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쉬는 기술 -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휴식법 10가지
클라우디아 해먼드 지음, 오수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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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 다시 말해 두서없는 생각은 휴식이 아니라 뇌의 자연스러운 상태다. 뇌는 뭔가를 찾아 떠난다. 끊임없이 뭔가 탐색하고 다른 생각을 떠올리며 또 다른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하는 것이다. 고단하겠다는 생각이 드는가? 고단한 것은 끊임없이 이런 생각을 뒤쫓을 때, 혹은 질서를 부여하려 애쓸 때뿐이다. 잡념이 진행하는 상태대로 내버려둘 때는 피곤할 일이 없다. 접이식 의자에 앉아 쉬면서 마당을 뛰어다니는 아기나 강아지를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p.95

 

얼마 전에 하루 잠자는 시간이 6시간이 못 되면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인지기능이란 기억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실행하는 능력이다. 수면 시간이 6시간이 못 되는 사람이 6시간 이상 자는 사람보다 인지기능이 저하될 위험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였다. 사실 늘 잠자는 시간을 쪼개어 가면서 생활하는 편이라.. 수면 시간이 충분했던 적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가슴이 뜨끔해질 수밖에 없는 기사였다. 사실 충분히 수면 시간을 확보하기는커녕, 평상시에도 늘 뭔가를 하며 바쁘게 사느라 제대로 휴식을 가져본 적이 언제인지도 까마득하다. 그나마 이번 명절 연휴는 코로나로 인해 북적거리지 않는, 집콕 연휴를 보내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제대로 된 휴식이란 무엇인가, 잘 쉬는 방법은 어떤 건지 이번 기회에 좀 알아보고 싶어졌다.

 

심리학자이자 대중적인 글쓰기로 인정받은 저자 클라우디아 해먼드는 자신이 진행하는 BBC 라디오 4 <마음의 모든 것> 프로그램을 통해 ‘휴식 테스트’(Rest Test) 실시했다. 이 프로젝트는 135개국의 1만8천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역사가, 시인, 예술가, 심리학자, 뇌과학자, 지리학자, 심지어 작곡가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모여 2년 동안 진행되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조사 결과 사람들이 ‘가장 휴식이 된다고 여기는 상위 10가지 활동’을 추려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1위부터 10위까지의 목록들을 참고해, 곧 다가올 추석 때 해보고 싶은 휴식을 골라봐도 좋을 것 같다.

 

 

세계인이 최고의 휴식으로 꼽은 상위 다섯 개는 대체로 혼자서 하는 활동이다. 많은 이들에게 타인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휴식의 중요한 요소라는 뜻이다. 그런데 책 읽기야말로 혼자 하는 활동이라는 점에 더해 보다 특별한 것이 있다. 독서는 타인을 피하는 동시에 친구를 제공해준다는 점이다. 독서가 제공하는 친구는 실제 세계의 사람들보다 더 흥미롭고 휴식이 될 수 있는 친구, 원할 때는 아무 해명 없이 제쳐둘 수 있는 친구다.    p.343~344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 어려운 휴식 결핍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제대로 쉬기 위한 방법은 꼭 필요하다. 휴식의 양뿐 아니라 질도 문제이니 말이다. 우리에게는 휴식이 더 필요하고, 질 높은 휴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휴식 테스트 상위 10위권에 들어가는 목록들이 궁금해질 것이다. 특히나 흥미로웠던 것은 최고의 휴식 방법 10위에서 1위를 소개하면서 이러한 활동들이 휴식이 되는 까닭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심리학자, 뇌과학자, 예술가 등 연구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열 가지 휴식법 각각의 효용을 입증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목록들 중 9위에 있는 텔레비전과 8위의 잡념이라는 항목이 다소 의외였다. 텔레비전을 보는 게 휴식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사실 우리가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동안 머리를 쓸 필요도 없고, 신체적인 노력도 전혀 들지 않는 게 사실이니 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긴장을 풀고 텔레비전도 휴식을 취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휴식 형태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리고 잡념도 휴식이 될 수 있다니 궁금했는데, 저자에 따르면 잡념이 휴식처럼 편안하다고 말할 때의 의미가, 어차피 뇌는 활동을 절대로 중단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뇌 활동을 통제하지 말고 그저 생각이 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거라고 한다. 저자의 설명을 듣고 보니 목적 없는 잡념에 빠지는 것도 휴식의 또 다른 형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명상, 목욕, 산책 등의 항목들이 있었는데, 사실 가장 의외였던 것은 1위에 오른 '책을 읽는 시간'이었다. 응답자가 가운데 58퍼센트가 책 읽는 시간을 최고의 휴식으로 골랐다니 말이다. 독서는 수동적인 취미가 아니라 꽤 많은 노력을 요하는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왜 과반수 이상의 사람들이 이를 휴식이라고 여겼을까 궁금해졌다. 책을 읽는 시간이 큰 휴식이 되는 이유를 온전히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직접 만나 보길 추천한다. 한가지만 미리 말하자면 3천여 명 이상의 사람들을 10년간 추적한 결과, 책을 읽은 사람들이 신문과 잡지만 읽은 사람들보다 평균 2년 가까이 오래 살았다는 점이다. 독서처럼 가만히 앉아서 하는 정적인 활동이 건강에 이토록 긍정적 영향을 끼치다니 놀랍지 않은가. 책 읽기라는 특별한 휴식법의 비밀이 궁금하다면, 평소에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적이 있다면, 당신에게 이 책이 꼭 필요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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