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언어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언어는 어떻게 창조되고 진화했는가
모텐 H. 크리스티안센.닉 채터 지음, 이혜경 옮김 / 웨일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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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놀라운 재주의 비밀은 누구나 발견하기 쉬운 곳에 숨겨져 있다. 즉 우리는 평생에 걸쳐 언어 기술을 사용하고 다듬는 일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바이올린으로 곡 하나를 연습할수록, 테니스 백핸드 훈련을 반복할수록, 또는 곧 발표할 프레젠테이션을 검토할수록 실력이 나아지는 것처럼 우리의 언어 기술도 매일 반복해서 연습할수록 개선된다. 우리 대부분은 깨어 있는 동안 엄청난 양의 시간을 언어에 빠져들어 보낸다.           p.63

 

지구상의 생명체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언어를 가지고 있다. 인간을 다른 생명체와 구분짓는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가 바로 언어를 사용해서 의사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어가 있었기에 인간은 지구를 지배하고, 진화의 진로를 변화시켰다. 그렇다면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인 언어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왜 침팬지는 말을 하지 못하는가? 기계는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가? 왜 우리는 모두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가? 궁금해진다.  언어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지만, 여전히 언어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문제는 엄청난 난제이다.

 

만약 불가사의한 바이러스로 인간이 더 이상 언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상상해보자.. 현대 문명은 급속히 무정부 상태로 전락하고, 시민들은 정보 공백 상태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로 협력하지도, 심지어는 논리적 판단도 내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지금까지 언어에 대해 안다고 생각해 온 거의 모든 지식을 낱낱이 해부해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혁명적 관점을 제시한다. 인지과학자이자 언어과학 분야를 선도하는 모텐 크리스티안센과 닉 채터는 인류의 언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부터 시작해, 의사소통은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 믿을 수 없이 방대한 언어의 발전 과정을 차곡차곡 짚어가며 그 동안 잘못 전해져 온 언어의 기원에 대해서 제대로 살펴본다.

 

 

 

<종의 기원>의 마지막 대목에서 찰스 다윈은 자연선택의 놀라운 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사색적인 독백을 남긴다. "시작은 너무도 단순했다. 하지만 바로 그곳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경이로운 형태들이 끝도 없이 진화되어 나왔고, 지금도 진화하는 중이다." 이는 생명 유기체의 진화를 두고 한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가장 아름다운 형태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라는 다윈의 고무적인 구절은 언어의 문화적 진화에도 정확히 그대로 적용된다.          p.332

 

이 책의 두 저자는 언어는 체계적인 문법 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우연의 결과물이며 즉흥적으로 행하는 제스처 게임과도 같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언어를 제스처 게임으로, 즉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협력 게임으로 보기 위해서는 언어에 대한 기존 관념을 비틀고,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의사소통의 본질과 관련해 한 세기 이상 지속되어 온 오래된 사고방식을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 언어가 '그 순간의 필요가 이룬 서툴고 무질서한 산물'이라는 것이 대단히 흥미로웠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이 책은 다양한 사고실험과 사례들, 그리고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독자들을 설득시킨다. 언어가 유전자나 뇌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며, 생물학적인 진화가 아니라는 것은 고정불변의 법칙으로 자리 잡았던 “언어는 체계적인 문법을 바탕으로 진화되어 왔다”라는 연구 결과들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어서 더 흥미진진했다.

 

아이들은 왜 별 노력 없이도 언어를 쉽게 습득하는 걸까. 미취학 아동은 하구에 열 개 이상씩 새로운 단어의 의미를 습득하며, 이 단어들을 활용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의미를 잘 이해한다.  아이들은 이 단어들을 사용해 좋거나 싫고, 맞거나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표현한다. 대체 아이들은 어떻게 이 단어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걸까.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아주 재미있는데, 이 책은 이를 제스처 게임으로 풀어 나간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무도 언어를 설계하지 않았다는 것. 언어의 복잡성과 질서는 무수한 언어적 제스처 게임이 빚어내는 혼돈 가운데서 출현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야말로 넋을 놓게 할 정도로 놀라운 발견이다.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슨이 이 책을 왜 강력 추천했는지 이해가 될 만큼 흥미로운 책이었다. 리처드 도킨스는 언어의 기원이 진화생물학자들에게도 아직 3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하며, 크리스티안센과 채터가 이 문제를 놀랍도록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소통은 모든 종에 걸쳐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일 수 있지만, 언어는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고유한 특징이다. 우리는 구어와 수어를 통해서건, 촉각 언어를 통해서건 간에 언어적 제스처 게임을 벌일 수 있다. 이는 우리에게 내재된, 선천적인 소통의 욕구가 언어의 근본적인 유연성과 결합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138억 년 전부터 시작된 언어의 기원에 대한 경이로운 여정이 궁금하다면, 언어를 통한 인류의 발자취를 짚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언어의 기원을 둘러싼 비밀을 만나 보자. 왜 언어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인지 완벽하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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