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 - 나무는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었는가
케빈 홉스.데이비드 웨스트 지음, 티보 에렘 그림, 김효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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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에서 이 나무는 중요하다. 신화 속 생명의 나무 ‘이그드라실’은 아홉 세계의 한가운데에서 자라는 영원의 구주물푸레나무다. 이 나무는 그리스도교의 전파 후에도 잔존하던 이교에 뿌리를 두며 토르, 오딘, 프레야 같은 신들의 연대기에 등장한다... 구주물푸레나무는 이웃 나무를 쓰러뜨리고 땅에 생긴 빈 공간에 냉큼 자리를 잡는 매우 영악한 종이다. 정원사들은 이 능력을 달가워하지 않아 이 나무를 잡초처럼 홀대한다. 그 많던 구주물푸레나무가 지금은 안타깝게도 마름병으로 위협받고 있다.     p.44

 

영국의 저명한 원예전문가인 케빈 홉스와 데이비드 웨스트는 세계 곳곳을 오가며 각각의 나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 준다. 나무들이 인류의 삶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나무의 가치와 지구상의 생명체들을 위해 나무가 하는 역할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티보 에렘이 그려낸 아름다운 나무 세밀화들이 마치 화보집처럼 근사하게 나무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릿적 모습을 2억 년이나 변함없이 간직한 채 살아남은 유일한 나무인 은행나무는 중생대와 현재를 연결하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린다. 유럽에서 가장 수명이 긴 수종에 속하는 주목은 신비와 전설의 나무로 불리고, 기나긴 수명과 독특한 외양의 강털소나무는 현대 과학 연구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베어도 베어도 자꾸만 되살아나는 악착같은 개암 나무, 북유럽 신화 속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구주물푸레나무, 고대 이집트에서 생명을 주는 신선한 나무로 여겨졌던 돌무화과나무, 겨울의 눈과 얼음 속에서 우아하고 달콤한 향을 풍기며 봄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하는 매화 나무 등 책에 수록된 100가지 나무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놀라운 드라마를 보여준다.

 

 

작지만 아름다운 이 나무는 여름이면 물결 모양 가장자리에 톱니가 나 있는 기다란 혁질 잎사귀가 빽빽하게 우거지고, 봄에는 분홍색 꽃이 가지에서 수술처럼 늘어진다. 꽃은 꿀벌에게 인기가 많아서 견과를 생산하는 농민들은 양봉업자들과 협력해 쌍방의 수확량을 극대화한다. 나무를 심고 결실을 얻기까지 6~7년이 걸리지만 기다릴 가치가 충분하다. 견과 알맹이는 맛이 풍부하고 부드러워 높이 평가받는다. 마카다미아 열매는 껍질이 녹색이며 호두나무 열매를 닮았다.      p.183

 

어린 시절에 읽었던 <아낌 없이 주는 나무>라는 작품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나무는 소년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 주며 행복해하고, 더 이상 줄 게 없을 만큼 세월이 지난 뒤 자신의 나무 밑동울 내어 주며 쉴 수 있게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역사를 돌이켜보더라도 나무는 인간과 늘 공존해왔고,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제공해왔다. 지금 우리가 숨쉬는 공기부터, 글이 인쇄된 종이, 커피 원두, 가구의 재료, 자동차와 기계를 움직이는 화석연료, 의약품, 화장품, 단열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에 나무가 미친 영향은 우리가 평소 미처 일일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하다.

 

 

이 책은 나무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뿐만 아니라 100가지 나무들의 최대 높이, 성장 속도, 수명, 기후와 서식지, 원산지 등 식물 생태학적 정보도 꼼꼼하게 수록하고 있다. 그러한 정보들과 실제 사진보다 더 디테일하고, 아름다운 나무 일러스트들이 함께 해서 완벽한 나무 도감이 탄생한 게 아닌가 싶다.

 

약 39만 1000종으로 추정되는 세상의 관다발 식물 가운데 4분의 1정도가 나무이다. 알려진 종은 많으나 제대로 연구된 종은 거의 없고 앞으로 밝혀야 할 사실도 얼마든지 있다. 게다가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해 세상의 자연 서식지를 꼭 보존해야 한다. 이 책이 나무의 존재에 대해 무심코 당연하게 여겨왔던 사람들에게 특별한 깨달음을 안겨줄 것 같다. 나무에 대한 한층 깊이 있는 지식과 존중, 관심을 통해서 우리는 나무와 함께 영원히 공존하게 될 테니 말이다. 아름다운 세밀화와 함께 읽는 흥미진진한 100가지 나무 이야기! 지금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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