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
아쓰카와 다쓰미 지음, 이재원 옮김 / 리드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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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처참한 현장이었다……. 누구도 시신 가까이 가지 않았다. 가와지 교수가 사망했다는 건 너무나 명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이 방 안에, 눈에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이 숨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 중에서, p.49

 

세포 변이로 전신이 투명하게 변하는 투명인간병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투명인간화를 완전히 억제하기는 불가능해, 투명인간은 일반인들과 공생하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비투명화'할 의무가 있다.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염색하고, 투명인간화를 억제한다는 신약을 주기적으로 먹어야 한다. 몸이 투명한 채로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제대로 걸어 다닐 수도, 물건을 사러 갈 수도 없고, 직장도 구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투명 인간들은 보통 사람들처럼 보이기 위해 약을 먹고 비투명화되는 것을 일상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투명인간인 '나'는 어째서 자신들은 투명한 상태로 있는 걸 용납받지 못하는 건지, 투명인간은 투명한 것이 당연한데 왜 사회가 이걸 강제로 막으려는 건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투명인간화를 억제하는 신약을 개발 중인 일본 투명인간병 연구의 대가인 교수를 죽이기로 마음먹는다. 남편 몰래 투명인간 억제제를 버리고, 증거를 남기지 않고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경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도처에 문제점들이 잔뜩 있었고, 투명인간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투명인간이 살인을 계획하고 저지르는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진짜 재미는 살인 이후의 상황에서 벌어진다. 아내의 행적을 의심한 남편이 고용한 탐정과 함께 살인 사건 현장에서 나가지 못하게 된 투명인간은 과연 어떻게 밀실에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숨을 수 있을까. 표제작의 트릭은 아마 누구도 간파할 수 없을 것이라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기발한 설정과 아이디어에서 오는 재미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등골이 서늘했다. 여기서 도망쳐야 한다. 스구루를 데리고 둘이서 도망치자. 미치겠네, 하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우리는 탈출 게임을 하러 왔다. 이건 유희성이 짙은 놀이로, 어디까지나 지적인 쾌감을 충족시키기 위한 게임이다.
게임은 자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실제로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요만큼도 원한 적 없다.               - '13호 선실에서의 탈출' 중에서, p.247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인 아쓰카와 다쓰미는 현재 일본 미스터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이 작품은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이 미스터라기 대단하다 등을 비롯해 일본 미스터리 랭킹을 죄다 휩쓴 화제작이기도 하다. 표제작인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를 비롯해서 <6명의 열광하는 일본인들〉, <도청당한 살인>, <13호 선실에서의 탈출〉 이렇게 네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각각의 작품들은 모두 흥미로운 설정부터 시선을 사로 잡는다.

 

 

투명인간병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투명인간이 살인을 저지른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돌 그룹 팬끼리 다투다 살인 사건이 벌어졌는데, 배심원으로 소환된 사람들이 알고 보니 다들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팬이었다면? 뛰어난 청력을 가지고 있는 탐정 조수가 살인 현장의 소리를 통해서만 진상을 파악하고 추리를 해야 한다면 어떨까? 호화 유람선에서 벌어지는 방탈출 게임을 하러 갔다가 괴한에게 납치당해 실제로 방에 갇히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세포 변이로 전신이 투명하게 변하는 투명인간병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투명인간은 일반인들과 공생하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비투명화'할 의무가 있고, 그에 대한 불만으로 투명인간이 살인을 계획하게 된다는 스토리 자체도 흥미로웠고, 살인 이후의 상황에서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지니 꼭 작품을 읽어 보길 추천한다.

 

특수설정 미스터리란 현실적인 세계관이 아니라 SF나 호러, 판타지적인 비현실 소재를 결합하여, 그러한 비현실적 특수설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전제한 상황에서 추리를 하는 장르를 말한다. 이 작품에 수록된 각각의 이야기들은 전혀 다른 분위기와 설정으로 재미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작품에 수록된 네 편의 이야기는 모두 각각의 특수 설정과 논리를 가지고 있다. 재미면에서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지만 기발한 설정과 아이디어만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가는 본격 미스터리라는 토대 안에서 시리즈가 아닌 작품을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하는데, 단편이라 더욱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후반부에 각각의 작품들이 어떤 작품을 토대로 시작되었는지, 어떤 설정들을 가지고 만들어 졌는지에 대해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는데 그 과정 또한 아주 흥미롭다. 신선하고 색다른 미스터리를 만나고 싶다면, 이 작품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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