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 카운티 연감 - 자연은 스스로 조화롭고 이제 우리의 결정만 남았다
알도 레오폴드 지음, 이동신 옮김 / 이다북스 / 2023년 2월
평점 :
품절


 

예술가는 이제 색을 정해서 이슬로 분사했다. 올방개 잔디는 예전보다 더 푸르고, 이제 물꽈리아재비와 분홍색 용머리와 벗풀의 우윳빛 꽃으로 가득하다. 여기저기에서 진홍로벨리아가 하늘을 향해 붉은색 창을 뻗는다. 강둑 머리에는 자주색 수레국화와 옅은 분홍색 등골나물이 버드나무 벽을 배경으로 똑바로 서 있다. 그리고 단 한 번만 아름다울 수 있는 곳을 찾을 때 당연히 그래야 하듯 조용하고 겸손하게 왔다면, 당신은 무릎까지 오는 기쁨의 정원에 서 있는 붉은 사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p.72~73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의 삼림이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벌목으로 2030년에는 거의 60%가 파괴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마존을 빽빽이 메운 3,900억 그루 이상의 나무들이 그렇게 파괴된다면, 지구온난화에 폭발적인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삼림을 보존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생태학적 문제가 우리의 삶과 고스란히 직결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바쁘게 살아 가느라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소박하고 검소한 삶에의 미덕이란 어느 먼 세상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생태문학, 환경도서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만난 것은 미국 생태문학의 고전이자 환경운동의 교과서이자, 캠브리지대학교 지속가능 리더십 프로그램 센터(CPSL)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환경 도서’인 알도 레오폴드의 <샌드 카운티 연감>이다. 이 책은 생태학자이자 환경보호론자로 인간이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이루려고 했던 알도 레오폴드의 사후인 1949년에 출간되었다. 출간 이후 20여 년 동안은 크게 반응을 받지 못했지만, 197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한 환경운동의 영향으로 관심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자연을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그는 이 책에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환경과 생태적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알려준다.

 

 

 

모든 살아가는 것들과 이미 죽은 것들도 그 소리에 주의를 기울인다. 사슴에게는 생명체가 사는 방식에 대한 기억이고, 소나무에게는 한밤중의 싸움과 눈 위의 피에 대한 예고이며, 코요테에게는 앞으로 수확물에 대한 약속이고, 목동에게는 은행에 빚을 질 위험이고, 사냥꾼에게는 총알에 맞서는 송곳니의 도전이다. 하지만 이 명백하고 즉각적인 희망과 공포 뒤에는 산에게만 알려진 좀더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 산만이 객관적으로 늑대 울음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살았다.       p.163

 

여러모로 흥미로운 부분이 많은 책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초반부를 재미있게 읽었다. 극심한 근대화로부터 주말 도피처인 '오두막'에서 저자가 가족들과 겪었던 자연과 함께한 삶을 에세이로 자연스럽게 풀어 내었다. '샌드 카운티의 사계'라는 컨셉으로 1월부터 1월까지 매달의 자연 풍경들을 그리고 있다. 한겨울의 눈보라가 지나가고 땅에서 물방울 소리가 들리는 해빙의 밤을 거치면, 겨우내 잠든 동물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이동하는 거위 한 무리가 겨울의 침묵을 깨고 봄이 옴을 알려준다. 꽃이 개화하고, 새가 날아 다니는 등 숲과 평원에서 일어나는 수백 편의 작은 드라마를 글로 읽다 보면, 마치 푸르른 숲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땅이 공동체라는 것은 생태학의 기본 개념이지만, 땅이 사랑받고 존경받아야 한다는 것은 윤리의 확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땅과 땅 위에서 자라는 동물과 식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땅의 윤리'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고찰한다. 토양, 물, 식물, 그리고 동물들 모두의 존재를 지속하고, 자연 상태로 계속 존재할 권리가 있다. 무엇보다 인간과 자연의 합리적인 균형이 가능하다는 믿음과 그러한 균형을 인간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이는 실천 철학이야말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과 공생의 길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사실 우리가 환경 재앙이라고 일컫는 것들은 모두 인간들이 저질러온 행동 때문에 발생한 문제들이다. 인간들은 편리를 위해 자연스럽게 흐르는 강물을 막아 댐을 쌓고, 언덕과 산을 파헤쳐 고속도로를 닦았으며, 광물이나 귀금속을 찾기 위해 땅속을 샅샅이 뒤졌고, 강과 바다에 온갖 쓰레기를 갖다 버렸으니 말이다. 학자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2050년경이 되면 지구상에서 모든 열대 우림이 사라지고, 석탄이나 석유 같은 연료들도 모두 바닥이 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인간과 환경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환경운동의 가장 기본적인 윤리와 지침을 알려주는 이 책을 읽어야 할 시기인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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