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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른 채 부모는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오연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평점 :

아이의 행동에 화가 나고 미워 보이기까지 한다면 그것은 아이가 미운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싫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이가 정리를 안 할 때 특히 화난다면 어릴 때 정리하지 않아서 크게 혼난 적이 있는지, 아이가 쭈뼛거릴 때마다 또래 관계가 힘들었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 다그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이유를 찾았다면 어린 시절의 나한테 얘기해주세요... 내가 인정하기 싫은 나의 모습을 내가 다독이고 사랑해줘야... 내 아이에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p.48
처음부터 부모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기에, 누구나 다 육아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좌절하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하게 되는 것 같다. 아이는 언제나 내 맘 같지 않고, 어디선가 배운 대로 아이에게 잘해보려고 해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마음의 여유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온갖 매체에서, 각종 책에서 육아에 관련된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이지만, 사실 이론으로 배우는 육아 정보란 사실 현실과는 어느 정도 괴리가 있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고, 성격도, 행동도, 사고방식도 아이마다 모두 다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나 역시 육아와 관련된 서적을 꽤나 많이 섭렵한 편이지만, 실제로 그 정보들이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던 차에 티비 프로그램 '금쪽 같은 내 새끼'에서 오은영 박사가 아이의 문제를 부모의 어린 시절로 연결시켜 원인을 파악하고, 부모에게 위로를 해주는 것을 보고 눈물이 핑 돈 적이 있다. 왜 내가 그 동안 숱하게 읽었던 육아서에서는 이런 얘기를 들려준 적이 없었을까 아쉽기도 했고 말이다. 이번에 만난 아동 발달 및 부모 교육 전문가, 오연경 박사의 첫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아쉬움들이 해소되는 듯한 기분, 부모로서 위로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육아서는 처음이었기에, 왜 이제야 이런 책을 만났나 싶은 마음도 들어서 아이때문에 고민 중인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었다.

많은 부모가 사랑을 표현할 타이밍을 놓칩니다. 아이가 다가올 때 반갑게 반응해줘야 하는데 설거지를 한다고 "잠깐만!" 같은 거부적 표현으로 첫 번째 타이밍을 놓칩니다. 하원 후에는 일방적으로 아이에게 궁금한 일을 물어보느라, 밥 먹이고 씻기느라 두 번째 타이밍도 놓칩니다. 심심하다고 투덜대는 아이에게 다가가면 놀아달라고 할 것 같아 피하면서 세 번째 타이밍까지 놓쳐버리죠... 애정 표현을 해야 할 타이밍은 부모의 상황에 따라 여유로울 때나 아이가 귀여워 보일 때가 아닙니다. 힘들더라도 아이가 원할 때, 아이의 입장에서 부모를 필요로 할 때라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p.229~230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란 없을 것이다. 세상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 사랑을 얼마나 자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느냐가 마음의 크기보다 더 중요하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전혀 모른 채 부모가 하고 싶은 대로만, 자기 방식대로만 사랑을 표현한다면 부모 자식 사이에도 오해가 쌓이고 갈등이 깊어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책을 읽다가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운데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다면 '어린 시절에 부모와 눈을 맞추고 따뜻한 말을 많이 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내가 많이 힘들었구나' 하고 나 자신을 먼저 위로해주라는 대목에서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부모도 사랑을 표현하는 데 서툴 수 있다. 서툰 부모의 잘못을 말하기 전에 먼저 보듬어 주는 방식의 육아서를 만난 적이 없기에 놀랍기도 했고, 뭉클한 기분도 들었다.
특히나 이 책은 사랑과 훈육 사이에서 갈팡질팡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아이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오해 없는 훈육으로, 부모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가 알아듣기 쉽도록, 아이가 바라는 말과 행동으로 부모의 마음을 표현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모든 다는 것.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무리 깊어도 그것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부모도 아이를 위해 여전히 공부하고, 연습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자신이 있는 그대로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는 믿음을 견고하게 다져줄 수 있는 실용적 육아 노하우들을 가슴에 새겨 두었다. 아이에게도 세상 모든 것이 처음이지만, 엄마도 마찬가지로 매 순간이 처음 겪는 일들 투성이라 너무도 어렵기만 한 것이 당연하다. 그럴 때 이 책이 곁에 있다면,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 이끌어 줄 것 같다. 아무리 애써도 아이의 마음을 읽기 어려운 세상의 많은 부모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