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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작은 책방에 갑니다 - 일본 독립서점 탐방기
와키 마사유키 지음, 정지영 옮김 / 그린페이퍼 / 2023년 2월
평점 :
고양이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온 손님이 "고양이가 나온다면 어디 한번 볼까?" 하고 책을 집어 들 수 있다. 그렇게 평소에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도 책을 읽을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고양이라는 관심사 덕분에 새로운 작가의 책으로 독서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책으로 들어가는 입구 같은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p.37
프랜차이즈 서점이 등장했다 금세 사라지고, 온라인 쇼핑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전자책 독자들이 탄생하면서 책과 서점이 여전히 의미가 있는 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게다가 높은 임대료와 운영비, 책 값을 후려치는 대형 서점 체인 등으로 인해 서점을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서점의 안목으로 고른 책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큐레이션, 지역 특색을 가진 서점등.. 얼마나 다양한 독립 서점들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책장 사이로 걸어가면서 들리는 책들의 속삭임, 포근한 종이 냄새와 나무 냄새로 가득한 서점은 그 공간에 발을 내딛는 것만으로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마저 주니 말이다.
이 책은 일본의 독립서점 23군데를 탐방한 에세이이다. 국내 독립 서점들을 다룬 책들은 몇 번 읽어 봤는데, 일본의 독립서점은 어떤 풍경을 보여줄지 매우 기대가 되었다. 국내의 독립서점들만큼이나 개성이 뚜렷한 작은 책방들이 일본 각지에 많이 있다. 간토 지역, 주부 지역, 간사이 지역, 주고쿠 지역, 규슈 지역으로 구분해 서점들을 소개하고, 책방의 대표나 직원을 인터뷰한 내용과 책방의 구석구석을 촬영한 사진까지 풍부한 정보들을 담았다.
책방에 좋아하는 책만 둔다니, 깔끔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책이 손에서 떠나는 것이 아쉽지 않을까? 가토 씨의 대답은 마치 벽이 없는 이 집처럼 열려 있었다.
"책을 팔더라도 이 책은 산 사람의 책장으로 이동하는 것일 뿐 변함없이 존재하잖아요. 어딘가 모르는 사람의 곁으로 간다고 하면 없는 것과 같지만, 이 집에 와 준 사람의 품으로 간다면 그것은 제 책장에 있는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요?" p.91
책방의 한쪽 벽면에 책방 주인이 몇 번이고 읽고 싶은, 지극히 주관적인 책들만 진열한 서점, 소년 탐정단 시리즈나 세계 명작 동화 전집 등 어린 시절에 읽었던 그리운 책들을 만날 수 있는 책방, 고양이를 키워드로 책을 모아서 진열하고 고양이와 함께 커피나 맥주를 마실 수도 있는 책방, 한 달에 두 번만 여는 독특한 책방, 책장 사이에 지구본과 다육 식물이 놓여 있고, 식물이나 동물을 주제로 한 책도 많고, 안쪽 뜰에는 거북도 살고 있는 중고 책방, 갓 구운 빵과 드립 커피를 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책방, 창업 140주년이 된 유서 깊은 책방 등등 다양한 컨셉과 운영 철학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책방들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이 가득한 풍경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데, 이 책에 수록된 서점의 풍경들 모두 마치 화보처럼 근사하다. 쉽게 서점하면 떠올리는 그런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못했던 풍경들과 책들로 인해 압도되는 느낌의 풍경들까지 책을 읽는 내내 눈이 호강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퀄리티 높은 사진들만큼이나 좋았던 것은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평소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도 책을 읽을 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한 고민들과 사람들이 책을 접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어 가끔 오는 사람도 집어 들기 쉬운 책을 일부러 놓아두는 마음 등 책과 사람을 향한 그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뭉클했다.
우리나라에도 동네 책방은 계속 생겨나고 있고, 그 수가 80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영업 이익을 내기가 어려운 실정임에도 꽤 많은 수의 서점들이 여기 저기에서 작은 목소리로 책을 향한 진실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매력적인 서점들을 보면서 국내의 동네 책방들에도 관심을 더 가져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언젠가 일본에 여행을 가게 되면, 이 책에서 만난 서점들을 꼭 들러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