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이지민 지음 / 정은문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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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자리한 책장을 흘깃 보니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책들로 빼곡하다. 주중 낮이라 비교적 한산하지만 전화벨 소리가 책방 안을 가득 메운다. 책을 문의하는 전화, 주문하는 전화다. 책장이여 더 꽉 차기를, 전화벨이여 계속해서 울리기를, 주문처럼 중얼거린다. 동네 아이들을 위해 스토리타임을 진행하고 핼러윈에 캔디를 나눠주는 책방이라면, 이 거리에서 절대로 사라져서는 안 된다. 엄마인 나는 아이의 추억을 지켜주고 싶다. 그러니 책방은 계속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건 나를 포함한 동네 사람들의 몫이다.        p.31~32

 

더할 나위 없이 편한 인터넷 서점에서 클릭 한 번이면 바로 책이 내 집 현관 앞으로 오는 시대에 굳이 수고롭게 동네 책방을 찾아 가는 이유가 뭘까.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동네 책방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그곳만의 큐레이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형서점이 베스트셀러나 신간 위주로 진열을 할 때, 이들 독립서점들은 장소가 협소하고 반품도 번거롭거나 어렵기 때문에, 서점의 개성을 보여주는 몇 종에 구비 도서를 한정시키면서 자연스럽게 큐레이션을 하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책방들이 적자에 허덕이며 생계 유지를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책방에서 커피를 팔기 시작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 비롯되었을 테고 말이다. 그런데 브루클린의 동네책방들은 커피를 팔지 않고도 어떻게 10년, 30년, 심지어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냈을까?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엘크 머리를 한 여자>, <사랑에 관한 오해>, <마이 시스터즈 키퍼>, <영원히 사울 레이터>, <탤런트 코드>등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겨온 이지민 번역가는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브루클린의 동네책방들을 찾아가 물어보기로 했다. 현재 뉴욕 브루클린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는 저자는 한국에 소개할 만한 책들을 둘러 본다는 핑계로 동네책방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책 판매에만 힘 쏟는 브루클린 책방과 한국 책방은 어떻게 다른 것인지, 우리에게는 없는 그들만의 전략은 무엇일지 궁금해진 것이다.

 

 

 

자신만의 색깔로 채운 자신만의 책방을 갖는다는 건 정말 부러운 일이다. 언젠가 책방을 열고 싶은 꿈이 있지만 용기가 없는 나는 이 꿈을 늘 마음 한구석에 간직한 채 헌책방을 찾는 것으로 욕망을 대신 채우고 있다. 헌책이 간직한 오래됨이 좋다. 나보다 한참 전에 혹은 나와 같은 해에 이 세상에 태어난 책을 만나면 내가 지나온 40년과 이 책이 거쳐 온 40년이 겹쳐진다. 이 책에는 어떠한 시간이 덧입혀지고 누구의 흔적이 녹아 있을까, 지금 내 손에 들리기까지 이 책은 어떠한 세월을 보내왔을까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p.228

 

일요일마다 동네 아이들을 위한 스토리타임을 열고, 핼러윈에는 핼러윈 복장을 한 직원들이 아이들에게 캔디를 나눠주는 테라스 북스, 동네 작가들이 주축이 되는 행사가 1년 내내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한 파워하우스 온 에잇스, 호러 소설가 피터 스트라우브의 딸이자 역시 수많은 책을 출간한 작가인 엠마 스트라우브가 운영하는 북스 아 매직 등 이 책에는 브루클린의 동네 책방 열한 곳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단순히 책방에 대한 정보와 공간에 대한 소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그곳에서 겪었던 일들과 그곳에서 만났던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있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스스로에 대해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는 엄마는 아니었지만, 책방에 갈 때마다 아이를 부지런히 데리고 다녔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기특하게도 아이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 수록된 모든 책방 탐방기는 모두 저자와 아이가 함께 했다. 그래서 책방에서 발견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어른들을 위한 책과 아이들을 위한 책이 함께 소개된다.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갈 경우, 대부분 내가 책을 골라 주는 편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가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하는 것이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직접 고르고, 실패하는 과정이 쌓여서 자신만의 안목이 생길 테고, 그 모든 과정이 경험이 되어 책에 대한 애정도 쌓이게 될 테니 말이다.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동네책방들이 무너지지 않고 계속 그들만의 역사를 유지할 수 있기를, 책을 좋아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 간절히 바래 본다. 책이 있는 공간을 사랑한다면, 책을 통해서 위로 받고 공감하는 순간들을 소중히 여긴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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