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허밍버드 클래식 M 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윤도중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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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얼마나 큰 감명을 받는지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종종 이야기를 하다가 중요하지 않은 세세한 부분은 내가 지어내기도 하는데, 같은 이야기를 다시 들려줄 때 그것을 잊어버리고 빼먹으면 아이들이 즉각 먼젓번에는 달랐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이제는 이야기에 멜로디를 붙여 틀리지 않고 실타래에서 실을 뽑아내듯 줄줄 암송하려고 연습한다. 이 일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작가가 원래 이야기를 고쳐서 개정판을 낼 경우 개정판이 설령 문학적으로 제아무리 개선되었다 할지라도 필연적으로 원작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이다.    p.89

 

감수성 풍부한 청년 베르테르는 도시에서 한 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발하임이라는 마을에 갔다가 한 여인에게 첫눈에 반하고 만다. 그녀의 이름은 로테로, 이미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는 여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르트르는 이 사랑스러운 여인에게 완전히 마음을 사로잡히고 만다. '그토록 총명하면서도 그토록 소박하고, 그토록 심지가 굳으면서도 그렇게도 너그럽고, 참된 삶을 살고 활동하면서도 영혼의 평온을 유지한다'고 그녀에 대해 표현하며 천사를 알게 되었다고 말했을 정도니 말이다. 이야기 전체가 서간체 형식으로 베르테르가 절친한 벗에게 편지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고 있어, 실제로 로테가 어떤 여인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저 사랑에 빠진 베르테르의 눈에 비친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을 뿐이니 말이다.

 

사랑에 빠지게 되면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상대가 단 한 번 바라봐 주는 눈길을 간절히 원하게 마련이다. 더구나 이렇게 이미 다른 짝이 있는 상대를 홀로 사랑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간절함이란 더할 나위 없이 목마를 것이다. 그러한 열망은 로테의 눈에서 자신에 대한 진정한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고 자신하며 점점 그녀를 향한 감정을 키우도록 만든다. 이 세상에서 사랑만큼 인간을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만드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로테 역시 자신을 잃고 싶어 하지 않는 듯 보인다고 생각하는 베르테르에게 절망과 고통, 불행의 감정들이 휘몰아치듯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는 그토록 찬란한 사랑의 감정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극단적인 선택을 강행하게 된다.

 

 

 

베르테르가 그 불행한 사람을 구하려는 헛된 시도는 꺼져 가는 불꽃이 마지막으로 반짝 타오른 것과 같았다. 그는 더욱더 깊이 고통과 무기력 상태로 빠져들기만 했다. 게다가 이제 범행을 부인하고 나서는 그 사람의 반대 증인으로 어쩌면 자기를 소환할지 모른다는 소리를 듣고 그는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기이한 감정, 사고방식, 끝없는 열정에 온몸을 맡기고 그 사랑스럽고 사랑하는 여인과의 서글프고 단조로운 교제를 일방적으로 끝없이 이어 가면서 그녀의 마음의 평화를 깨트리며 목표도 가망도 없이 기력을 소모하면서 점점 더 슬픈 종말에 다가갔다.     p.180~181

 

주요 뮤지컬과 오페라에 바탕이 된 서양 고전 문학들을 엄선한 <허밍버드 클래식 M>시리즈 중에서 먼저 만나본 것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이 작품은 여러 판본으로 꽤 여러 번 읽어 보았고, 뮤지컬로 만들어진 작품도 오래 전에 보았던 기억이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스물 다섯 살의 청년 괴테가 7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폭풍처럼 써 내려간 작품이다. 이미 약혼자가 있던 여인을 사랑한 자신의 경험과 남편이 있는 부인을 사랑하다가 자살한 친구의 이야기를 토대로 쓰였다. 1774년 출간 당시 젊은 세대에게 큰 공감을 얻어, 작품 속에서 베르테르가 입었던 옷이 인기를 끌고, 베르테르를 모방해 자살 신드롬까지 생겨났다.

 

사실 너무 유명한 작품이고,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한 장르로 아직도 변주되고 있는 작품이라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조차도 내용과 배경에 대해서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괴테의 시적인 문장들은 원작을 통해 직접 만나는 것과 내용만 알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고전치고는 가벼운 분량에다,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도 없고 진입장벽도 없다. 게다가 사랑을 이루지 못해서 기어코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되는 한 젊은이의 상심은 가볍게 연애하고, 쉽게 이별하는 요즘의 사랑법과는 다르게 너무도 우아하고, 순수하게 느껴진다. 뮤지컬 베르테르를 좋아한다면, 이번 기회에 고전 원작의 매력에 빠져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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