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 기술 빅뱅이 뒤바꿀 일의 표준과 기회
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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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많은 사람이 두려움에 떨었는데, 왜 지난날 기술 진보가 대량 실업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답은 이렇다. 지난 몇백 년 동안 실제로 일어난 일을 되돌아볼 때, 기술 변화가 일거리에 미친 악영향 즉, 우리 선조들을 불안에 사로잡히게 했던 폐해는 전체 이야기의 절반일 뿐이다. 물론 어떤 업무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밀어냈다. 하지만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자동화되지 않은 다른 업무에서는 인간을 보완했으므로, 그런 일을 맡을 인력의 수요를 늘렸다. 기술과 일의 역사를 통틀어 보면 언제나 서로 다른 두 힘이 작용했다.     p.35

 

오늘날 세계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 전반을 송두리째 바꾸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노동자 가운데 30퍼센트가 언젠가는 자신의 일자리를 로봇과 컴퓨터가 차지하리라고 믿고 있고, 영국 노동자의 30퍼센트도 20년 안에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믿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왜 이런 두려움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인 대니얼 서스킨드는 아버지인 리처드 서스킨드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에서 기술이 화이트칼라 노동자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왔던 지금까지의 세계는 끝났으며, 그저 어떻게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잘 사느냐’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첨단 기술과 인공지능은 인간이 잘 살기 위해 만들어낸 기술이, 언젠가는 인간의 삶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자각과 더불어 멀지 않은 미래에는 정말로 기계가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 순간도 오게 될 거라는 두려움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는 흔히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감소와 빈부 격차 심화'라고 이해한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앞으로 수백 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고 말이다. 전문가의 예측대로 10년이나 20년 후에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면 일자리가 줄어든 시대에서 개인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이 바로 이 책이다. 과학 기술이 노동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 지와 함께 앞으로 다가올 기술적 실업에 정부, 기업, 개인적 차원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일이 줄어든 세상이 오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정확히 말하기는 무척 어렵다. 얼버무리고 넘어가겠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정말로 그 시기를 모르겠다. 그런 세상이 다가오는 속도는 상상도 못하게 많은 개인과 기관이 경제 무대에서 저마다 자기 역할에 따라 차곡차곡 쌓아 가는 행동과 조치에 따라 다를 것이다. 몇 가지만 예로 들자면, 발명가들은 기술을 만들고, 회사는 그 기술을 활용하고, 노동자들은 기술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를 판단하고, 국가는 기술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파악한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확실히 아는 사실이라고는 기계의 성능이 오늘보다 내일 더 향상하여 한때 인간이 수행했던 업무를 더 많이 차지하리라는 것뿐이다.     p.180

 

기계의 능력이 제아무리 엄청나게 향상해도 인간에게 얼마쯤은 남은 업무가 있을 것이다. 자동화할 수 없는 업무, 자동화할 수는 있어도 수익성이 없는 업무, 자동화할 수 있고 수익성도 있지만 사회가 구축한 규제나 문화 장벽 때문에 여전히 인간에게만 허용되는 업무들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존재하는 많은 일자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아직 상상하지 못한 일자리를 포함하여 새로운 일자리가 설립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단,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며, 일이 줄어든 세상은 어마어마하게 부를 가진 집단과 인적 자본도 거의 없는 집단으로 나눌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경제적 풍요를 얻던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다.

 

이 책은 오늘날 일을 하고 임금을 받는 사람들에게 기술 진보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실제로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20세기와 그 이전, 그리고 21세기의 노동의 시대를 살펴보며 일의 미래를 둘러싼 기존의 주장들을 짚어 본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를 바탕으로 21세기에 기술적 실업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그려보고, 일자리가 줄어든 세상 때문에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정부, 기업, 개인적 차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삶의 의미를 얻었던 주요 원천이 사라질 때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할까에 대한 사유가 매우 흥미로웠다. 코앞에 다가온 미래는 일이 곧 능력을 뜻하던 지금까지의 세계관을 비웃으며, 삶의 즐거움과 목적을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우리는 삶의 의미를 일과 직업에서만 찾던 시각을 버리고, 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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