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 빵 대백과
타쓰미출판 편집부 지음, 수키 옮김 / 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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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때부터 나의 빵 사랑은 매우 유별났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까지는 우리 집이 제과점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했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빵을 찾아서 먹고 다녔다. 서울의 유명한 빵집들은 물론, 가끔 지방에 내려가면 그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빵들을 꼭 먹어보곤 했다. 당연히 해외여행을 가서도 나의 빵지순례는 계속되었다.

 

해외에서 먹었던 다양한 디저트들과 베이커리, 케잌류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편의점에서 팔던 빵이었다. 숙소인 호텔 바로 앞에 편의점이 있었는데, 편의점에 아예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빵들의 맛이 웬만한 베이커리 못지 않았던 거다. 게다가 가격도 얼마나 저렴하던지, 우리 돈으로 천원 정도했던 커다란 곡물 빵이 너무 담백하고 고소해서 여행 기간 내내 아침에 먹었던 기억이 난다. 호텔에서 조식을 배불리 먹고 나와서 또 편의점에 들러 빵을 샀는데, 그럼에도 먹을 때마다 맛있어서 감탄했다. 어쩜 이 나라는 편의점 빵 마저 맛있단 말이냐. 싶어서 굉장히 부럽기도 했던 경험이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일본 현지 빵들이 총정리되어 있는 백과사전 혹은 바이블이다. 일본 현지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빵들을 모았기 때문이다. 일본 전역 158개 빵집 또는 빵 제조업체에서 만드는 264종의 빵들이 모두 소개되어 있다.

 

한 고장의 사람들이 오랜 세월 즐겨운 '소울 빵'이 일본 전국 각지에도 존재한다. 두툼한 빵 사이에 휘핑크림을 채운 나가노의 우유빵, 평평하고 둥근 카스텔라 반죽 위에 반원형 빵이 올라간 고치의 모자빵, 작은 식빵에 우유맛 크림을 도톰하게 올린 후쿠시마의 크림박스, 모양도 속 재료도 다른 전국 각지의 샐러드빵, 양배추와 감자칩이 가득 들어간 가나가와의 감자칩빵, 그 외에도 졸린 눈을 한 기린 캐릭터와 함께 40년 넘게 사랑받는 키다리빵,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시마네의 장미빵 등등 정말 많은 종류의 빵들을 만날 수 있다.

 

 

소울 빵에 이어서는 지역에 따라 맛과 모양이 전혀 달라지는 빵들을 소개한다. 크림, 초코, 카스텔라, 양갱 등으로 나눠 다양한 빵들을 소개해준다. 중간에 햄버거 자판기와 토스트 자판기, 학교 매정 빵도 만날 수 있어 재미를 더해주었고, 시대에 따라 달라진 우유 패키지의 모양도 흥미로웠다. 빵 안에 다시마가 숨어 있는 도야마현의 다시마빵, 빵 속에 달걀말이가 통으로 드어간 교토의 다시마키 샌드위치, 된장의 풍미를 살려 식사로도 사랑 받는 된장빵 등 이색적인 종류도 있어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언젠가 일본에 여행을 가게 되면 먹어보려고 한다.

 

일본 전국 각지에서 사랑받는 동네 빵집들도 만나볼 수 있다. 쌀기름으로 튀긴 빵에 특제 고운팥앙금이 들어간 기름빵으로 유명한 후쿠시마의 기요카와제과제빵점, 튀김 전문점 특유의 진짜배기 맛을 느낄 수 있는 도쿄의 조시야, 부동의 인기를 자랑하는 달걀빵을 만날 수 있는 군마의 아시아제빵소 등 가보고 싶은 곳이 여럿 있었다. 카페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모닝 메뉴들도 따로 소개되어 있었는데, 나 역시 후쿠오카에서 토스트와 커피 등으로 구성된 모닝 메뉴를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반가웠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 책에 소개된 빵을 지역, 가게, 제조업체별로 정리한 리스트가 수록되어 있어 찾아보기 편리하게 해두었다.

 

 

홍콩의 유명한 에그타르트를 비롯해서, 괌에서 먹었던 단맛의 극치를 보여주는 끝장나게 달콤했던 시나몬 롤, 오키나와에서 먹었던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고 은은한 단맛이 인상적이었던 슈크림빵, 오사카에서 먹었던 고소한 풍미에 결이 살아있던 초코크로와상, 교토에서 먹었던 심플한 외관에 비해 너무 맛있었던 카루네, 대만에서 먹었던 엄청난 크기의 치즈카스테라 등등... 해외 여행을 가서 맛집을 찾아 다니는 거야 다들 하는 거지만, 나는 항상 빼놓지 않고 빵 투어를 다니곤 한다. 나처럼 일부러 빵을 찾아 다닐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꼭 추천해주고 싶다. 그야말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각 지역의 대표 빵들을 모조리 만날 수 있는 책이니 말이다.

 

앞으로 일본 여행을 갈 때는 이 책을 꼭 들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나 현지의 빵 정보가 가득한 책은 아마도 없을 테니 말이다. 이 책은 그야말로 빵지순례를 위한 최고의 가이드이자 일본의 빵들을 총집합시킨 바이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 이제 이 책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일본의 어떤 지역으로 가느냐인데, 이 빵도, 저 빵도 다 너무 맛있어 보이는 게 문제다. 하핫.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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