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 일상의 모든 순간, 수학은 어떻게 최선의 선택을 돕는가
키트 예이츠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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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떤 기간의 시간을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에 대한 비율로 판단한다면, 지각된 시간의 기하급수적 증가 모형이 이치에 닿아 보인다. 34세인 나에게 1년은 지금까지 살아온 생애의 3% 미만에 해당한다. 요즘 들어 내 생일은 너무 빨리 돌아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열살 꼬마는 다음번 생일 선물을 받을 때까지 살아온 생애의 10%를 기다려야 하며, 그러려면 거의 성인에 가까운 인내가 필요하다. 네 살인 내 아들이 생일을 다시 맞이하려면 지금까지 살아온 생애의 4분의 1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일처럼 보인다.     p.63

 

이 책은 일상에서 보이지 않게 작용하는 수학의 영향력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기하급수적 증감을 몰라 큰 재산을 날린 투자자, 악의적 확률 해석 탓에 두 자녀 살해 누명을 쓴 엄마, 잘못된 알고리듬 때문에 파산한 기업가, 오심의 무고한 피해자, 소프트웨어 결함 대문에 피해를 입은 선량한 시민, 에이즈 (거짓) 양성 판정을 받고 지옥 문턱까지 다녀온 사람 등의 실제 사건들이 모두 수학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사회의 모든 곳곳에서,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수학을 통해서 그것이 우리의 일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수학이 불쑥 튀어나올 곳을 알려주는 대신에 단순한 수학 규칙과 도구로 무장시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에는 방정식이 하나도 나오지 않으며, 수학책이 아니고, 수학자를 위한 책도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대체 이 책의 정체는 뭘까.

 

 

우리는 읽고 보고 듣는 것을 통해 늘 수의 폭격을 받는다. 예컨대 21세기의 생활 방식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대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축적되고 있다. 그와 동시에 그 발견을 해석하는 데 필요한, 수를 다루는 기술도 증가하고 있다. 대개의 경우, 숨겨진 의도 같은 것은 없으며, 그저 통계 수치를 해석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그렇지만 어떤 발견을 비틀어 해석하면 특정 당사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      p.171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수학은 바로 확률과 패턴이다. 수백 개의 방정식이나 수많은 행의 컴퓨터 코드가 등장하진 않지만, 다양한 상황에 따른 패턴 분석을 위해 끊임없이 수치가 등장한다. 그래서 수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어려워하는 독자라면 다소의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그 모든 것들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모든 수치들을 이해하지 않아도, 혹은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이 책을 즐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저 저자가 들려주는 다양한 사례와 이야기들을 읽기만 해도 수학을 통해 세상이 돌아가는 숨은 패턴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왜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지, 질병 선별 검사 결과 판정이 틀릴 가능성은 얼마나 있는지, 법정에서 수학이 잘못 사용되어 오심이 벌어지거나, 수학적 오해 덕분에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풀려난 경우, 어떤 모임에서 두 사람의 생일이 일치할 확률이라던가, 식당을 고를 때 실패율을 낮추는 방법, 전염병 확산 패턴을 읽어내는 수학 모형 등 우리 일상의 수많은 부분들이 모두 수학으로 설명이 되고 있어 놀라웠다. 저자는 말한다. '실제 세계에서 실행할 수 없는 시나리오들을 시험하는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때로는 놀라우면서도 직관에 반하는 결과를 내놓는 것이 바로 수리역학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말이다. 정말 알고 보니 이 세상이 수학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을 수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책을 만나 보자. 수학이 무엇보다도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는 실용적 도구라는 것을 알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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