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99
제프 린지 지음, 고유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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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수고였다. 무엇 하나도, 썩은 쥐똥만 한 가치도 없었다.
젠장, 들어갈 틈이 없었다. 나조차도. 라일리 울프. 보물 탈취의 귀재. 절도왕.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도둑. 하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도가 될 수 있는 문턱에서 완전히 막혀버렸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하지만 나는 들어갈 수 없었다. 절대로.      p.57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게가 12.5톤이나 되는 동상을 훔치고, 억만장자를 보란듯이 납치할 수 있는 남자가 있다. 얼핏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아무렇지 않게 해치울 수 있는 전대미문의 도둑, 바로 라일리 울프이다. 그는 파쿠르의 실력자로 마치 스파이더맨이라도 된 것처럼 건물을 넘나들며 도심을 누비고, 아는 사람조차 못 알아보게 할 정도로 변장술의 귀재이기도 하다. 그가 이번에 표적으로 삼은 것은 바로 세계 최대의 핑크 다이아몬드인 다리야에누르이다. 이란 황실의 보물로 미국과 이란이 국가 관계 개선을 위해 국보를 상호 교환 전시하기로 결정해 뉴욕의 에버하르트 박물관에 올 예정이다.

 

문제는 에버하르트 박물관에 최첨단 전자 보안 시스템이 설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노련한 특수부대 출신의 블랙해트 대원들과 살인마나 다름없는 혁명수비대 미치광이들이 밤낮으로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듣도 보도 못한 보안 장치를 통과해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보석들을 훔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미친 짓이 틀림없다. 누구라도 자멸할 게 분명한, 절대 성공하지 못할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라일리 울프는 자신만만하게 그 불가능한 프로젝트에 뛰어 든다. 과연 라일리 울프는 150억 달러짜리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우리는 역사를 만들 거야. 불가능한 일을 할 거라고. 경찰이든 도둑이든, 우리가 그 일을 할 거라고 상상할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걸. 나조차도! 다만......" 나는 숨을 들이마시고 그 생각을 하며 입맛을 다셨다. 모니크도 흥분을 맛볼 차례였다.
"다만 뭐예요, 라일리?" 모니크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 역시 부드럽고 허스키하게 변했다.
"다만..... 우리는 그걸 할 거야." 내가 말했다.        p.278

 

미드 〈덱스터〉의 원작자로 유명한 제프 린지의 신작으로 천재적인 도둑 라일리 울프의 활약상을 담은 케이퍼 픽션이다. 국내에도 덱스터 시리즈가 여러 권 출간되었지만 꽤 오래 전이라 현재는 절판 상태이다. 그러니 제프 린지의 작품이 궁금했다면 굉장히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제프 린지가 창조한 캐릭터 '덱스터'는 안티 히어로였다. 법이 처벌해주지 않는 범죄자들을 응징해서 직접 처벌할 수 있는 그런 존재였으니 말이다. 덱스터는 경찰 소속 혈흔 분석가이지만, 세상의 '연쇄 살인범'을 대상으로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캐릭터였다. 살인을 저지르지만, 법의 테두리를 무시하고, 사회의 악을 숙청한다는 의미에서는 '안티히어로'로서는 최고의 영웅이기도 했다. 그러니 그가 새롭게 창조한 캐릭터가 어떤 인물일지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번 작품은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이므로, 덱스터 시리즈를 모르더라도 상관없다. 이번 작품으로 제프 린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겠지만 말이다.

 

<오션스 일레븐>, <도둑들>, <나우 유 씨 미>, <범죄의 재구성> 등 대부분의 케이퍼 무비에서는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주인공뿐만 아니라 여러 조연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케이퍼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조력자 한 명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주인공이 혼자서 모든 단계를 해치운다. 그는 혼자서 장애물과 방해물, 걸림돌, 골칫거리, 핸디캡 등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한다. 하지만 이름을 바꾸고, 모습과 행동까지 완벽하게 달라진 상태에서 다른 인물이 되어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절대 살인은 하지 않는 뤼팽에 비해 라일리는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압도적인 캐릭터의 매력은 ‘21세기의 뤼팽’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몇 년 째 그를 쫓고 있는 BI 요원 델가도의 이야기가 교차 진행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라일리의 과거와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를 더해준다. 이 작품의 원제는 'Just watch me'이다. 내가 뭘 해내는지, 내가 어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지, 그냥 날 지켜보라는 거다. 이 작품은 ‘라일리 울프 시리즈’로 이어질 첫 번째 이야기였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Fool Me Twice'도 곧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해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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