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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인간
테드 휴즈 지음, 크리스 몰드 그림, 조호근 옮김 / 시공주니어 / 2023년 1월
평점 :
웬만한 집보다 더 커다란 무쇠인간이 절벽 꼭대기에 서 있다.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무도 모르는 무쇠인간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 등장했다. 무쇠인간은 절벽 위에서 처음 보는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다, 돌풍에 등이 밀려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 계속 부딪치며 굴러 떨어지다 보니, 무쇠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무쇠 팔이 떨어지고, 무쇠 귀가 떨어지고, 커다란 머리가 떨어지며 결국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주인공이 첫 등장하자마자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다니..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초반부터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1968년에 발표된 영국 계관 시인 테드 휴즈의 고전 명작이다. 크리스 몰드의 일러스트로 새롭게 탄생한 작품으로 2020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최종 후보작이 되었다. 50년이 지나서야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지만, 크리스 몰드의 일러스트 덕분인지 전혀 시간의 갭을 느낄 수 없는 작품이었다. 특히나 무쇠 인간이 보통 SF 작품에서 묘사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로봇이라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그림이 보여주는 느낌이 너무도 강렬해서, 일러스트 없이 출간되었던 원작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몸을 되찾은 무쇠인간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오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무쇠인간의 모습만 보고 무턱대고 겁을 먹고는 도망가버린다. 그리고 무쇠인간이 기계들을 전부 가져가버리자 커다란 구덩이를 파는 것으로 대책을 세운다. 어린 소년 호가스의 재치로 무쇠인간은 함정에 빠지게 되고, 흙으로 가득 찬 구덩이를 보며 호가스는 문득 미안함을 느낀다.
시간이 좀 더 지난 뒤에 무쇠인간이 스스로 구덩이에서 빠져 나오게 되자, 호가스는 미안한 마음에 무쇠인간이 먹을 수 있는 고철을 주겠다고 그를 고철들을 모아둔 곳으로 안내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무쇠인간과 인간들 앞에 우주에서 어마어마하게 끔찍한 용이 등장한다. 무시무시한 우주박쥐천사용은 사람들을 위협했고, 세상 사람들은 괴물에 전쟁을 선포하고 공격을 하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 무쇠인간이 사람들을 도와 우주 괴물을 상대하게 되는데, 그는 괴물을 물리치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이 작품은 무쇠인간이 처음 출현해, 부서졌다가 다시 재탄생하고, 인간세상에 와서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당하다, 우주 괴물과 맞서 싸우며 결국 인간과 공존하게 되는 다섯 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원작이 시인이 쓴 동화라서 소리 내어 읽기 좋은 문장들이고, 운율에 맞추어진 시어를 찾아가는 재미도 있다. 자신과 다른 존재를 무조건 배척부터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이질적인 존재가 공동체에서 소통과 이해를 통해 함께 살아가게 되는 과정에 대한 작가의 메세지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는 수십 년 전에 쓰인 이 작품을 우리가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크리스 몰드가 만들어낸 무쇠 인간의 모습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로봇의 모습과 다른 듯 하면서도 어딘가 친근함을 준다. 처음에는 낯선 이미지로 다가오지만,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모습에 익숙해지게 되는 마력이 있다. 세대를 뛰어 넘어 사랑 받는 고전 명작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