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니코마코스 윤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2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2월
평점 :
우리는 좋거나 나쁜 것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와 관련해서는 이성적으로 선택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며 누구에게 이로운지, 어떻게 이로운지에 관해서는 의견을 갖는다. 어떤 것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와 관련해서는 의견을 갖지 않는다. 이성적 선택은 그 자체가 옳기 때문이 아니라 옳은 것을 선택하므로 칭찬을 받지만, 의견은 진실에 부합하므로 칭찬을 받는다. 그리고 우리는 좋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성적 선택을 하지만, 좋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을 가진다. p.97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아들인 니코마코스가 아버지의 강의를 정리해서 썼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저작은 제자인 에우데무스가 정리한 <에우데모스 윤리학>과 아들이 정리한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있다. 두 저작의 일부가 내용이 공통이라, 1차로 에우데모스가 스승의 강의를 필기했고, 니코마코스가 다시 원고를 정리해서 이 책이 나왔다는 설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 시학, 형이상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그에 관련된 저작들을 남겼다. 스승인 플라톤과 함께 서양철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큼, 그의 책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많이 읽히고 있다.
그렇다면 윤리학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하는 행동에 대한 도덕적인 가치판단, 즉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여러 문제와 규범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여기서 '좋음'이라는 것은 '선'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고, 본성에 부합하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의미라고 한다. 인간은 모든 행위에서 '좋음'을 추구하게 마련인데, 사실 그것이 모두 '선'이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좋음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방식, 그 자체로 좋음인 것이란 무엇을 말하는가에 대한 추적은 결국 행복에 대한 우리의 정의로 이어진다. 그리고 행복은 완전한 미덕에 따른 혼의 활동이므로, 미덕에 대해 살펴보기 시작하는데, 이는 도덕적 미덕과 다른 미덕들에 대해, 미덕과 악덕, 절제와 무절제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된다. 마치 끝말잇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개념들이 연결되어 한번 읽기 시작하면 백페이지는 거뜬하게 술술 넘어가는 마성의 책이었다.
사람이 누구를 사랑하는지를 알게 되면 앞서 말한 그런 문제가 즉시 분명해진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할 만한 것을 사랑하고, 그렇게 사랑할 만한 것은 좋거나 즐겁거나 유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유익한 것은 좋음이나 즐거움을 만들어내므로, 좋음과 즐거움이 사랑할 만한 대상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을 사랑하는가, 아니면 자기 자신에게 좋은 것을 사랑하는가? 이 둘은 종종 서로 다르다. p.302~303
이 책은 인간에게 '좋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서두를 시작했었다. 그 과정에서 인간에게 좋음이란 '행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인간의 본성에 들어맞는 행복의 조건을 찾고, 행복에 관한 정의라는 개념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겉모습을 넘어 미덕과 중용, 지성과 행동, 이성 등을 두루두루 살펴보게 된다. 좋음이란 의술에서는 건강이고, 병법에서는 승리이며, 건축학에서는 집이니, 모든 행위와 선택의 목적이 바로 좋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은 이 목적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한다.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서 일하고, 가족을 만들고,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미덕에 관해 설명한 뒤 즐거움과 행복에 관한 논의로 끝을 맺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보는 행복이란, 어떤 다른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사람들이 선택할 만한 것이고, 아무것도 부족함 없이 자족적이어서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이다. (p.429)' 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은 후반부에 수록된 해제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애와 저작,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주제와 전개 등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고, 380개의 세심한 각주와 중요한 용어와 개념에 대해서도 별도로 수록되어 있어 읽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와준다. 기존에 출간되었던 <니코마코스 윤리학> 번역본들은 다소 난해하다는 평이 많았던 반면에, 현대지성 클래식 버전은 번역이 훌륭해 누구라도 쉽고, 편하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개념과 논증 방식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2,300여 년이라는 시간적 격차를 넘어서, 바로 지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개념으로 읽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