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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개정증보 2판) - 복잡한 세상 명쾌한 과학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7월
평점 :
세상에는 되는 일보다 생각대로 안 되는 일이 훨씬 더 많다. 더 나은 상황이란 언제든지 있게 마련이니까. 일이 안 될 때마다 우리는 머피의 법칙을 떠올리며 '나는 굉장히 재수가 없구나'라고 생각하지만, 로버트 매슈스의 계산은 그것이 '재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머피의 법칙은 세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혹한가를 말해주는 법칙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것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는가를 지적하는 법칙이었던 것이다. p.47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라는 케빈 베이컨 게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왜 하필 토스트는 버터 바른 쪽으로 떨어질까? 과연 머피의 법칙은 우리의 착각이었던 걸까?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뇌를 15퍼센트밖에 못 쓰고 죽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다? 바흐에서 비틀스까지, 히트한 음악에는 프랙털이라는 공통적인 패턴이 있다? 복잡한 도로에선 차선을 바꾸지 않는 것이 물리학적으로 정체 현상을 만들지 않는 방법이다? 등등..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들은 복잡한 사회현상 뒷면에 감춰진 과학적 진실들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웃음의 사회학부터 쇼핑의 과학까지, 크리스마스의 물리학에서 복잡계 경제학까지' 과학이 인문, 심리, 사회, 경제, 미학, 의학 등을 만나 유쾌한 한 편의 교향악을 만들어 낸다. 과학 책은 따분하고 어렵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일상과 과학의 만남을 주선한 대단히 흥미진진한 책이다. 저자는 물리학자는 뭘 하는 사람들인가요? 라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한다. '신경세포 하나에서부터 도시 문명에 이르기까지, 작은 원자 하나에서 거대한 우주까지, 세상에 대한 애정으로 호기심의 촉수를 평생 뻗고 있는 못 말리는 탐험가들' 이라고. 그리고 이 책이 바로 그 증거이다.
빅토르 위고는 이 우주를 둘러싸고 있는 모래 알갱이들의 패턴이 혹시 우주 탄생에 대한 어떤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그는 이미 100여 년 전에 모래 알갱이들이 만들어내는 패턴 속에 수많은 물리 법칙들이 숨어 있음을 직감했던 것일까? 그의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은 100여 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물리학자들에 의해 사실로 증명됐으며, 최근 우주 성운을 연구하는 천체물리학자들에게 창의적인 영감을 제공하기도 했다. p.230~231
'콘서트'라는 제목답게, 구성 또한 전체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악장, '매우 빠르고 경쾌하게'에서는 조금 가볍게 일상생활 속에서 유행했던 게임, 법칙, 뉴스 등으로 시작된다. 2악장, '느리게'에서는 현대 미술, 대중 가요 등 문화 전반적인 곳에 숨겨져 있는 과학법칙들을 살펴보고, 3악장, '느리고 장중하나 너무 지나치지 않게'에서는 심리학, 경제학, 주식, 교통 등 사회의 이곳 저곳에서 과학을 읽어 낸다. 마지막으로 4악장, '점차 빠르게'에서는 소리, 리듬, 뇌파에 관한 공학과 함께 산타클로스의 진실을 밝혀주는 크리스마스 물리학이 등장해 대미를 멋지게 장식해준다. 그렇게 복잡한 세상에 관한 과학자들의 길고 긴 연주가 끝이 나면, 두 번의 커튼콜이 이어진다. 책이 출간되고 10년이 지난 시점에 쓴 커튼콜과 20년이 된 이번에 쓰여진 커튼콜이다. 이 책의 커튼콜은 단순히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한 작가의 말 정도가 아니라, 수십 페이지 분량으로 하나의 챕터를 구성해도 될 만큼의 내용을 담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지금부터 다시 10년 후 저자의 세 번째 커튼콜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국내 과학책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인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가 출간된 지 벌써 20년이나 되었다. 이번에 출간 20년을 기념해 개정증보 2판으로 새롭게 옷을 갈아 입고 나오게 되어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왜 이 책이 '가장 사랑 받은 국내 과학책 1위’로 손꼽힐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알 것 같았다. 정말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학창 시절 이후에는 딱히 접할 수 없었던 과학의 즐거움을 새삼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에게 필독서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하는데, 일반 독자들이 과학 교양서로 읽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책이다. 특히 이번 개정증보 2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바로잡고 새로 수록된 원고지 100매 분량의 ‘두 번째 커튼콜’을 통해 학문적으로 발전된 내용들을 대거 보완했다. 생생한 과학 도판과 풍부한 설명을 추가했고, 새로운 표지와 판형, 완전히 달라진 편집 체제로 출간이 되었으니 그 동안 궁금했던 분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