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 -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
스콧 허쇼비츠 지음, 안진이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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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은 권리와 의무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실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항상 자기 권리만 내세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남들이 자기 물건에 손대지 못하게 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해도, 적어도 가끔은 자기 것을 나눠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친절과 배려다. 아이들이 친절과 배려라는 덕목을 획득하면 권리의 중요성은 감소한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을 키울 때는 여러 형태의 도덕성 교육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가 권리에 관한 질문으로 여정을 시작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p.72

 

미시간 대학교에서 법학 및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스콧 허쇼비츠에게는 렉스와 행크라는 두 아이가 있다. 아이들은 만 세살 때쯤 철학적 의미가 담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은 그게 철학인 줄 몰랐지만 말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엉뚱하지만 매우 진지한 철학적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허쇼비츠는 자신이 가르치는 법철학 수업에서 종종 그 일화를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강의를 진행했다. 어떤 의미에서 아이들은 어른보다 나은 철학자이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철학을 하게 되면 철학은 세상에서 제일 쉽고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아이가 던지는 질문들과 아빠와의 대화에서 비롯된다.

 

아이들은 종종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어른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참신성과 독창성'을 발휘한다. 사물의 이치를 파악하기 원하는 아이들은 '왜' 라는 질문을 달고 사는데, 덕분에 아이들은 어른보다 나은 철학자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리석게 보일 것을 걱정하지 않고, '진지한 사람들은 그런 질문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책에서 보여주는 스콧 허쇼비츠의 두 아이의 대화들은 권리와 복수, 처벌, 권위, 젠더, 인종 등 묵직한 주제들을 탐색하고 있지만 엉뚱하고, 유쾌하고, 재미있다. 현대 철학에서 가장 유명한 수수께끼의 하나인 전차 문제와 아이가 탄산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권리가 함께 다루어지고, 아이들의 다툼에서 비롯된 처벌로 시작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복수의 개념으로 연결된다. 아이는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지고, 아빠는 문제의 새로운 측면을 바라보기 위해 밑바닥부터 다시 생각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아이가 대답하기 난감한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수록 그 과정은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애초에 물리학 법칙들은 왜 존재하는가? 아무것도 없으면 왜 안되는가? 이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거창한 질문이 아닌가 한다. 어쩌면 세상의 존재를 설명할 길은 없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그냥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내가 틀렸고 신이 수수께끼의 열쇠일지도 모른다. 나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 정도로 강한 주장에 책임을 질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의심한다. 그리고 나의 의심을 의심한다. 그건 철학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습관이다. 그리고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길러주려고 노력하는 습관이다.              p.488

 

집을 나서려고 하는데 아이가 신발을 신지 않으려고 한다고 생각해 보자. 사실 그런 일은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럴 때 아이가 떼를 쓰며 왜 신발을 신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부모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발을 보호해야 하니까, 발에 더러운 것이 묻으니까, 어디를 가든 신발을 신는 것이 사회적 예의니까,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냥 시키면 해, 혹은 내가 하라면 해, 라는 식으로 대답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허쇼비츠는 여기서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아이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했을까? 라고 말이다. 대개의 경우 '권위'는 일방적이지만, 이렇게 권위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면 그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허쇼비츠는 철학적 질문이 결국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좋은 삶을 이끄는 '생각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크로스의 600P 클럽으로 스콧 허쇼비츠의 <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을 3주에 걸쳐 차곡차곡 읽었다. 600P 클럽으로 책을 읽게 되면 '리딩 가이드'를 통해 매일 읽을 분량을 체크할 수 있고, 각 챕터별로 흥미로운 미션들도 있어 더욱 깊이 있게 책을 만날 수 있다. '만약 부모가 규칙을 엉터리로 만든다면, 아이들은 부모의 권위를 거부해도 될까요?'라든가, '무한한 우주에서 우리의 존재가 대단하지 않다는 자각과 우리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요?'라는 식의 미션 질문을 통해서 책의 여러 측면들을 더 다채롭게 이해하고, 사유할 수 있어서 특히 더 좋았다.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을 따지자면 이미 너무 많지만, 제일 멋진 건 누구라도 철학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철학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무거운 문제들도 유쾌하고 재치있게 풀어내고 있는 책이니 말이다. 이 책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바라보지 않도록 만들어 주고, 타인이 보는 세상은 내가 보는 세상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일상의 가장 평범한 것들의 표면 아래 숨겨진 신비와 불가사의를 보여준다. 그리하여 철학이 얼마나 쉽고 재미있는 것인지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허쇼비츠가 서두에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른의 감수성을 잠시 내려놓고, 이 책을 읽어 보자. 세상에서 가장 웃기고 재미있는 철학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에서 느끼는 경이를 다시 느껴보고,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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