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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마디가 삶의 철학이 된다 - 세계사에 담긴 스토리텔링
한수운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4월
평점 :
"구두장이여, 신발보다 더 높이는 보지 말게."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화가 아펠레스의 명언으로, 자신의 그림에 갓신 만드는 구두장이가 전문성을 앞세워 그림 속의 갓신이 잘못 그려진 것을 지적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림의 나머지 부분에 관해서까지 지적을 하자 아펠레스가 구두장이에게 한 말이다. 아펠레스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누구나 내키는 대로 비난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런 비난을 스스로 공손하게 경청할 수 있도록 거리에 세워둔 그림 뒤에 숨어서 솔직한 비판을 들으며 연마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p.44
이 책은 세계사의 핵심장면을 역사적 순간의 결정적 한마디로 정리한 '역사인물스토리텔링 교양서'이다. 고대사, 중세사, 근대사, 현대사로 시대를 구분했고, 그 속에서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아리스토텔레스, 클레오파트라, 마키아벨리, 셰익스피어, 갈릴레오, 데카르트, 모차르트, 라이트 형제, 아인슈타인 등 다양한 장르 속 시대를 앞서간 엘리트들이 등장한다.
우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한 가장 유명한 말인 '너 자신을 알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이 말을 하게 된 사연과 당시의 배경을 함께 담고 있어 이야기로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어지는 피타고라스의 수학 이론과 히포크라테스의 의학 명언, 공자의 생애와 어록 등 정치, 철학, 역사, 예술 분야를 넘나들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중세로 넘어가면 갈릴레오와 코페르니쿠스 등 과학 분야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셰익스피어의 문학 세계와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예술 작품들에 이른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
이 말은 오늘날 현실 감각 없는 무능한 정부를 비난하며 많이 쓰이는 문장으로, 마리 앙투아네트가 당시 프랑스 민중들을 향해 내뱉은 망언이라며 혁명세력이 퍼뜨린 말이다. 1780년대 말 대흉작으로 빈곤이 극에 달했을 때 민중들은 빈곤과 굶주림에 허덕였으나 감히 왕을 탓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내일 당장 살아남는 것이 더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혁명세력은 민중을 동요시키기 위한 프레임이 필요했다. 그들은 오스트리아 왕녀 출신인 마리 앙투아네트를 겨냥하여 각종 악의적 거짓 정보를 만들어 민중들의 분노를 자극시켰다. p.328
근대사는 중세에서 근대로의 정신혁명을 주도했던 데카르트로 시작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유명한 한마디는 인간이 생각한다라는 자신의 힘만으로 진리를 탐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 이성의 독립선언이었다. 근대철학의 창조자였던 데카르트에 이어 스피노자의 자유사상을 거쳐 현대사에서는 뉴턴의 만유인력과 에디슨, 라이트 형제의 발명 이야기로 시대를 앞서갔던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해 들려 준다.
저자에 따르면 역사는 '사람의 꿈과 욕망, 사람의 의지와 분투, 사람의 관계와 부딪침, 사람이 만든 문명의 흥망과 충돌과 융합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57장면 속 57명의 역사적 인물들을 통해서 당시의 시대적 호흡과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의 명언과 인물화, 그리고 미술 작품으로 보여지는 생생한 역사적 스토리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역사나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을 연대순으로 배열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 중심으로 한 챕터씩 스토리를 풀어내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유레카!”, “그래도 지구는 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등등 누구나 아는 명언이지만 그 말 속에 담긴 의미나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결정적 한마디가 어떻게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장면을 만들어 냈던 것인지 궁금하다면, 고대에서부터 중세, 근대, 현대를 거치며 완성된 세계사의 진짜 스토리텔링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