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럽
레오 담로슈 지음, 장진영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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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대화 속에서 빛을 발하는 지성이 존중받던 시대였다. 이런 시대에 존슨, 레이놀즈와 그들의 친구들은 선술집에 모여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때론 논쟁도 벌였고 서로에게서 새로운 무언가를 배워가기도 했다. 처음부터 그들은 정치, 법, 의학, 문화, 예술처럼 중요한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모임에 나오기를 바랐다. 이후에 이 모임은 사람들에게 '문예 클럽'으로 알려졌지만, 그들에게는 '선술집에서 좋은 벗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클럽'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모임을 그냥 '더 클럽'이라 불렀다.    p.21

 

1764년, 당대 최고의 화가 중 한 사람인 조슈아 레이놀즈는 비평가이자 걸출한 시인이었던 새뮤얼 존슨의 우울한 심산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작은 모임을 만든다. 런던의 평범한 선술집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모임에서 밤늦도록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면서 논쟁을 벌일 준비가 된 '좋은 벗'만이 이 클럽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클럽의 멤버들은 모두 당대의 아이콘이었을 뿐 아니라 후대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었다.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 전기 작가 제임스 보즈웰,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등 그야말로 18세기 후반 문화의 '어벤져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들이 모였다.

 

이 책은 당시 영국을 대표하는 정치, 경제, 역사, 예술, 문학 등 다방면의 엘리트들이 모여 서로 관계를 맺고, 논쟁과 경쟁, 아이디어와 포부 등을 교류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클럽 회원들이 나눈 수많은 대화를 보즈웰이 기록으로 남겼고, 하버드 대학 역사학 교수인 레오 담로슈는 이를 통해 18세기 후반의 영국을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야기로 들려준다.

 

 

보즈웰이 진정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 시시콜콜한 질문에 대한 문자 그대로의 대답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단지 대화를 재미있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이것이 그가 진정 원했던 거였다... "호기심은 그 누구보다 보즈웰을 아주 먼 곳으로 이끌었다. 그는 자신이 던진 질문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단지 그 질문을 받은 이가 무슨 말을 할지 혹은 무슨 행동을 할지에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p.452

 

50대 초반의 새뮤얼 존슨과 20대 초반의 제임스 보즈웰은 성격도, 외형적인 모습도 너무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특별한 우정을 나눈다. 그들은 더 클럽이 만들어지기 몇 달 전에 만났지만, 곧 서로에게 가장 믿고 의지하는 친구가 되었다. 제임스 보즈웰은 자신의 일생을 꼼꼼하게 기록했고, 그러한 기록을 바탕으로 <존슨전>을 발표했다. 이 책에는 더 클럽에서 존슨과 그의 친구들이 나눴던 대화가 많이 담겨 있는데, 그 덕분에 우리가 이백 년이나 지난 뒤에 당시의 클럽 회원들이 밤늦도록 나누던 대화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반적으로 새뮤얼 존슨과 제임스 보즈웰에 대한 이야기 많아서 그의 '전기'처럼 읽히기도 하지만, 사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더 폭이 넓다. 그가 살았던 당대의 시대상, 그리고 그들과 함께 더 클럽의 회원들이었던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담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의 우정과 심오한 토론과 그 시대에 쓰인 위대한 작품과 이론, 정책들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나 모든 주요인물의 초상화 및 장소와 사건들을 보여주는 그림들이 꽤 많이 수록되어 있어 더욱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다. 덕분에 사람들로 북적이고 소란스러우며 모순되고 폭력적인 18세기 런던의 풍경을 체험할 수 있다. 영국의 사상과 문학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18세기 영국의 토대를 완성한 쟁쟁한 인물들의 비밀 모임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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