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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가루 ㅣ 웅진 우리그림책 87
이명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2월
평점 :
아침 7시가 되면 알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달 토끼는 알람을 끄면서 안경을 쓰고, 블라인드를 올리고는 아침 식사를 한다. 치카를 하고는 구석에 놓인 커다란 자루를 보며 한참 모자라다고 중얼거리더니, 로보를 데리고 삽과 곡괭이를 들고는 밖으로 나간다.
오늘도 달 토끼는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씩씩하게 집을 나선다. 문 밖으로 나오면 보이는 것은 둥그런 크레이터 자국이 가득한 달의 표면. 저 멀리 푸르른 지구의 모습도 보인다.
달에 사는 토끼는 무슨 일을 하려는 걸까. 깡 깡 깡 깡 곡괭이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면서 달 토끼는 달 표면을 파낸다. 달 조각들이 툭툭 바닥에 떨어지면 조그만 로봇 로보가 바구니에 하나씩 주워 담는다. 달 토끼가 달을 파낼 수록 달 모양이 달라진다. 보름달에서 점점 초승달로 모양이 바뀌어 가는 것이다.
달 토끼는 15일 동안 달을 파서 모은 조각들을 절구에 넣고 쿵덕쿵덕 빻는다. 곱게 빻아 달 가루가 만들어 지면, 달 토끼는 가루들을 달 표면에 다시 심는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달 조각들이 자라서 보름달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달 조각들을 먹어 치우는 곰벌레이다. 처음에는 벌레처럼 작았던 곰벌레는, 달 가루를 야금야금 먹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코끼리보다 훨씬 커졌다. 곰벌레 때문에 점점 달 가루를 모으기 힘들어진 달 토끼는 참다 못해 곰벌레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그리고 그들의 기묘한 공존이 시작된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 '곰벌레'가 실제로 달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인 달 탐사선이 달 표면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에 달에 추락했는데, 그 우주선에 '곰벌레'가 있었던 것이다. 생존 능력이 아주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곰벌레는 그 뒤로 3년 동안 살아 남았을까? 지금쯤 달에서 뭘 하고 있을까?
달에 사는 토끼에 대한 전설은 어린 시절부터 각종 동화책에서 숱하게 만나온 이야기일 것이다. 밤마다 절구질을 하며 떡을 만드는 토끼의 모습은 인간의 상상력에서 비롯되었지만, 어쩐지 달에 가면 정말 토끼가 살고 있을 것 같았다. 이 작품은 바로 그 달에 사는 토끼에 대한 가장 신선하고, 독창적인 재해석이 아닐까 싶다. 달이 변화하는 모습을 너무도 근사한 은유로 표현해 내었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도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다.
특히나 문어와 애벌레의 중간 정도 모습을 하고 있는 핑크색의 커다란 곰벌레 캐릭터도 정말 인상적이다. 실제로 2019년 이스라엘 무인 달 탐사선 베레시트에 실어 갔던 ‘곰벌레’의 존재에서 시작되어 굉장히 사실적이면서도 만화 같은 재미를 준다. 너무 사랑스럽고, 유쾌하면서도 보는 내내 우주 여행이라도 하는 듯한 설레임을 안겨주는 그림책이었다. 먼 옛날 달에 살던 토끼가 지금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