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허밍버드 클래식 M 2
메리 셸리 지음, 김하나 옮김 / 허밍버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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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우리는 만들어지다 만 불완전한 존재요. 우리보다 더 현명한, 더 나은, 더 소중한 존재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우리가 날 때부터 가진 나약함과 결점을 없애 주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완전해질 수 없겠지. 우리를 완전하게 만들어 주는 존재가 모름지기 벗 아니겠소. 내게도 한때는 벗이 있었소. 그 누구보다 훌륭한 사람이었소. 그 덕에 내가 이렇게 우정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거요. 당신에겐 희망이 있고, 나아갈 세상이 눈앞에 있소. 당신에겐 절망할 이유가 없소. 하지만 나는, 나는 모든 것을 잃었고, 삶을 새로이 시작할 수가 없소."      p.48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에게 세상은 어떻게든 밝혀내고 싶은 비밀과도 같았다. 어린 시절부터 숨겨진 자연법칙에 대한 호기심과 현상의 원인에 대한 탐구에 관심이 많았다.  유복한 환경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가 가끔 성질을 부리거나 떼쓰는 경우는 바로 배움을 향한 열망 때문이었다. 그가 알고 싶었던 것은 하늘과 땅의 섭리였고, 인간에게 정말 영혼이 깃들어 있는지도 궁금했다. 대학에 가서 과학에 전념하게 되면서 화학과 생리학 연구에 몰두한 그는 결국 생명과 그 탄생의 원리를 알아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무생물에 생명을 줄 수 있는 원리를 발견하게 된다.

 

신경섬유, 근육, 혈관 등 복잡한 인체 구조를 연결하고 조립해야 하는, 상상도 하기 힘든 어려운 작업을 거쳐 탄생하게 된 것은 바로 괴기스러운 형상의 피조물이었다. 사람의 시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실험을 시작해, 결국 완전히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조립된 인체에 생명을 불어넣겠단 일념으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연구에 매진한 프랑켄슈타인이 마주한 것은 두려움과 역겨움을 안겨주는 끔찍한 존재였다. 자신이 만들어 낸 피조물의 모습을 도저히 참고 바라볼 수 없었던 그는 연구실을 박차고 나오게 되고, 버려진 괴물은 무방비 상태로 세상에 나타난다. 흉물스러운 모습 때문에 인간들의 혐오와 분노, 폭력에 맞닥뜨리며 근근이 생명을 이어가던 괴물은 자신을 만든 창조주에 대한 복수심을 가지게 된다.

 

 

 

"절 이런 식으로 맞이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보기 흉한 것을 싫어합니다. 그러니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끔찍한 몰골의 저는 지탄의 대상일 수밖에 없을 테죠. 당신도 저를 역겨워하며 말을 섞으려 하지 않잖습니까. 하지만 당신은, 저의 창조주이신 당신은, 피조물인 저와 단단히 엮여 있습니다. 우리의 관계는 당신이나 저, 둘 중 하나가 죽기 전까지 끊기지 않습니다. 당신은 제 숨통을 끊고자 하죠. 어떻게 당신은 한 생명을 그리고 가벼이 여긴단 말입니까? 당신이 창조주의 의무를 다해준다면, 저 역시 당신과 인류에게 제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p.177

 

이 작품은 영화로 여러 번 각색되었을 뿐 아니라 이후에 등장한 여러 과학소설과 공포영화에 큰 영향을 끼친, 최초의 과학소설이다. 극중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창조해냈고, 프랑켄슈타인을 창조한 메리 셸리는 그야말로 괴물 같은 소설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이후에 등장한 거의 모든 미치거나 사악한 과학자 캐릭터의 전형이 되었으니 말이다. 1818년 메리 셸리가 맨 처음 이 작품을 익명으로 발표했을 때 그녀의 나이는 불과 스물한 살이었다. 그녀는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묘한 두려움을 건드려 오싹한 공포를 일깨우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무서워서 주위를 둘러볼 수도 없게 만드는, 읽으면서 피가 얼어붙고 가슴이 두근대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그녀의 의도대로 놀라운 작품이 탄생했고, <프랑켄슈타인>은 1931년에 영화로 제작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이 처음부터 악한 존재였던 것은 아니다. 보기 흉한 모습 때문에,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인간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핍박 받으며 고립되어 살게 만든 사회가 그를 진짜 괴물로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괴물이 저지른 행동들을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분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을 만하니 말이다. 비록 고통만 더해 가는 삶이라도, 산다는 것이 괴물에게도 소중한 일이었다. 그러니 우리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애초에 선하고 따뜻한 존재였으나, 절망으로 인해 악마가 되고 만 존재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생명 과학과 생명 복제 기술이 발달한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프랑켄슈타인은 단순히 공포를 불러오는 괴물로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 말이다. <허밍버드 클래식 M>시리즈는 주요 뮤지컬과 오페라에 바탕이 된 서양 고전 문학들을 엄선한 시리즈이다. 뮤지컬로 만들어진 다른 작품들은 모두 봤지만, <프랑켄슈타인>은 아직 뮤지컬로 만나 보지 못했는데 원작을 읽고 나니 무대에 올려진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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