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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 젤렌스키 대통령 항전 연설문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지음, 박누리.박상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월
평점 :
저는 휴전을 위해 어떤 대가를 지불하겠느냐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이상한 질문입니다. 여러분은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위해 어떤 대가를 지불하겠습니까? 저는 우리 나라 영웅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대가도 지불할 수 있습니다. 명성, 지지율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대통령 자리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제가 포기할 수 없는 단 하나는 우리의 영토입니다. 역사는 불공평합니다.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우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전쟁은 우리가 끝내야 합니다. p.41
2022년 2월 24일 새벽 4시 30분, 러시아의 군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많은 사람들이 수적으로 크게 열세인 우크라이나 군대가 무너지고, 우크라이나 정부 또한 붕괴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전쟁은 푸틴이 기대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맞서 싸우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함께 맞서 싸우고 있다. 그는 다른 나라로 도망가기는커녕, 수도 키이우에 남아 매일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가 대통령을 취임한 2019년부터 해왔던 천 번이 넘는 연설 중에 18편을 골라 수록했다. 이미 벌어진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건 우리가 될 수도 있다.
뉴스 보도를 통해 만나는 평범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모습에 먹먹한 마음이 들었던 적이 많다. 그들은 나라를 버리고 도망가는 대신, 전쟁이 남긴 폐허 속에서 꿋꿋하게 버텨내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이 책 속에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과 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생각이 바뀌진 않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에 대해서, 그들의 용기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침략에 맞서는 한 국가의 이야기이자, 이 세계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에 앞장선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 전쟁은 우리 모두가 반드시 답해야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당신은 어느 편에 서 있습니까? 당신은 침략과 전쟁 도발을 지지합니까, 아니면 자신을 지키려는 이들을 지지합니까? 우리 편에서는 그 무엇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단 한 사람도 사회와 우리 나라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우리가 우리 국민을 구하는 것은 우리 나라를 구하는 일입니다. p.184
젤렌스키의 연설 중 가장 중요한 연설은 전쟁이 시작되고 서른여덟 시간 만에 나온 32초짜리 영상이었다. 우리는 모두 여기에 있다고. 우리의 군인들이 여기에 있고, 시민 사회가 여기에 있다고. 우리는 우리의 독립을 지켜낼 것이라는 선언이었다. 그 후로 몇 날, 몇 달이 지나는 동안 젤렌스키는 끊임없이 연설을 해왔다. 그는 도망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의 수도는 푸틴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젤렌스키는 그 모든 순간들 속에서 우크라이나 말로 '투트', 즉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우크라이나 국민들도 자신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어느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남의 전쟁'이 아니다. 전쟁은 항상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았고, 만약 유럽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안전한 나라는 세상에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래서 항상 우크라이나의 현재 상황을 관심 가지고 지켜보고, 그들의 행보를 응원의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일상을 파괴하고, 각자가 믿는 가치를 흔들리게 하며, 인류 문명 전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전쟁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지켜내야 한다. 결코 전쟁이 일상적인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크라이나를 잊지 말자. 시대와 장소와 형태를 바꿔가며 지속되어온 폭력과 전쟁을 더 이상 무관심으로 바라보지 말자. 이 책의 인세는 전액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설립된 유나이티드24에 기부된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작은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