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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팔로우 리벤지 ㅣ 스토리콜렉터 105
엘러리 로이드 지음, 송은혜 옮김 / 북로드 / 2023년 1월
평점 :
인스타그램의 판이 이렇게 커질 줄은, 그리고 사람들의 삶에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인스타그림에는 매일 1억 개의 사진이 올라오고, 사용자 수는 10억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떠올릴 때면 정신이 혼미해지곤 한다. 물론 나는 어쩌다가 인플루언서로 먹고살게 된 순진한 아가씨는 아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나도 남편도 마마베어가 얼마나 빨리 유명해질지, 우리 가족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지, 그리고 그 모든 게 우리를 얼마나 불안하게 할지는 알지 못했다. p.93
패션 잡지 에디터였던 에미는 두 아이를 낳고, 전업 맘으로 커리어를 바꾸게 된다. 그녀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산후우울증에 빠지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인스타그램때문이었다. '베어풋'이라는 닉네임으로 운영하던 구두 블로거에서, '마마베어'라는 이름의 인스타맘이 된 것이다. 그녀는 같은 처지의 아이 엄마들과 유대하면서 소통하면서 육아의 힘든 순간들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현재는 100만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인플루언서로 광고와 협찬, 강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있고 영국의 인스타맘 중 처음으로 10억대 연 수익을 기록한 인플루언서이니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게 유명인인 셈이다.
에미는 항상 진솔함이 자신의 브랜드라고, 자신은 항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한다고 팔로워들에게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녀의 곁에서 강연을 듣고 있는 남편 댄은 그 모든 말이 완전 개소리라고 생각한다. 생략과 날조, 그리고 반쪽 진실이 난무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언제나 '응원하는 배우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댄은 소설가이다. 나름 호평을 받고, 영화 판권도 팔았던 책이 출간된 것은 8년 전, 지금은 그저 한물간 작가이다. 가족의 모든 것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는 에미 덕분에 댄도 '파파베어'라는 이름으로 그녀가 하는 일을 도와주고 있다. 실질적으로 그녀가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상태였으니, 불만이 있더라도 잠자코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는 당장이라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이 아이를 에스컬레이터 밖으로 던지거나, 발코니에서 떨어뜨리거나, 달려오는 차 앞으로 밀어버릴 수 있었다. 그날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고 그곳에 아이를 두고 사라졌던 이유는 오직 하나다. 그건 내가 순간 겁을 먹어서도, 동정심을 느껴서도, 스스로의 결정에 의심이 들어서도 아니다.
그건 내가 에미 잭슨과 그녀의 가족을 위해 훨씬 더 끔찍한 계획을 세워두었기 때문이다. p.151
이 작품의 원제는 'People Like Her'으로 번역본의 제목인 <라이크 팔로우 리벤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인스타그램과 인플루언서의 삶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SNS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제목이 아닌가 싶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인 엘러리 로이드는 런던에 거주하는 작가 부부 콜레트 라이언스와 폴 블리토스의 필명이다. 이 작품은 두 사람이 함께 집필한 그들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인터넷에 무심코 노출한 개인 정보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인플루언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SNS를 통해 보여지는 삶의 진실성에 대해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모든 것이 필터링된 완벽한 허구의 세계와 날 것 그대로의 현실이 같아질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일어난 일과 일어날 법한 일, 그리고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일들을 이리저리 뒤섞여 그럴듯한 이야기로 재탄생하고, 누군가는 그런 모습을 동경하고, 공감하고, 질투하고, 집착한다.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공개된 삶 속에 안전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사건, 불안을 유발시키는 사고와 위협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고, 100만 명의 팔로워 중에 누가 그들을 스토킹하는 것인지, 누가 사진을 도용해서 이용하고, 누가 위험한 감정을 품었는지 알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야기는 에미와 댄, 그리고 범인의 시점으로 교차진행된다. 세 사람 각자의 상황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는 하나의 사건을 다르게 바라보면서 점점 긴장감을 더해간다. 매일 1억 개의 사진이 올라오고, 사용자 수는 10억 명이 넘는다는 화려한 인스타그램의 세계, 그 뒤편에 숨겨진 진실과 어둠에 대한 매혹적인 이야기를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