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쓰기 - 나의 단어로
대니 샤피로 지음, 한유주 옮김 / 마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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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말해도 모자라다.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 전일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심리학자이자 에이즈 연구원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로 새벽이 오기 전 첫 소설을 썼다. 한 학생은 편집자였는데 매일 출근하기 전 방해받지 않는 귀중한 한 시간을 할애해 첫 소설을 작업했다. 이처럼 집중력을 쏟는 한 시간 동안 많은 걸 이룰 수 있다. 그 시간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되고 신성한 리듬으로 자리할 때 특히 그렇다.      p.75

 

어떤 종류의 글이든, 글을 쓰려고 앉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빨래, 장보기, 청소, 영수증 정리, 옷장 정리 등등 눈만 돌리면 해야 할 일들이 있고, 거기에 어린 자녀까지 있다면 당장 해야만 하는 일들의 리스트는 거의 두 배로 길어지니 말이다. 게다가 어떻게든 글을 쓰려고 앉았다고 해도, 이메일 확인, 웹서핑, 쇼핑 등등 우리의 시선을 뺏는 것들이 도처에 산재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뭔가 글을 쓰고 싶다면, 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고 계속하고 싶다면,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대니 샤피로는 미국의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최근에 아버지에 대한 회고록으로 전미를 휩쓴 작가이다. 이 작품은 대니 샤피로가 글 쓰는 생활과 작가의 생계에 대해 쓴 책이다. 글을 쓰는 시간을 빼앗는 모든 자질구레한 일에 '인생의 벼룩'이란 이름을 붙인 그는 아마 오늘도 빈티지숍에서 구매한 장의자에 앉아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어떤 작가들은 단어를 세고, 또 어떤 작가들은 정해둔 쪽수를 채우고, 손으로 쓰고, 책상 앞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낸다. 대니 샤피로는 작가로 살아오는 동안 책을 쓸 때 하루에 세 쪽, 일주일에 닷새라는 패턴을 지켜왔다. 아침나절 대부분은 세 쪽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 쓴 걸 다시 살펴본다.

 

 

 

글을 쓰는 삶에서 가장 이상한 점 하나는 동굴 안팎 오가기와 같다는 것이다. 우리가 한창 작업하는 중이라면 우리가 속하는 유일한 장소는 동굴이다. 당연히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도 있다. 예컨대 끼니 거르지 않기, 아이 숙제 도와주기, 아니면 쓰레기 내다버리기 따위. 하지만 작가는 뭔가 쓰고 있을 때 집중력을 잃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작가는 동굴에서 불쑥 나와 좀 놀다가 춤추러 갔다가 다시 냉큼 동굴로 들어가지는 못한다. 우리는 작업에 온전히 주목해야 하고, 깊이 집중해야 하고, 최선의 자아가 되어야 한다.          p.199~200

 

대니 샤피로는 '작가로 살아간다는 건 이상하고, 어렵고, 영광이고, 파괴적이다. 날마다 치욕은 새롭고 거절은 끝이 없다'라고 말한다. 작가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하듯 매일 쓴다. 이 책은 매일 출퇴근하듯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현실적이고 담담하게 이야기해준다. 작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 무언가를 쓰고 싶어지도록 만들어 준다. 단어 하나를 쓰고, 그 다음 단어를, 또 다음 단어를 써 문장 하나가 완성될 때까지의 과정과 지치지 않고 계속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찰, 멈추지 않고, 혹은 멈췄다 다시 시작하도록 하는 생활에 대한 모든 사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말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글을 쓰고 싶은 기분이 마구마구 샘솟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 그것을 머릿속 생각이 아니라 행위로서 실제로 자리에 앉아서 하도록 등을 떠밀어 주는 책이니 말이다.

 

사람들은 놀라면서 묻는다. 어떻게 날마다 글을 쓰냐고. 대체 어디서 영감을 얻느냐고. 그에 대한 대니 샤피로의 대답은 이렇다. "제 일이니까요. 저는 날마다 같은 시간에 자리에 앉아 영감의 길목에 저를 내려놔요." 라고. 어떤 특정한 장소를 찾아가서, 영감이 떠오르길 기다리다가 찾아오면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게 아니라,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아야만, 매일 같은 시간에, 일정한 습관으로 그 행동을 만들어야만 영감이 온다고 말이다. 그가 글을 쓰는 일상엔 요가와 명상도 포함이 되는데, 사실 언제나 더 급한 일이 있기 때문에 매트를 펼치고 싶은 기분을 느낄 때가 많지는 않다고 한다. 그가 엄청난 인내력의 왕이라거나, 자기관리의 신이라서 그 습관들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대니 샤피로는 매트를 펼치고 싶은 기분이 들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저 몇 년째 해온 일을 그냥 계속 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게 바로 습관의 중요성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작가의 습관이며, 일, 규칙인 것이다. 무슨 일이든 직접 '실천'해야만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오로지 계속 썼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이 책은 대니 샤피로가 작가라 불리며 지내온 지 20여 년, 어릴 적부터 매일 글을 쓰며 살아온 지 40여 년이라는 시간을 모두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 수록된 80개의 이야기 조각들 모두 너무 아름답고도 반짝이는 통찰로 가득하다. 매 페이지마다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고, 읽고 또 읽어도 부족할 정도로 근사한 사유로 꽉 차 있다. 읽고 쓰는 것에 대한 가치를 믿는 이들에게, 뭔가를 써보고자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은 이들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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