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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 기후변화부터 자연재해까지 인류의 지속 가능한 공존 플랜 ㅣ 서가명강 시리즈 11
남성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최악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대로 지속될 경우 2100년까지 3도의 기온 상승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이 경우 전 지구적인 생태계는 큰 재앙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인류가 인위적으로 지구의 기온을 상승시킨 만큼, 다시 인위적인 노력으로 기온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 유엔 중심의 국제적인 대응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기후를 조절하는 해양과 극지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과학에서부터 그 답을 찾아가려는 것은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여러 지구환경 문제를 진단해 문제를 자각하게 한 것도 과학이었듯, 이 문제를 푸는 해결책을 찾는 것 또한 과학이다. 결국 과학에서 출발해야 한다. p.136~137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의 열한 번째 책이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서울대 교수진들은 2017년 여름부터 ‘서가명강’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다른 주제의 강의를 펼쳤으며, 이 배움의 현장을 책으로 옮긴 것이 바로 서가명강 시리즈이다. 이 책은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남성현 교수가 남극, 태평양, 인도양 등 수십 차례의 해양 탐사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의 환경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한 것이 벌써 이 년 가까이 되었다.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 이후 일회용품 줄이기에 발벗고 나선 것인데, 매장 안에서 일회용컵 사용이 적발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꽤 많은 업체들이 신경 써서 지켰던 것 같다. 하지만 점점 지키지 않는 곳이 많아 졌고, 올해 초 코로나 사태 이후 그마저도 흐지부지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가 점점 심각해지는 지구환경에 대해 우리가 '행동'으로 뭔가 하는 전부가 아닐까 싶을 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경문제에 대해 무심하다. 그런데 인간이 지구에 끼치는 영향과 지구가 인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직접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거친 바다와 싸우며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학자들이다. 그렇다면 지구과학자, 해양과학자라 불리는 이들은 왜 바다로 향하는 것일까. 저자는 말한다. 자연재해와 미세먼지, 지구온난화 문제와 거대 쓰레기와 자원 및 식량 부족 문제까지 지구가 겪고 있는 모든 위기의 희망은 결국 '바다'에 있다고 말이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답을 바다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해수와 수문 순환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면 푸른 행성 지구의 물부족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식량, 에너지, 자원 문제도 해양에 대한 과학적 이해에서 시작한다. 이를 근간으로 심해저 탐사, 해양생태계 관리, 에너지 추출 등의 기술을 발전시키면 무궁무진한 수산자원, 심해저 광물자원, 에너지 등을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답은 바다에 있고, 바다로 들어가는 길은 과학으로 열린다. p.191
이 책은 태풍, 지진, 쓰나미 등 자연재해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러한 자연재해들을 실제로 경험해본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해도, <볼케이노>, <투모로우>, <해운대> 등의 영화를 통해서 자주 봐왔기에 자연이 인간에게 행사하는 영향력이 어떤 것인지는 대부분 알 것이다. 사실 자연 재해를 인간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저자는 지구의 작동 원리를 알아야 자연재해를 미리 예측하고 재난과 재앙으로부터 대비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대규모 지구환경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몸으로 체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오존 농도의 증가 등으로 대기의 조성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인위적으로 환경을 조절하려는 지구 공학적 접근보다는 '과학'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우리 인류는 기후변화 등으로 전례 없던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지구에서, 앞으로도 생존할 수 있을까, 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자연재해, 기후변화, 환경오염과 관련한 지구의 위기를 꼼꼼하게 분석하면서 짚어본 뒤, 마지막 장에서는 지구 관측과 데이터 과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하면서 앞으로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바다가 갖고 있는 잠재력'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하는 이유와 해양관측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우리가 직면한 지구환경 문제들을 과학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이 책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지구과학이라는 학문이 어떤 역할을 하는 지 알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