는 생물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멸종한 생물을 찾아 그 생물의 흔적을 되살려내고, 우리 인간이 지구에 출현하기 전, 먼 과거의 지구 생태계에 어떤 구성원이 살고 있었는지를 되짚어내는 일이란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p.74~75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 서른 한 번째 책이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서울대 교수진들은 2017년 여름부터 ‘서가명강’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다른 주제의 강의를 펼쳤으며, 이 배움의 현장을 책으로 옮긴 것이 바로 서가명강 시리즈이다. 법의학에 대해 이야기했던 유성호 교수의 서가명강 시리즈 첫 번째 책을 읽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서른 한 번째 책이라니 새삼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당시만 해도 서울대 학생들이 듣는 인기 강의를 일반인들도 듣고 배울 수 있다는 것으로도 궁금증을 유발시켰던 부분이 있는데, 이제는 교양 인문서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이번 책은 국내 최고의 고생물학자이자 우리나라 1호 공룡 박사, 이융남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33년간의 연구를 총망라해 집필했다. 특히나 세계 고생물학계를 뜨겁게 달군 과학적 발견과 최신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실었기 때문에 흥미로운 정보들이 가득하다. 이융남 교수는 한반도 최초의 뿔공룡 코리아케라톱스와 반수생 샌종 공룡 나토베나토르를 발굴해 세상에 알렸다. 그리고 고생물학계 난제였던 데이노케이루스의 정체를 밝히는 데도 공헌을 인정받았고, 공룡과 고생물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덕분에 이 책에서 우리는 그 어떤 공룡 책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한반도에서 발견된 공룡과 화석에 대한 정보들을 만날 수 있다. 후반부에 수록된 주요 자료 항목에 보면 우리나라의 척추동물 화석 분포도가 지도 위에 시대별로 색깔을 구분해 아주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공룡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물론, 공룡에 관심이 많았던 성인들 모두에게 생생하고도 현실적인 정보가 되어줄 것이다.

 

 

 

날지 못하는 공룡들은 백악기 말 멸종했지만 새로 진화한 공룡들은 백악기 말 대멸종에서 살아남아 오늘날 우리와 함께 번성하고 있다. 이 의미는 아직 공룡시대가 끝나지 않았으며 우리 인류는 공룡과 함께 공존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백악기 말에 새로 진화하지 못한 육상 공룡들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지금 인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조상인 포유류는 신생대가 들어와서도 계속 공룡의 그늘 속에서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p.276

 

공룡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쥬라기 공원>을 비롯해서 공룡을 소재로 한 영상물들이 인기를 끌면서 굉장히 대중화된 생명체이기도 하다. 그리고 공룡은 고생물학에서도 특히 척추동물 화석의 가장 주요한 소재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공룡은 2억 3,000만 년 전 중생대 후기 트라이아스기에 출현해 백악기 말까지 1억 6,000만 년이나 육상 생태계를 지배했다. 지난 30년간 새롭고 다양한 공룡 화석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며, 공룡 연구는 르네상스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공룡에 관련된 책들은 대다수가 유아용 그림책으로 채워져 있는 것이 현실이고, 청소년들이나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는 교양서적으로서 공룡 책은 극히 드문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가명강 시리즈에서 공룡과 고생물학이 등장해서 굉장히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이 책은 화석에 기반한 연구를 수행하는 고생물학이 어떤 학문인지를 설명하고, 한국에서 발견된 화석과 지질 역사에 대해서 살펴본 뒤, 공룡 탐사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생생한 현장 체험을 통해 알려주며, 마지막으로 우리가 진화적 의미에서 공룡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수집된 증거를 통해 입증한다. 누구나 그 길고 어려운 공룡 이름을 줄줄 외우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어른이 되어 바쁜 일상에 치여 살다 보니 공룡은 잊어 버리고,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졌었다. 이 책을 통해 잊고 있었던 고생물학에 대한 관심과 공룡에 관한 새로운 뉴스들을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가운 시간이었다. 공룡과 함께 떠나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 그리고 공룡으로부터 발견하는 진화의 모든 것, 한반도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대한민국 1호 공룡 박사와 함께 하는 진화와 멸종, 그리고 한반도 빅 히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본 리뷰는 21세기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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