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율표를 읽는 시간 - 신비한 원소 사전
김병민 지음, 장홍제 감수 / 동아시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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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들여다보는 휴대전화 화면을 살펴보지요. 단단하고 투명한 액정은 규소(Si)로 이루어진 사파이어 강화 유리이고, 그 아래에 화면을 구성하는 물질은 탄소를 기반으로 다른 원소와 결합하여 만들어진 전도성 유기화합물입니다. 물질 안에서 전자의 이동으로 다양한 빛이 방출되고, 우리는 천연색의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화면을 터치해 조절할 수 있는 기능에는 인듐(In)과 주석(Sn)이 원료로 사용됩니다. 휴대전화의 진동 기능은 네오디뮴(Nd) 자석이 들어 있는 작은 모터가 진동하기 때문이지요.    p.10~11

 

사람의 몸은 원소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 등 60가지의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생명체는 이 원소들을 중심으로 대사를 하며 생명을 유지한다. 우리가 매일 들여다보는 휴대전화의 화면, 배터리 등 역시 규소, 인듐, 주석, 네요디뮴 등의 원소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플라스틱 등 물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세상은 수많은 물질로 가득 차 있는데, 원자를 기준으로 보면 118개의 원소만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세상을 만드는 재료는 우주가 생겨났을 때 모두 만들어졌고, 이 재료들은 계속 다른 모습으로 변하며 물질을 구성하고 우주 안에서 순환한다.

 

 

이 책은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인 118개의 원소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헬리베붕탄질산플네나마알규인황염아칼칼. 주기율표 1번부터 20번까지 맨 앞 글자만을 떼서 외우는 이 방식은 지난 수십 년 간 변하지 않았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에 주기율표를 외웠던 기억이 나는데,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암기를 하고 있다고 하니 재미있게 느껴진다.

 

저자는 주기율표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줄곧 느껴왔다고 하는데, 이는 주기율표를 처음 접할 때, 제대로 된 방식으로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주기율표를 구성하는 원리의 아름다움과 주기율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있었던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을 보여준다.

 

 

특히나 이 책은 겉모습부터 여타의 다른 책들과는 뚜렷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누드사철 방식으로 제본되어 시원하게 잘 펴지는데다, 글 양쪽으로 여백이 넓어서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며 공부를 하기에 딱 좋다. 구성도 굉장히 독특한데, 표지 앞면을 1부에 해당하는 <주기율표를 읽는 시간>으로, 표지 뒷면은 2부에 해당되는 <신비한 원소 사전>으로 되어 있다. 두 권의 책이 하나로 되어 있는 듯한 느낌으로, 각각의 표지에 맞춰 앞으로 읽고, 뒤로도 읽을 수 있다.

 

 

여기서 주기율표를 굳이 건축물에 빗대어 이야기한 이유는 주기율표에 배치된 원소들의 위치가 결국 원소의 특별한 특징과 성질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성질을 원자 번호별로 전부 외울 수는 없습니다. 주기율표에는 이런 성질이 잘 정돈되어 원소들이 배치되어 있지요. 그래서 원소가 주기율표에 자리 잡은 지리적 위치가 중요한 것입니다. 건축물에 대입하면 주기율표의 구조가 쉽께 떠오르고, 주기율표가 좀 더 친근해지리라 생각합니다.     p.113

 

1부에서는 물질의 비밀과 원소와의 관계에서 시작해, 원자와 원소라고 하는 개념의 발견과 주기율표가 서서히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려준다. 쉽게 설명하고, 천천히 훑어나가는 과정이라 어렵지 않게 주기율표와 화학의 매력에 대해 느낄 수 있다. 2부에서는 118개 각 원소의 개괄적인 특성을 소개하면서, 각 원소에 얽힌 다양한 역사상의 에피소드 혹은 쓰임새를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컬러 이미지와 함께 사전 식으로 정리가 되어 있어 잘 읽히고,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읽기에도 좋다.

 

 

책을 감싸고 있는 두툼한 띠지를 펼치면 주기율표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를 포스터처럼 크게 활용할 수 있고, 그 뒷면에는 시한 교수가 1976년에 발표한 주기율표, 벤파이가 1964년에 발표한 주기율표, 하이드가 1975년에 발표한 주기율표도 만날 수 있다. 주기율표의 모습이 다양하게 존재해왔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직접 색다른 모양으로 만들어진 주기율표들을 만나게 되니 매우 흥미로웠다. 책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빅 사이즈의 대형 주기율표 포스터도 있으니, 띠지에 수록된 것과 함께 주기율표를 두 개나 얻게 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주기율표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점일 것이다. 저자는 '주기율표는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알려주는 주기율표를 읽어내는 새로운 시선은 주기율표를 구성하는 원소들이 실험실이나 교과서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주기율표는 이 복잡한 세상과 우주를 이해할 수 있게끔 우리를 인도해주는 지도이다. 수백 년에 걸쳐 인간이 하나씩 쌓아 올려온 노력의 결정체이기도 한 주기율표의 네모진 칸 하나하나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주기율표의 원리와 거기 내포된 아름다움 자체를 사랑하는 주기율표 ‘덕후’로서 그 애정을 고스란히 이 책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화학이나 주기율표에 대해서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꼈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조금은 그 아름다움에 대해 이해하게 될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세상이 왜 그렇게 작동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복잡한 표에 숨어 있는 화학의 아름다움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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