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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프럼 더 우즈 ㅣ 보이 프럼 더 우즈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5월
평점 :
이제 그들은 벼랑 끝에 서있었다. 인류 역사상 무수한 남자가 여기서 미끄러져 피비린내 나는 폭력 속으로 추락했다. 와일드는 그들이 정말로 싸우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르는 일이다. 원래 벼랑 끝에선 까딱 잘못하면 떨어진다. 모든 변수를 고려해서 세운 계획도 틀어지기 마련이다. 인간은 악할 수도 있고, 선할 수도 있다. 그건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인간은 자신의 행동이 초래한 결과를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p.110~111
초등학교 때만 해도 나오미 파인은 행복한 아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심하게 아팠던 날 수업 시간에 교실에서 토한 뒤로, 나오미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전형적인 왕따가 된 나오미는 어딘가 만만해 보여서 괴롭혀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선생님들 역시 모두 알고 있었지만, 딱히 그녀를 보호하려고 하지 않았다. 모두들 괴롭힘에 무뎌져서 잘 알아차리지도 못하던 어느 날, 그저 견디기만 하던 나오미가 사라진다.
나오미와 같은 반인 매슈는 예전에 한 번 아이들이 나오미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나선 적이 있지만 끝이 좋지 않았다. 그 뒤로는 그저 바라볼 뿐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늘 나오미를 지켜봤다. 매일 저 고통을 어떻게 감당할까, 저러고 어떻게 살까 생각했지만 도와주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나오미가 사라져버렸고, 나오미를 뮈애 무언가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할머니 헤스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헤스터는 변호사이자 방송국의 법률 자문이었고, 자신만의 코너도 방송하는 유명인이었다. 자랄수록 죽은 아들을 닮아가는 손자를 위해 헤스터는 와일드를 찾아간다. 와일드는 죽은 아들의 단짝이자 아들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기도 했다. 그리고 와일드는 30여 년 전 숲에서 발견된 야생 소년이었고, 헤스터는 어린 시절 그를 돌봐주었던 인연이 있다.
이제야 앞뒤가 맞아떨어졌다. 헤스터는 자신을 낙천주의자라고도 회의주의자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이 관계가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간밤에 그녀가 오렌과 함께 들어가 있었던 행복한 거품은 너무 약해서 터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그 비극적인 밤에 오렌은 그 현장에 있었다. 좋든 싫든 오렌은 헤스터 인생의 최악의 순간과 얽혀있었다. 그 사실을 바꾸는 건 불가능했다. p.384
이 작품은 '숲에서 버려진 야생 소년 발견'이라는 34년 전 신문 기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발견 당시 여섯 살에서 여덟 살 사이로 추정되었던 소년은 자신이 언제부터 숲에서 살았는지, 어쩌다 그곳에서 혼자 살게 되었는지, 부모나 다른 어른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물론 어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소년은 스타 변호사 헤스터와 훌륭한 위탁 가정의 돌봄 아래서 잘 자라 어른이 되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년은 와일드라는 별명으로 불리다 그게 이름이 되었고, 무엇이든 다 잘하는 천재였지만 어디서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육군 사관학교 졸업 후 특수 부대에 복무했고, 탐정 일도 잠깐 했지만 결국 '정상적인' 사회에 동화되려고 노력하는 시늉마저 그만둔다. 그리고 자신만의 요새를 지어 숲에서 혼자 지내고 있었다. 헤스터 가족과는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며 왕래가 있었고, 매슈의 대부이기도 했다. 그래서 와일드는 매슈를 위해 나오미의 행방을 찾기 시작한다.
나오미와 단둘이 살고 있는 양아버지는 전혀 협조적이지 않고, 매슈도 뭔가를 숨기는 눈치에다, 괴롭힘을 주도한 부잣집 아들 크래시 메이너드도 수상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나오미의 실종은 자작극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나오미는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후 나오미의 학교생활은 열 배 더 힘든 지옥이 되었고, 일주일 뒤 그녀는 다시 사라진다. 다들 나오미가 가출했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나흘 뒤, 절단된 손가락 하나가 발견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바로 이제부터 시작된다. 10대 소녀의 실종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야기는 나라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는 비밀을 가진 어른들의 문제로 번지고 할런 코벤 특유의 거듭되는 반전과 속도감있는 전개로 끝을 향해 달려간다.
이 작품은 할런 코벤의 새로운 시리즈 신작이다. 할런 코벤은 시리즈보다는 스탠드 얼론 작품이 더 많은 작가인데, '마이런 볼리타'시리즈 외에 아주 오랜만에 '와일드'라는 캐릭터로 <The Boy from the Woods>와 <The Match>라는 두 작품을 썼다. '보이 프럼 더 우즈'의 후속작도 곧 국내에 출간될 예정이다. 후속작에서는 와일드가 궁금해했던 그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할런 코벤표 롤러코스터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