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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미세스 - 정유정 작가 강력 추천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7월
평점 :
이 집에는 뭔가 기분 나쁜 구석이 있다.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거슬리는 무언가가 있지만 도무지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지붕이 있는 현관 테라스가 집 너비만큼 탁 트여 있어 겉으로 보기에 전원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데다 정사각형 모양의 벽마다 창문이 나란히 있어 근사하기까지 했다... 외관으로만 보면 꺼릴 구석이 없는 집이었다. 하지만 나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다. 어쩌면 집처럼 우중충한 잿빛 날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p.7
의사인 세이디는 남편, 아들과 함께 외딴 섬의 오래된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온다. 집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뭔가 불안하고 거슬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 전혀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떠밀리듯 오게 되었다. 남편 윌의 외도, 아들 오토의 학교 문제와 병원에서 있었던 의료 사고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던 중이었고, 윌의 누나 앨리스가 죽고 홀로 남겨진 조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누나는 집과 상속 재산, 계좌에 남은 얼마의 돈을 유산으로 남겼고, 열여섯 살의 조카가 열여덟 성인이 될 때까지 돌봐주는 것이 조건이었다. 하지만 앨리스의 딸 이모젠은 새로운 가족에게 적개심이 가득했고, 섬에서의 고립된 삶 역시 쉽지가 않았다. 늦은 밤 마지막 페리가 떠나면 말 그대로 섬에 갇혀 나가지 못한다는 현실 또한 세이디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이웃집 여자가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는다. 너무 가까이에서 벌어진 비극적이고 참혹한 사건 앞에서 세이디의 가족은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었고, 이모젠은 점점 수상한 행동을 보였고, 세이디의 주변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한편 세이디의 룸메이트였던 친구 카밀은 세이디의 남편인 윌과 불륜관계이다. 사실 카밀이 윌을 세이디보다 먼저 만나 호감을 가졌지만, 우연한 기회로 세이디와 윌이 알게 됐고 결국 결혼까지 어이지게 된 거였다. 카밀은 화가 났고, 질투심으로 인해 윌을 적극적으로 유혹하며 점점 그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모르셨습니까, 닥터 파우스트? 여성이 항상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것은 아닙니다. 가해자일 때도 있지요. 가정폭력이라 하면 보통 아내를 때리는 남자를 먼저 떠올리지만 반대의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여러 연구에 따르면 불안정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폭력 사건의 50퍼센트 이상이 여성이 먼저 시작한 경우라고 합니다. 미국 내 살인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은 질투심이죠."
그의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p.293
이야기는 세 여자의 시점으로 교차 진행된다. 가족들과 함께 섬으로 이사를 오게 된 세이디와 그녀의 친구 카밀, 그리고 엄마를 여의고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는 어린 소녀 마우스의 시점이다. 마우스는 아빠와 둘이 사는 생활이 행복했지만, 곧 새엄마가 생겼고, 아빠가 출장을 위해 집을 비울 때마다 새엄마는 폭언과 폭행으로 아이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마우스는 아빠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아빠가 새엄마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기에 차마 그 행복을 깨뜨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새엄마의 태도는 점점 심해졌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과연 세이디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실체는 무엇이며, 카밀과 윌의 관계는 어떻게 지속될 것이고, 마우스는 새엄마에게 반격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행동들로 인해 점점 사건의 용의자가 되어가는 세이디의 절망과 윌을 완전히 가질 수 없어 슬픈 카밀의 외로움, 그리고 어린아이로서 감당하기 힘든 일들에 직면한 마우스의 부서진 마음은 어떻게 될까.
이 작품은 <굿 걸>이라는 작품으로 만났던 메리 쿠비카의 신작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정유정 작가가 극찬을 한 추천평으로 더 화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쓰겠다고 결심했으나 아직 못 쓴 게 아니라, 생각조차 못 해봤으면서 빼앗긴 것처럼 억울한 이야기. 어찌나 힘을 주고 봤는지, 다 읽고 나면 온 몸이 뻐근해지는 이야기, 밤을 새워 폭주해버린 후, 나는 이렇게 못 쓰겠다고 손들고 마는 이야기'라고 했으니 이 추천평만으로도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이 꽤 많을 것이다. 오백 페이지가 넘는 꽤나 두툼한 분량의 이 작품은 중반이 훌쩍 지날 때까지도 그리 특별할 게 없다. 세 여성 캐릭터의 시선으로 교차 진행되는 방식이나, 각각의 인물들이 처해있는 상황, 성격 등은 여타의 스릴러에서 숱하게 보아왔던 그것과 크게 다를 게 없으니 말이다. 이 작품의 탁월함은 후반부에 있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깜짝쇼를 위한 반전이 아니라 전체 이야기의 구조 자체를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한 방이 후반부에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꼼꼼하게 설계된 복선들이 구석구석 포진하고 있다. 독자들이 그걸 처음부터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비슷비슷한 심리 스릴러에 지쳤다면, 독창적인 구성과 절묘하게 구축한 플롯으로 정유정 작가의 극찬을 받은 작품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