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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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이를 악물고 산다.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채찍질하고, 남들보다 앞서나가려 조바심을 낸다. 기왕이면 나에게 이익이 되었으면 싶고, 좋은 소리를 듣고 싶은 욕심도 난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일과 휴식에 열을 올린다. 일정이 비기라도 하면 슬금슬금 불안이 밀려 온다. 이렇게 살면 숨도 찰 테니 힘을 조금 빼고 별것 아닌 모습으로 살면 얼마나 좋은가. 물론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사람은 있는 힘껏 힘 주기는 잘해도 의외로 힘을 빼는 데엔 서투니까.        p.36~37

 

겉보기에는 행복해 보이는데 늘 무언가에 목이 마르고, 딱히 문제가 있지는 않은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생이 힘겨워서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별일이 다 있지만 산다는 건 좋은 거네'라는 깨달음을 준다. 일본의 선승 미나미 지키사이가 20년간 수많은 사람의 고충과 괴로움에 귀를 기울이며 깨달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이 책에는 어설픈 위로도, 막연한 긍정도 없다. 나의 삶은 무엇보다 소중하니까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단언하고,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쓸 것 없다고 무심한 듯 말한다.

 

마음이 힘들 때 우리가 찾는 심리학이나 자기계발서들 대부분이 '자존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자존감을 지켜야 관계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고, 행복해질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나'를 소중히 여겨야 하고, 나의 삶이 무엇보다 소중하니까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한다. '나'라고 일컬어지는 건 그저 '기억'과 '타인과의 관계'로 쌓아 올린 허상에 불과하다고. 그러니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토대 위에 있는 불안정한 존재인 것이 당연하다고 말이다. 사실 스스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세상에 뜻하지 않게 태어나 타인에 의해 '남들과는 다른 나'로 규정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이 빚어낸 '나'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삶의 괴로움 앞에서 애써 저항하기보다는 괴로움을 기꺼이 수용하며 그저 흘러가도록 놓아두라는 것이 저자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참고 견뎌서 좋은 사람이 될 필요도, 몸을 던져 희생할 필요도 없다. 내가 제일 소중하다는 착각, 진짜 내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착각, 꿈을 이루며 사는 게 잘사는 거라는 착각은 그만 내려놓아야 한다. 그런 다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또렷이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면 ‘사는 것도 힘들지만은 않네’ ‘산다는 거 꽤 괜찮은 거네’ 싶은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p.95

 

꿈과 희망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정말로 훌륭한 건 원하는 바를 이루며 사는 사람이 아니라 꿈이 산산이 조각나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대목에서 뭉클해졌다. 세상에는 원하는 바를 위해 있는 힘껏 최선을 다했음에도 역부족으로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절을 털고 일어나 다시금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게 꿈과 희망을 이루며 사는 것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대단하고 의미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꿈과 희망을 꼭 붙들고 있는 건 대단히 힘겨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제는 조금 놓아버리고 편해져도 된다고, 꿈과 희망을 붙들고 사느라 얼마나 지쳤느냐고 토닥여 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다정하지는 않지만 무심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들이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일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근심 걱정으로 머리를 싸매기도 하고, 일에 치여 힘겨워하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고통스러워하기도 하지만, 사실 인생에서 죽고 사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는 없다고 언뜻 차가워 보이지만 명쾌하게 조언해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삶이 이끄는 대로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태도에 관해 배우게 된다. 때로는 꿈이나 희망도 짐이 된다는 것, 나다움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하여 죽음을 향해 오늘을 사는 법을 알려 준다. 삶을 긍정하는 비슷비슷한 말들에 지쳤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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