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10만 부 기념 리커버) - 뇌과학과 정신의학이 들려주는 당신 마음에 대한 이야기
전홍진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 뇌는 마음을 담고 있는 기관이다. 인간이 느끼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은 뇌의 신경 회로망에 담겨 있고 수억, 수조 개의 회로가 모여 그 사람의 마음의 구조를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 없어지거나 오래된 신경 회로는 망각 과정을 통해 사라지는 반면, 자주 경험되거나 강렬한 트라우마와 연결된 신경망은 더 강화되어 단단해진다. 반복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매우 예민한 뇌'는 '매우 예민한 사람'을 만들게 된다.       p.33

 

지난 10여 년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1만 명 이상의 환자를 상담?치료해온 전홍진 교수가 특별히 골라낸 40명의 사례를 통해 예민성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스스로 매우 예민한 사람인지를 평가하는 자가진단표가 수록되어 있으며, 매우 예민한 사람들의 실제 사례들과 각각의 극복 방법과 조절법, 전문의의 조언이 담겨 있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결법이 필요한 이들에게 매우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는 하버드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연수하던 시절 미국인과 한국인의 우울증 양상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미국의 우울증 환자들은 뚱뚱하고 식욕이 높으며 우울한 기분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반면 한국 환자들은 마르고 신체 감각이 매우 예민했던 것이다. 이는 저자가 우울증을 주로 진료하는 의사로서 매우 예민한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예민함을 다루고 있는 많은 책들이 대부분 심리학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책은 뇌과학과 정신의학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외국 연구나 사례가 아니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 저자가 진료실에서 직접 만난 수많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실제로 예민한 성격으로 인해 고민인 사람들에게 굉장히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편안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숙한 방어기제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모든 것을 자신이 다 조절할 수 없고 각자 스스로 하도록 자율성을 주고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문제를 바라보고 바꾸고 변화하려 애써야 한다. '화'가 나는 것이 다른 사람의 탓보다는 자신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내면을 점검하며 직접적으로 부딪치지 않는 여유와 유머를 가져야 한다. 혼자 지내기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예민성을 승화시켜야 한다. 자신의 예민성을 관리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실천에 옮겨보는 것이 좋다.           p.314

 

매우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 즉 HSP(Highly Sensitive Person, 매우 예민한 사람)라고 불리는 이들은 전체 인구의 약 15~20퍼센트에 해당될 만큼 많다고 한다. 이러한 섬세함은 성격의 문제나 환경에 의한 후천적인 것이 아니라 그저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이라고 말하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남의 생각에 일일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수는 눈치 채지 못하는 부분까지 날카롭게 대응하는 예민한 사람들의 민감함이 약점이나 마음의 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HSP란 개념을 다루고 있는 책들을 여러 권 읽었었는데, 그 중에서도 전홍진 교수의 이 책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현실적인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나 한국사회에는 다른 나라보다 '매우 예민한 사람'이 많은 편이고, 예민한 기질은 누구나 조금은 갖고 있는 성향이고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남편만 보면 참을 수 없이 화가 난다는 쉰두 살 주부, 히키코모리처럼 거의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스물 두 살 대학생, 지나친 건강 염려증으로 신체적 증상까지 나타나는 마흔 살 여성, 후배 직원에게 폭언을 했다는 이유로 대기 발령을 받고 자책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마흔 살의 대기업 직원, 실수할까봐 두려워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마흔 살의 식당 주인, 직설적인 말투의 상사가 무서워서 괴로운 30대 직장인 등등... 정신과 상담 1만여 건 중에서 저자가 특별히 골라낸 40명의 사례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이었다. 저자는 각각의 사례에 대해 전문가의 구체적인 조언을 들려 준다. 그리고 예민성에 대한 자가 진단, 주요 우울증상에 대한 설명, 그리고 예민성을 줄이는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부록으로 수록된 ‘우울증 선별도구’ 역시 독자가 자신을 판단하고 그에 맞는 조언을 새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통해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 특이한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부류라는 것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예민한 사람이 스스로의 예민성을 잘 다루고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고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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