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특별한 것과 소중한 것은 다르다. 우리의 가족, 친구, 연인이 특별하고 우월한 존재여서 소중한 게 아니라 우리가 마음을 주어 소중해지는 것처럼, 나 자신과 내가 가진 것을 그 자체로 소중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자존감은 채워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종종 자존감이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는 마음이라 착각하곤 하지만, 자존감은 특별하지 않더라도 그런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현실을 잊게 하는 마취제가 아닌, 현실에 발을 딛게 하는 안전장치인 것이다.     p.44

 

2016년에 출간되어 100만 부를 돌파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저자 김수현의 신작이다. 당당하게 "나로 살기로 했다"고 외치던 저자는 4년 만에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나를 지키는 관계 맺기"를 이야기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큰 고민거리가 없었던 저자는 어느 날 깨닫게 된다. 내가 완벽하게 신뢰했던 관계를 상대는 전혀 다르게 여기고 있었고, 상대의 마음을 잘 다루는 줄 알았던 자신의 실체가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자신이 뭘 잘못한 건지, 뭘 놓친 건지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점차 관계가 어려워졌다. 이 책은 어떻게 관계를 맺고, 마음을 표현하고, 상대를 사랑해야 하는지 오랜 고민의 결과를 담고 있다. 자존감을 지키며 나답게 사는 법, 타인과 조화롭게 지내면서 당당하게 사는 법, 마음을 표현하는 법, 그리고 사랑을 배우는 과정을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풀어내고 있다

 

언젠가부터 '인싸'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타인의 관심을 목말라 하는 현대인의 특성상 누군가가 인싸가 되면 또 누군가는 아싸가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꼭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인기 있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을까. 이 책에 따르면 삶에 필요한 인간관계의 양은 사람마다 다른데, 소속감이나 친밀감에 대한 욕구 역시 사람마다 차이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니 무'조건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가 가진 욕구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관계의 양을 찾아가는 일'이라는 거다. 저자는 어릴 때 어른들에게 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말을 들어 왔지만, 이제는 '가끔은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인간관계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들 만큼 중요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나 자신보다 중요한 관계란 없다. 그러니 우리 모두 인싸가 아니라도 괜찮다. 인싸고 나발이고, 일단 나부터 행복하고 볼 일이다.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지 않았을지라도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힘겨웠던 순간들과 버거웠던 감정들은 이미 온 힘을 다해 삶을 지켜낸 증거다. 그래서 나는 수고했다는 그 평범한 인사가 그렇게도 좋았다. 주저앉지 않기 위해 애써온 당신에게 내가 담을 수 있는 모든 무게를 담아, 한 번쯤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지나온 모든 순간은 그대의 최선이자 성취다. 사느라 너무나도 애썼다. 그리고 잘 버텼다. 정말, 수고했다.    p.90~91

 

저자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당시에, 작업물의 가격을 책정하는 게 워낙 업체마다 제각각이었다고 한다. 정해진 규정이 따로 없다 보니 가끔 최저 시급의 절반에도 못 미칠 금액으로 의뢰가 들어오기도 하고, 무제한 이용권이라 생각하는지 추가 작업을 계속해서 요구 받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라도 해서 돈을 버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가도, 결국에는 거절하곤 했는데 무리한 요구라고 '당당하지만 정중하게' 말했다고.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무리한 요구를 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면, 상대는 다른 사람에게도 당당히 부당한 요구를 하게 된다는 거다. 그건 결국 시장 전체를 망치게 되고, 피해를 다른 사람과 나눠 갖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내가 한 번 참고 넘어가 버려서 모두가 참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때론 부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게 최선의 선의이자, 연대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의 선의가 꼭 전체의 정의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선의는 신중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절로 공감하게 되었다. 나만 참으면 끝나는 일은 없다는 것, 세상의 수많은 '을'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수많은 사람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산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지금처럼 사회적 함의나 개인의 상식이 천차만별인 세상이라면 더욱 그렇고 말이다. 그래서 때로는 '타인에게는 상식이 나에게는 무례일 때도 있고, 나에게는 선의가 타인에게는 오지랍'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걸 꼭 말로 해야 아느냐고'가 아니라 '그걸 꼭 말로 해야 압니다'인 것이고, '왜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지?'라고 묻기 전에 '내가 제대로 표현을 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어떻게 해야 나답게, 편안하게 관계 맺으며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단호하면서도 다정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다. 따뜻한 공감과 시원한 솔루션이 담긴 글과 그림을 통해 ‘나를 지키는 관계 맺는 법'을 배워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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