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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시라이 사토시 지음, 오시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자본론>에 이 부분은 무척 난해하게 쓰여 있다. 몇 번을 읽어도 헷갈리기 십상이다. 16시간 중 절반이 필요 노동시간이고 나머지 절반은 잉여 노동시간이라면, 8시간 일하고 난 뒤 '나를 위한 노동시간은 이제 끝났어. 나는 착취당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제 집에 가겠어.'라고 할 수도 있다는 인상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 노동시간이 단축되었다고 착취가 사라지는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현재 일본의 표준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인데, 노동시간이 16시간에서 8시간이 되었다고 해서 착취가 사라진 걸까? 그렇지 않다. p.128
<동물기>로 유명한 영국 태생의 박물학자 어니스트 시튼은 어른이 되고 나서 아버지로부터 출산 비용을 비롯해 식비, 학비 등 갖가지 영수증을 받았다. 시튼의 아버지는 '너를 키우느라 돈이 이렇게 많이 들었으니, 그 비용을 내놔라'고 했고, 그는 몇 년에 걸쳐 그 돈을 송금한 뒤 아버지와의 인연을 끊었다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당연하다. 시튼의 아버지는 자식을 키우는 데 든 비용과 노동력에 대한 대가를 요구했고, 자신의 노력을 상품으로서 제시했다. 이는 돈이 지불되면 너와 나 사이에는 아무 관계도 남지 않는다는 선언과 다를 바가 없고, 시튼은 그 말에 응한 것이니 말이다. 시튼이 아버지와 절연하게 된 사연은 다소 극단적이긴 하지만, 상품 교환과 경제적 거래라는 '자본주의'라는 개념을 명백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쓴 것은 19세기였고, 이미 150년이 지났음에도 그 내용은 여전히 유효하다. 자본주의의 근본적 작동 방식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론>은 어렵고 방대하고, 분량도 많아서 읽기 쉽지 않다. 이 책의 저자인 시라이 사토시는 <자본론>의 핵심만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총 세 권으로 구성된 <자본론> 중에서 마르크스가 직접 출간한 1권에 기초적인 개념이 나오고 가장 중요하므로, 이 책 역시 1권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것이 자본제 사회의 어이없는 역설이다. 생산력을 폭발적으로 향상시키고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이룩했지만 그 한가운데에서 빈곤함을 만들어낸다. 이미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시사한 바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의 교환가치를 실현하여 가치를 증식하는 일이므로 사용가치에 관해서는 무관심해진다고 했다. 교환가치는 양적인 것이고 사용가치는 질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의 내재 논리에 비추어보면 필연적으로 양은 점점 풍부해지고 질은 점점 떨어진다. p.271
이미 오래 전부터 전 세계 노동자가 처한 상황은 점점 가혹해지고 있으며, 사회적 격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그 속에서 세상을 뒤덮은 사회 시스템은 자본주의이니 이러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믿을 만한 지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기가 되는 지도는 바로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다. 이 책은 자본제 사회의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서 상품의 의미, 신자유주의, 부와 노동의 가치, 계급 투쟁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의 구조와 원리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이자,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이해하기 위한 길잡이가 되어 현대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현상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는데 왜 우리는 중세 시대 사람들보다 더 많이 일하는지,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이라는데 왜 살기는 더 힘든 것 같은지, 죽도록 노력해도 왜 인생은 바뀌지 않는지, 돈 많은 사람이 더 쉽게 돈을 버는 구조가 과연 공평한 것인지,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은 뭔지.. 우리가 일상에서 직면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와 메커니즘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 이 책 속에 있다. 왜 지금 마르크스를 읽어야 하는지, <자본론>의 매력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