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세스 에이징 - 노화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뇌과학의 힘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이은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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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떻게 나이 들지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뇌를 구성하는 기관마다 나이 드는 속도는 다르다. 어떤 기관이 쇠하는 와중에 오히려 효율과 효과가 증가하는 기관도 있다. 우리가 대중문화 속에서 접하는 기본적인 메시지, 즉 노년은 순전히 쇠퇴하기만 하는 시기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물론 어떤 기능은 분명히 쇠하지만 우리의 건강과 행복, 재치까지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생산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가장 큰 단일 결정 요인은 우리가 어느 정도 타고나기도 했고 바꾸겠다고 마음먹을 수도 있는 것, 바로 성격이다.    p.35

 

친구 두 명이 100세까지 산다고 했을 때, 두 사람의 수명은 동일하지만 질병 수명은 무척 다르다. A는 50세에 건강이 서서히 쇠하기 시작해서 80세가 됐을 때 하루 24시간 간병인이 필요했다. 반면 B는 70세에 기력이 쇠하기 시작했지만 95세까지는 심각한 건강상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누구나 평온한 나날을 20년 더 보내고, 질병으로 활동에 제약을 받기까지 15년 더 행복하게 사는 인생을 선호할 것이다. 인지과학계의 거장 대니얼 레비틴은 이 책에서 '노화에 접근하는 방식을 크게 바꿈으로써 그 균형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기울이고 건강 수명을 늘리기에 늦은 시기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경과학, 심리학, 뇌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뇌와 노후의 관계에 대한 방대한 연구 결과를 집대성하고 있는 이 책은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은 반드시 감퇴하고, 신체적?정서적?인지적으로 둔화된다는 통념과도 같은 편견들을 가장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반박들로 뒤집고 있어 대단히 흥미롭다.

 

노인들에게 삶을 되돌아보고 가장 행복했던 나이를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언제라고 대답할까. 대부분 아무 걱정 없이 즐거웠던 어린 시절 혹은 사회 생활 경력의 정점이었던 젊은 시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72개국에서 조사한 결과,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가장 많이 꼽히는 연령은 82세였다고 한다. 전혀 예상 밖의 결과라 의외라는 생각부터 드는데, 집단 조사 결과 행복감은 30대 후반에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내다가 54세 이후로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정서적?사회경제적으로 만족감을 유지하는 노인들의 사례를 통해 활기와 명민함을 유지하는 법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는 일이 점점 끔찍하게 느껴지고 있는 이 시기에, 나이를 먹을 수록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이 책은 그러한 노년의 시기를 열 살 이나 스무 살쯤 높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우리는 모두 죽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노년을 어떻게 보내고자 하는 지가 중요하다. 때때로 우리는 심장과 폐, 신장, 간이 계속해서 작동하고 있는 데도 마음이 쇠락하고 오랫동안 삶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인식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노인들을 보게 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이모는 92세이고, 지난 15년 동안 의미 있는 대화를 함께 나눈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모는 살아 있고 기관계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만, 우리가 '삶'과 연관 짓는 기쁨이나 자각을 전혀 경험하고 있지 않다. 지금 이모는 건강 수명이 아니라 질병 수명 구간에 속하는 게 확실하다.     p.349

 

나이가 들면서 뇌에서 도파민이 감소하고 도파민 수용기가 퇴화하면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향이 줄어든다고 한다. '마음'이라는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몸'속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로 인해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동기가 줄어든다는 사실은 정말 슬프다. 게다가 이를 가속화하는 것은 신체와 인지 기능에 한계가 생기고, 기억에 관한 문제도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꼭 알츠하이머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연스레 노화의 현상 중 하나로 기억력이 나빠질 테니 말이다. 나는 아주 나이를 많이 먹어서도 언제나 책을 읽으면서 생활하고 싶다는 바램이 있는데, 그래서 노년에 시력이 나빠져서 더 이상 책을 읽을 수 없다는 사례를 듣고 있으면 벌써부터 마음이 답답해지곤 했다. 아마도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도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건강하고 지혜로운 노년기를 위해 어떻게 뇌를 단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과학적이고,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노화에 따른 기억력 감퇴는 실제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적으며, 감각 체계 쇠퇴를 완화하는 노화의 보상 기전 중 하나로, 경험이 많아질수록 패턴을 알아차리고 향후 결과를 예측하는 기량이 향상된다는 말은 대단히 희망적으로 들렸다.

 

노화를 종말이 아니라 정점으로 여기도록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노화에 대한 편견을 완벽하게 뒤집는 인상적인 의견이었다. 노후가 되면 누구나 겪게 되는 어쩔 수 없는 변화들을 최소화시키고, 80대, 90대에도 새로운 일을 시도하며 사회적 상호작용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그런 노년을 맞이하고 싶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뇌과학적으로 뇌를 어떻게 단련할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노후에 대한 현명한 계획을 한 번 세워봐야 할 것 같다. 노후를 건강하고 지혜롭게 재구성하는 혁명적 방법이 궁금하다면, 건강하고 지혜로운 노년기를 위해 어떻게 정서와 육체의 변화를 다뤄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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