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밥상머리 교육의 비밀, 개정판
S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 리더스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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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식사를 자주 하고, 식탁에서 활발한 의견이 오가는 가정의 아이는 책을 읽어주는 부모의 아이보다 훨씬 많은 어휘에 노출되고 있었다. 2년의 연구 기간 동안 연구진은 아이들이 사용하는 2,000여 개의 단어를 빠짐없이 녹음했다. 이 중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나온 단어는 140여 개에 불과했지만, 가족식사 중에 나온 단어는 무려 1,000여 개에 달했다    p.30~31

 

요즘 가족들은 아이와 부모가 한 식탁에 앉기는커녕 하루에 얼굴 한번 마주치기 어려울 만큼 바쁘게 살아간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보다 빨리 집을 나서서 늦은 시간까지 학원 공부를 하다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온다. 하지만 이 책은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고 수학 문제 하나 더 푸는 것보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밥상머리 교육이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은 전통적 가치로만 여겨지던 밥상머리 교육에 대한 재조명을 시도했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SBS스페셜>의 최고 화제작이었다. 이 책은 방송에서 미처 방영되지 못한 세계 각지의 사례, 전문가 인터뷰, 과학적 실험과 더불어, 구체적인 실천법까지 담고 있다. 개정판으로 출간되면서 표지를 리커버하고, 본문의 사진자료와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올컬러판으로 디자인했으니,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

 

정기적인 가족식사 만으로 아이의 지능발달은 물론 엄청난 학습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연구 결과가 이를 입증하며 가족식사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하버드 대학 연구진은 1988년 장기간의 연구를 계획했다. 자료 수집 기간만 무려 2년, 엄청난 양의 자료가 수집되었고 3세 아동이 5세가 되었을 때 어떤 요인이 언어 발달을 가장 효과적으로 돕는지에 대한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그 실험 결과는 사람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았는데, '아이의 언어능력은 부모가 중산층이냐 저소득층이냐에 따라 나뉘지 않았고, 장난감이나 독서 환경으로도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거다. 다른 조건이 같을 때, 아이들의 학습능력의 차이는 가족식사의 횟수와 식탁에서 의견 개진이 활발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갈렸다는 것이다. 보통 식탁에서의 대화가 가족 간의 유대를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학습효과나 언어 발달 측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랬기에, 이 책을 통해 밝혀지는 내용들이 너무도 흥미로웠다.

 

 

밥상머리 교육은 오래갈수록 효과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선순환 효과가 있다. 처음 대화를 찾지 못해 어색한 과정을 넘기기만 하면, 그 뒤로 점점 아이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화젯거리가 풍부해진다. 대화를 통해 공고해진 가족관계는 다시 아이들을 밥상 머리로 불러모은다. 잃어버린 밥상머리를 되찾은 가족들. 되찾은 건 비단 밥상머리만이 아니었다... 밥상머리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을 떠올린다면 바쁘다는 건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 바쁘고 어려울수록 한걸음 멈춰 서서, 우리에게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p.224~225

 

이 책에 따르면, 하버드대학 연구진 연구결과 '아이는 책을 읽을 때보다 10배 넘는 어휘를 식탁에서 배운다'고 하며, 콜롬비아대학 카사(CASA) 연구결과 '가족과의 식사 횟수가 적은 아이는 흡연, 음주 경험률이 높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학습을 따라가기 위해 아이가 꼭 알아야 할 단어가 15,000개에 이른다고 한다. 따라서 어린 시절 오랜 기간에 걸쳐 어휘력을 늘려야 하는데, 아이의 어휘력 향상을 위해 부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독서일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책을 읽어주는 것보다 밥상머리에서의 대화가 어휘력 향상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실제 가족들의 식사 시간을 녹취록에 남겨진 대화로 사례를 들어가며 보여주고 있어 더 흥미로웠는데, 밥상머리 대화가 아이의 지능 발달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명사의 밥상'이라고 해서 유룡 카이스트 교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짐 도널드 전 스타벅스 CEO, 배우 최불암, 교육학자 장병혜 등등 그들이 '밥상머리 교육'을 어떻게 했는지, 그로 인해 자녀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가족 식사 대신 사교육으로 일관하는 한국의 교육 문화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은 밥상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이 책은 세계 각지의 사례, 전문가 인터뷰, 과학적 실험을 통해 밥상머리 교육의 놀라운 효과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밥상머리 교육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구체적 지침을 함께 제시하고 누구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밥상머리의 가족 대화가 왜 특별한지를 이해하게 될 것 같다. 사실 하루 20분 가족식사가 우리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 한번쯤 해볼 필요가 있다고, 부모라면 대부분 생각할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식사 시간이 그야말로 전쟁터였던 한 살 터울 형제를 둔 가족이 직접 체험한 4주간의 잃어버린 밥상머리 되찾기 프로젝트가 수록되어 있다. 밥상머리 대화는커녕 평범하게 밥을 먹는 것조차 꿈같은 일이었던 이들 가족에게 4주간 어떤 변화가 진행되었는지 전 과정이 소개되어 있으니 성장기 아이를 둔 부모라면 특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루 20분 가족식사가 어떻게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지, 밥상머리의 가족 대화가 왜 특별한 것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하버드 대학 교수들이 말하는 가장 좋은 조기교육 방법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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