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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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이런 종류의 경쟁이 지난 1만 2,000년에 걸쳐 인간 사회의 규모 확대를 추동했지만, 그 중요성은 우리의 진화사에서 한참 전까지, 그러니까 농경의 기원 이전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런 아주 오래된 경쟁의 성격과 정도에 관한 풍부한 통찰은 민족지학과 역사학을 통해 알려진 수렵채집인들에 대한 분석에서 나온다. 북극에서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세계 곳곳에서 수렵채집인 인구 집단들은 경쟁을 하며 제도외 기술을 가장 잘 결합한 집단이 확장하면서 효과가 떨어지는 문화적 요소를 지닌 집단을 점차 대체하거나 동화해왔다.      p.118

 

하버드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인 조지프 헨릭은 오래 전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에서 심리학과와 경제학과에서 교수를 맡았을 당시, 사회심리학자와 함께 인간 심리 실험에 대한 연구를 모았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 심리 실험의 결과들이 대부분 서구 사회의 대상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서구의 표본은 대체로 한쪽 극단에 고정되어 있으며, 심리학적으로 이상하다(weird)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심리와 행동 실험에서 가장 흔히 활용되는 인구 집단에 'W.E.I.R.D.'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WEIRD(위어드)’는 서구의(Western), 교육 수준이 높고(Educated), 산업화된(Industrialized), 부유하고(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다.

 

이 책은 위어드(WEIRD)라는 5가지 키워드를 통해 인간의 심리와 사회의 진화론을 파헤친다. 최재천 교수는 이 책에 대해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에드워드 윌슨의 <지구의 정복자>를 잇는 책이라고 극찬했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블룸버그〉 선정 최고의 논픽션, 〈뉴욕타임스〉 선정 주목할 만한 책 등의 타이틀을 거머쥐며 전 세계 출판계와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심리학자들은 대체로 미국인을 비롯한 WEIRD의 인성의 양상과 차원이 인간의 양상을 대표한다고 믿는다. 나는 이런 믿음이 틀렸다고 본다. 진화론적 접근에서는 개인과 인구 집단이 생애와 세대에 걸쳐 맞닥뜨리는 사회, 경제, 생태적 환경의 안정적이고 지속성 있는 영역에 (적어도 부분적으로) 자신의 성향을 적응시키거나 조정한다고 말한다. 발달 차원에서 볼 때, 우리는 어린이들이 자라면서 마주치는 세계의 윤곽, 그 세계에서 주어지는 기회, 행동 유도성에 자신의 인성을 적응시킨다고 기대한다.           p.483

 

오늘날 국제 사회의 주류라고 여겨지는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가진 위어드(WEIRD)라는 집단은 대단히 개인주의적이고,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며, 통제 지향적이고, 일반적인 관행을 따르지 않으며, 분석적이다. 그들은 자신의 믿음이나 관찰, 선호와 상충될 때면 좀처럼 남들에게 순응하려고 하지 않는다. 인내심이 많고 대개 부지런히 일하는 그들은 강한 자기규제를 통해 현재의 불편과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경제적 보상, 쾌락, 안전 등의) 만족을 미래로 유예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개인주의적이고 자기 집착적인 성향이 강하면서도 공평한 규칙이나 원칙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어, 정직하고 공정하고 협조적인 태도를 취한다. 물론 이는 심리학이라는 영역의 몇 가지 사례일 뿐이다. 이 책은 이들이 어떻게 그러한 독특한 심리를 갖게 된 것인지, 그들은 왜 다른 것인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따라 간다.

 

여러 가지 흥미로운 대목들이 많은 책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일부일처제의 심리학과 사회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챕터가 인상적이었다. 집단생활을 하는 영장류 가운데 어느 것도 일부일처혼에 해당하는 비문화적 짝 결속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일처제'가 상당히 독특한 제도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와 비교해서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중동의 많은 지역에서는 여전히 합법인 일부다처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려 준다. 일부다처제의 수학 문제, 결혼 제도가 남성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과 심리적 변화, 일부일처혼과 범죄율의 상관관계 등 읽을 거리가 많은 챕터였다. 책을 읽다 보니 왜 <총,균,쇠>, <사피엔스> 등에 비견되는지 알 것도 같았다.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해 인류학과 심리학, 경제학과 진화생물학의 첨단 연구를 넘나 들며 광대한 범위를 세부적으로 파고들고 있으니 말이다. 두툼한 두께의 벽돌책이 담고 있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 진화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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