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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니 트윌과 대마법사 ㅣ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 3
찰리 N. 홈버그 지음, 공보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0년 5월
평점 :
갈색 유리 파편에 담긴 과거의 기억들은 점점 더 빨리 뒤로 흘러갔다. 유리 마법 견습생이 견습 첫해에 주로 배우는 이 마법은 시어니가 알고 있는 종이 마법을 거의 다 합친 것보다 더 복잡한 수준이었다. 영국에서 종이 마법의 인기가 왜 시들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낮, 밤, 낮, 다시 밤. 떨어지는 빗방울. 맥주병의 파션 속에 흘러가는 기억들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아직까지 쓸모 있는 장면은 없었다. p.118~119
이 작품은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 그 세 번째 이야기이다. 시리즈의 시작은 태기스 프래프 마법학교의 최우수 졸업생인 시어니 트윌은 금속 마법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해왔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종이 마법에 배정되는 걸로 포문을 열었었다. 현재 활동 중인 종이 마법사의 수가 너무 적다는 이유로, 인기가 없어 아무도 원치 않는 ‘종이 마법’ 견습생이 되고 만 시어니는 유리, 금속, 플라스틱, 고무 등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마법 재료 등이 많았는데, 고작 사양의 길을 걷게 된 종이 마법이라니 한숨이 나왔지만, 견습생 생활을 하게 된 에머리 세인 마법사의 집으로 간다. 그리고 그에게 종이 마법을 전수받으면서 차츰 종이 마법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1권에서는 금지된 마법을 행하는 흑마법사 리라가 훔쳐간 세인의 심장을 되찾기 위한 위험천만한 모험이 펼쳐졌었다. 그리고 2권에서는 영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신체 마법의 공격에 맞서 필사적으로 싸우게 되는 시어니와 에머리의 이야기가 그려졌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어니는 마법사는 엄청난 비밀인 '평생 한가지 재료만을 사용할 수 있다는 법칙'을 깨는 방법을 알게 된다.
이어지는 3권에서는 원래 끊을 수 없게 돼 있는 종이와의 결합을 몇 번이나 끊었다가 다시 이어 붙이며 다양한 재료로 여러 마법 들을 시도해 본 상태의 시어니가 등장한다. 그녀는 에머리 세인 마법사 밑에서 견습을 시작한 지 2년하고도 일주일이 되는 날 마법사 자격시험을 치를 계획이었고, 이제 겨우 몇 달 뒤면 바로 그 날이었다. 특히나 그녀가 자신의 계획대로 마법사 자격시험을 통과해야만 하는 이유는, 에머리와 그녀의 사랑을 눈치채기 시작한 사람들에 의해 앞으로는 동성인 다른 마법사 밑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마법사와 성별이 다른 견습생을 금지하기로 결정이 났고, 그래서 백 명 이상의 견습생들이 재배치될 예정이었다. 에머리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시험관을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베일리 마법사로 바꾸고, 시어니는 시험을 치르기 전 2주일 동안 베일리의 집으로 가서 그의 견습생과 함께 지내야 했다. 에머리와 베일리는 서로 아주 싫어하는 관계였고, 메일리의 성격 또한 만만치가 않아 시어니가 과연 시험을 제대로, 공정하게 치를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된다. 그리고 2권에서 시어니의 친구를 죽게 만들었던 신체 마법사 사라즈가 사형 집행을 위한 이송 중에 탈출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시어니는 사라즈에 맞서기 위해 그의 뒤를 쫓는다.
시어니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는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있었지만 눈 중앙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 순간 시어니는 자신이 아무리 대단한 힘을 가졌고 만반의 준비가지 했다 해도 에머리의 심장을 마냥 편하게 해줄 수는 없음을 깨달았다. 그의 심장은 이미 부서지고 상처받았다. 적어도 떨리는 심장만큼은 진정시켜주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온전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p.320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는 총 3권과 1권의 번외편으로 이루어져있다. 지난 4월에 1권과 2권이 함께 출간되었고, 이번에 3권이 나왔으며, 곧 외전도 나올 예정이다. 이 시리즈는 곧 디즈니플러스에서 영화로도 만들어 진다고 하니 제2의 해리포터처럼 될 지 기대가 된다. 사실 이 작품은 표지 이미지에서부터 느껴지듯이, 해리 포터류의 성장 서사보다는 로맨스 드라마에 가까운 장르이다. 뛰어난 기억력을 가진 마법 소녀가 견습생에서 정식 마법사가 되는 과정, 그리고 어둠의 마법을 사용하는 악의 무리와 겪게 되는 모험 서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무엇보다 인간이 만든 재료들인 종이, 유리, 금속, 고무, 플라스틱 등과 결합한 마법사들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흥미로운 시리즈이다. 이야기의 배경인 20세기 초 런던의 풍경과 작가가 만들어낸 마법 세계관이 잘 어우러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종이라는 재료로 동식물과 같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물론, 눈송이 같은 자연물, 폭탄이나 장거리 메신저까지 만들어내는 '종이 마법' 또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시어니가 모든 재료의 마법을 다루게 된 상태로 등장하기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하다. 다양하고, 화려해진 마법 장면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1권, 2권에 비해 마법사들과의 대결 장면에서의 볼거리가 압도적으로 많으니 말이다. 그리고 마법사 자격시험을 앞두고, 그 동안 서서히 쌓아왔던 시어니와 에머리의 가슴 설레는 로맨스 역시 점점 완성 단계로 향한다. 판타지와 로맨스가 함께 하는 시리즈이지만, 전혀 유치하지 않고, 오글거리지도 않고 그 중간에서 딱 균형을 잡고 있어 누구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