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거짓말을 한다 - 통계와 그래프에 속지 않는 데이터 읽기의 힘
알베르토 카이로 지음, 박슬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통계의 의미와 극단값의 역할에 관한 비유를 들어보자. 당신은 술집에서 맥주 한잔을 즐기는 중이다. 당신을 포함해 9명이 술을 마시며 잡담하고 있다. 그때 또 다른 사람이 술집에 들어온다. 그는 전문 살인 청부업자이며 지금까지 50명을 저 세상으로 보냈다. 이제 그 술집에 있는 사람들의 1인당 평균 살인율은 5명으로 뛰어오른다! 그렇지만 당신이 암살범인 것은 아니다.     p.36

 

표, 그래픽, 인포그래픽 등의 시각 자료가 구구절절 설명하는 말보다 더 효과적이고, 임팩트있게 정보를 전달한다. 각종 회사의 매출 지표, 음원 차트의 순위, 주가 등락 폭, 코로나19 통계 그래프, 기후변화, 선거 개표 결과 등등 우리는 숫자와 그래프로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데 만일 이 모든 숫자와 그래프가 보이는 것과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어떨까? 이 책은 객관성과 신뢰도의 상징과 같은 차트가 어떻게 데이터를 왜곡해 우리를 오해와 착각의 늪으로 이끄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뉴스나 기사, 소셜 미디어에서 흔히 접하는 표와 지도, 막대그래프, 산점도, 거품 차트 등 160여 개의 차트를 통해, 데이터에 숨겨진 욕망과 의도, 패턴을 정확히 읽어내는 안목을 길러준다.

 

저자인 알베르토 카이로는 시각 자료를 통해 뉴스를 전달하는 비주얼 저널리즘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그는 차트를 단순한 그림이나 도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읽고 해석하는 법을 익힌다면, 차트 속에서 진실을, 나아가 세상을 바로 읽어내는 방법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빅데이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복잡한 데이터에서 핵심을 간파하는 통찰력이야말로 제대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힘이 될 테니 말이다.

 

 

차트는 추론의 도구가 될 수도 있고 합리화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인간은 전자보다 후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차트의 시각적 정보를 근거 삼아 - 특히 기존의 믿음과 일치할 경우 - 기존 세계관에 끼워 맞추려고 한다. 근거를 도출하고 그에 따라 믿음과 세계관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추론과 합리화는 비슷한 정신적 메커니즘에 의존하므로 둘은 쉽게 혼동되며 종종 추리에 기반한다. 추리는 유효한 근거나 추정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는 것이다.     p.252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떻게 읽는가에 따라 숫자는 글자만큼 주관적'이라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숫자와 통계가 '주관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훌륭하게 디자인한 차트도 주의하지 않으면 잘못 이해할 수 있다고. 차트를 제대로 읽을 줄 모른다면, 차트가 보여주는 것이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파악할 수 없다는 말이다. 차트는 여러 방식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잘못된 데이터를 표기하거나 분량이 적절하지 않은 데이터를 포함하거나, 잘못 설계하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일 피하더라도 차트에 속아 넘어갈 수 있는 요소는 꽤 많다. 그리고 이는 틀린 정보와 가짜 뉴스라는 거대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자는 차트의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 잘못된 차트를 가려내는 기준에 대해 알려 준다. 무엇보다 선거 판세, 경제 전망, 출산율, 범죄율, 코로나19 현황 등 실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사례들을 통해 차트에 알려주고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숫자와 차트는 실제 현실에 무감각하게 만들 수 있기에, 거기에 인간의 얼굴을 부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매일 같이 보도에서 접하는 팬데믹으로 인한 사망자 수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얼마 전까지 웃고 울고 즐기고 고통받고 사랑받고 사랑하던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이들을 단순히 숫자나 차트의 작은 점으로 기억해서는 안 된다는 저자의 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다. 이 책은 정보 과잉의 시대에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 우리에게 단순히 데이터를 읽는 방법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통찰까지 함께 보여주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빅 데이터 시대 필수 교양서로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