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자클린 퍼비.스튜어트 조이 지음, 이현수 외 옮김 / 본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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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의 모든 영화들 중 <인셉션>은 영화 만들기에 대한 가장 명백한 비유를 담고 있다. <인셉션>은 사기꾼 영화의 일반적인 극적 비유들을 담고 있으며, 그것들을 영화 제작 스탭들의 알레고리로 만들어낸다. 또한 공유된 꿈의 전제를 꿈의 주관적 경험과 극영화의 주관적 경험 사이의 유사성을 드러내는데 사용한다.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꿈의 효과는, 특히 <프레스티지>에서 사용되었던 놀란의 특징적인 내러티브 장치의 영화적 복제를 가능케 한다.      p.114

 

<메멘토>, <인썸니아>, <인셉션>, <다크 나이트> 3부작, <인터스텔라>, <덩케르트>, <테넷> 등을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들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들은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확보했다고 평가받는다. 개인적으로는 배트맨 시리즈를 범죄 느와르로 재탄생시킨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보고 완전 팬이 되었다. 이후에 만들어진 꿈과 현실에 대한 영화 <인셉션>으로 압도적인 스토리텔링과 영상미를 보여주어 그야말로 믿고 보는 감독이 되었다. 국내에서는 <인터스텔라>라는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천만 관객을 돌파한 세 번째 외국 영화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가장 최근작으로 작년에 개봉한 <테넷>은 물리학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관객 수가 200만에 육박했다. 전세계적으로는 놀란의 작품들 중에 최초로 흥행에 실패했다고는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인버전이라는 신선한 이야기만으로도 여전히 놀란다운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만난 책은 월플라워 출판사(Wallflower press)에서 출간한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 시리즈로 현존하는 영화감독 중 가장 실험적이고 독특한 장르를 개척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를 분석한 글들을 모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을 둘러싼 비평, 각각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 음악, 시간, 퍼즐, 트라우마로서 읽어내는 미학적인 분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책이었다.

 

 

 

주인공의 거짓성은 모든 이해에서 잘못된 이해가 수행하는 역할을 묘사하고자 하는 놀란의 노력의 기초가 된다. 영화감독은 단순히 영화의 다이제틱 현실에서 나타나는 거짓말 묘사할 수는 없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관객들이 이 거짓과 거리를 두고 그 필요성의 인식을 피하려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거짓에 대한 영화는 거짓에 대한 진실을 보여주려는 시도를 통해 진실을 최고 가치로 두고 탐구되는 형태로 남아야 한다. 관객들을 속이고 그 후 이 속임수의 이유를 드러내는 방식으로만, 영화감독은 거짓이 우선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p.381

 

크리스토퍼 놀란의 전 작품이 만들어내는 프리즘에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고 있는 이 책의 글들은 모두 열 일곱 편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다크나이트>와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의 아이맥스, <인셉션>과 <프레스티지>에 나타난 영화 제작 알레고리, <메멘토>의 포스트모던 누아르 판타지, <인썸니아>와 억압된 것의 귀환, <미행>의 실존주의적 시간성, <인터스텔라>에서 다루는 시간 여행에 대한 집착, <인셉션>에서 음악의 기호적 역할과 비디오 게임 로직 등등... 마치 퍼즐처럼 느껴지는 놀란의 작품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글들이었다.

 

영화는 단지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체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시각적인 볼거리와 지적인 퍼즐이 동시에 존재하는 놀란의 영화들이야말로 그에 걸맞는 작품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의 작품들은 여러 번 관람하게 만드는 지적인 유희가 존재하고, 카메라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의 스펙터클함도 빠지지 않는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들 중에 가장 좋아하는 <인셉션>이 2010년, <다크 나이트>가 2008년 작이었다. 당시에 굉장히 여러 번 보았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오래 지나 디테일한 부분들은 많이 잊고 있었다. 이 책에 수록된 관련 글들을 읽으면서 새록새록 당시의 기억들과 장면들이 떠올라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대부분 영화에 대한 글도 즐겨 읽는다. 영화 비평 혹은 리뷰라는 형태로 전문가가 아닌 이들도 영화에 대한 글들을 쓰게 되는 이유도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기사나 네티즌들의 글로만 접했던 영화에 대한 글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 이 책에 수록된 분석, 비평 글들이다. 그러니 놀란의 영화들을 좋아한다면, 이 책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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