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샤의 후예 1 : 피와 뼈의 아이들
토미 아데예미 지음, 박아람 옮김 / 다섯수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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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넋 나간 얼굴로 아마리를 바라본다. '거짓말이야.' 마법을 되찾을 수는 없다. 마법은 11년 전에 죽었다.

우리의 의심을 읽은 듯 아마리가 다시 입을 연다. "나도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 신성자가 이 두루마리를 건드리는 순간 마자이로 변했어......" 아마리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손으로 빛을 불러왔어."            p.105


이 작품은 스물세 살 젊은 신예작가가 서아프리카 문화와 신화를 바탕으로 창조해 낸 데뷔작으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뉴욕타임즈 40주 연속 베스트셀러, 아마존 리뷰 1700개 이상, 31개 언어로 번역 계약, 21세기 폭스와 영화 계약 체결, 거기다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극찬한 소설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마법 판자지 3부작의 첫 번째 작품 <피와 뼈의 아이들>이 2019년에 출간되었는데, 이번에 두 번째 작품이 나오면서 첫 작품도 조금 디자인을 바꾸고 함께 개정판이 나왔다. 당시에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번에 두 번째 작품을 읽기 전에 다시 읽어 보았는데, 여전히 시선을 뗄 수 없는 매혹적인 스토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오래 전 오리샤 왕국에는 희귀하고 신성한 마자이족이 번영을 누리며 살았다. 열 개 부족으로 이루어진 마자이들은 신들로부터 제각기 다른 재능을 부여받고, 마법의 힘을 휘두를 수 있었다. 불을 일으키거나, 마음을 읽거나, 미래를 내다보거나, 질병을 치료하거나, 죽은 자를 불러오거나 등등.. 마자이는 태어날 때부터 새하얀 머리칼을 갖고 있는데, 모두가 날 때부터 신들에게 재능을 받는 건 아니었다. 선택받은 아이들은 열세 살 이후부터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되는데, 11년 전부터 마법이 세상으로부터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일부 힘있는 자들이 마법을 남용하기 시작했고, 마법의 힘을 가지지 못한 코시단은 점점 마자이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로가 커져 결국 그들을 모조리 학살하기에 이른 것이다. 새하얀 머리칼을 갖고 태어났으나 부모와 마법을 한꺼번에 잃은 마자이의 아이들은 왕국의 최하층민으로 전락해 온갖 차별과 폭력 속에 살아가게 된다. 





두려움을 핑계로 진실을 내버리진 않을 것이다.

"당신은 우리를 짓밟고 우리의 피와 뼈 위에 왕국을 건설하려 했지. 당신이 실수한 건 우리를 살려 둔 게 아니야. 우리가 저항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거지!"

이난이 입을 굳게 다물고 우리를 번갈아 보며 앞으로 걸어 나온다.           p.519


시리즈의 주인공 제일리 역시 여섯 살 때 왕이 보낸 병사들에 의해 엄마가 죽는 장면을 목격했고, 엄마처럼 검은 피부에 새하얀 머리칼을 가진 마자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왕에 의해 바다 깊숙한 곳에 버려졌던 성물이 발견된다. 세 개의 성물을 모아 신성한 의식을 치르면 사라졌던 마법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고 한다. 제일리를 비롯한 마자이들은 마법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되고, 왕의 명령으로 왕자인 이난과 왕이 총애하는 총사령관 카에아가 그들을 쫒는다. 제일리는 그녀의 오빠지만 코시단인 제인과 성물 중 한 가지인 두루마리를 궁에서 훔쳐 쫓기게 된 아마리 공주와 함께 전설의 사원으로 향한다. 과연 그들은 무사히 왕의 추격을 피해 세상에서 사라진 마자이들의 마법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작가인 토미 아데예미는 무장하지 않은 흑인 어른들과 아이들이 경찰의 총에 맞은 사건을 연일 접하게 되던 시절에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두렵고 화가 났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함과 분노를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세상의 악과 맞서 싸울 힘을 갖고 있다고,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서 울어 주길, 그리고 이제 일어나 작게나마 저항의 몸짓을 시작하길, 그리하면 세상이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흑인 작가들이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여타의 작품들에 비해, 토미 아데예미는 마법의 세계를 창조해 현지에서는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판타지 버전으로 평가 받았다. 판타지라는 가장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는 불가능의 문학을 통해 실제 현실 속 고통과 두려움, 슬픔, 상실을 보여주고 있는 이 놀라운 작품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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