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놀이 스콜라 어린이문고 37
이나영 지음, 애슝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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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기가 막혀서... 상처 놀인지 그거 아직도 하는 거야?"
선생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평소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선생님이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이었다. 가영이가 조심스럽게 상처 그림이 그려진 손을 책상 아래로 숨겼다.
"그런 건 놀이가 아니야. 너네한텐 장난일지 모르지만 진짜 상처가 있는 사람한테는 끔찍한 고통이라는 걸 생각해. 그리고 그딴 거 만들어서 뭐 하려고 그러니?"    p.33

 

'상처 놀이'라니. 상처가 어떻게 놀이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제목이다. 제목을 보고 자연스레 몇 해전부터 청소년들 사이에 SNS를 통해 자해 인증을 하는 게 유행이라는 기사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상처 놀이는 자해까지는 아니지만, 스스로 자기 몸에 상처를 그리는 놀이라고 한다. 자연스레 아이들은 왜 상처로 놀이를 하게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시원이와 엄마는 아빠의 폭력을 피해 현관문을 열고 도망을 가는 일이 잦았다. 두 사람은 아빠를 피해 나갈 때를 대비해 외출복과 지갑을 미리 챙겨두곤 했다. 시원이는 아빠가 원망스러웠고, 자신과 엄마에게도 다시 행복한 날이 올지 의문이었다. 다음날 찜질방에서 곧바로 학교에 간 시원이는 짝꿍인 가영이 주변에 아이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본다. 가영이는 자기 손에 가짜 상처를 그려놓고 으스대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시원이는 엄마와 자기 몸에 있는 진짜 상처들이 생각나 짜증이 났다.

 

상처는 징그러운 게 아니라 아픈 거고, 상처는 놀이가 될 수 없다고 시원이는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상처 놀이에 열광했고, 시원이는 가영이와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시원이는 이제껏 식물이 말을 한다는 얘기는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었다.
"목이 마르면 시들어서 물을 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햇볕이 부족하면 노랗게 색이 변하거든. 그럼 그때 물을 주고 햇볕을 쬐게 하면 돼. 물론 그렇게 되기 전에 보살피는 사람이 잘해야 하지. 얘네들이 무조건 참고 기다리기만 할 순 없잖아."    p.101

 

며칠 뒤, 선생님의 부탁으로 시원이는 가영이와 함께 시든 화분을 옮기는 일을 돕게 된다. 커다란 비닐하우스로 된 화원은 '비밀의 화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 시원이는 그곳에서 화초 돌보는 일을 하게 되는데, 가영이와는 여전히 티격태격했지만 식물을 키우면서 점점 그곳이 더 편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화원에 불이 나고 그들의 아지트는 철골 구조물만 남은 채 타버리고 만다.

 

과연 불이 난 이유는 무엇이며, 가영이의 알 수 없는 행동들은 어떻게 된 걸까. 시원이는 가영이와 가까워질 수 있을까? 시원이네 가족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약을 바르거나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되는 몸의 상처도 있지만, 마음까지 병들게 하는 보이지 않는 상처도 있다. 가영이도, 시원이도 각각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기에 타인이 헤아려주기도 어렵고, 스스로 이겨 내거나 떨쳐 내기도 쉽지가 않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려 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 그러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렇게 받은 상처로 인해 아예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아이들이 실제로 얼마나 많을까 싶은 생각이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작품은 부모님의 폭력과 무관심에 상처받은 두 아이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상처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자신의 진짜 상처를 들킬까 봐 마음을 감추고 문을 닫아 버린 아이와 가짜 상처를 그려 상처 놀이로라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은 아이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외롭고, 힘겹다. 극중 가영이와 시원이가 각각의 상처를 어떻게 느끼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면서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영이와 시원이도 용기를 내고,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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