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공부 - 공부는 모든 일상 속에 있다 이다의 이유 4
정조 지음, 정창권 엮음 / 이다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정조는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무척 좋아했다. 특히 세손 시절에는 늘 암살 위협에 시달렸기 때문에 밤을 새워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을 지켜냈다고 한다. 그는 즉위해서도 공무가 끝나면 밤늦게까지 가만히 앉아 책을 읽었는데, 건강을 해칠까 신하들이 걱정할 정도였다... 또한 그는 정사를 보느라 책 읽는 시간이 없는 것을 항상 안타까워했다. 그의 독서법은 체계적이었다. 그는 일과를 정해 놓고 규칙적으로 책을 읽었으며, 책을 읽고 나면 좋은 문장을 뽑아 적어 두는 '초록'을 만들곤 했다.      p.108

 

우리 시대를 새롭게 들여다보는 명저를 선정해 출간되는 '이다의 이유'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방>과 <에밀 졸라의 진실>에 이어 <나혜석의 고백>과 <정조의 공부>가 출간되었다.

 

정조는 사도세자와 혜경궁홍씨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할아버지인 영조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덕분에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고 군주로서 입지를 견고히 하기 위해 누구보다 배우고 익히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학자 군주였다. 이러한 그의 면모는 그의 어록집 <일득록>에 잘 드러나 있다. 이는 규장각 신하들이 평소에 보고 들은 정조의 언행을 기록한 어록집으로 총 18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정조의 어록집에서 가려 뽑아, 새롭게 엮은 것이다.

 

상이 규장각에서 밤을 지냈는데, 밤이 깊어 가자 달빛이 더욱 밝아져서 소나무와 대나무의 그림자가 교차하였다. 이에 규장각에 있던 신하들을 불러들여 말씀하셨다.
"나는 글 읽는 소리를 듣기 좋아한다. 밤이 늦도록 등잔불을 밝혀 놓고 무릎을 쳐서 장단에 맞춰 글을 읽는다면 음악을 연주하는 것에 못지않을 것이다."          p.208

 

이 책에는 수록된 정조의 어륵들에는 배움에 임하는 자세, 진실 되고 올곧고자 하는 마음가짐, 옳고 그름에 대한 강직함, 나아가 그가 이루고자 한 국가의 경영 철학이 깃들어져 있다. 특히나 공부에 임하는 이유와 태도가 잘 드러나 있는 부분이 많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공부는 별다른 것이 아니고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있다는 것, 옷을 입을 때와 밥을 먹을 때도 모두 배울 수 있다는 것, 배움이란 날마다 일상적으로 실행하는 데에 있는 간단하면서도 가까운 것이라는 점과 공부하는 것은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두 가지 일에 불과하다는 것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와 닿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많이 읽기 보다는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기를 권장하고, 책을 읽고 나면  초록을 만들어 두고 수시로 펼쳐 본다는 독서법 또한 인상적이었다.

 

정조의 어록들은 사족이 필요 없을 만큼 명쾌하고 수준이 높아 어쭙잖은 평성을 붙이기보다는 각 어록을 충실히 옮기는 데 주력했다고 하는데, 덕분에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오고, 이해하기 쉽도록 잘 정리가 되어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가독성이 뛰어난 편집과 구성으로 되어 있어 매일 한두 페이지씩,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는 것도 좋을 것 같고, 한 토막씩 필사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과 함께 새해에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은 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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