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사랑은 그래프로 표현할 수 있다고!" 콜린이 방어적으로 말했다.
..."일반적으로? 이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거야?"
"맞아. 왜냐하면 남녀관계는 너무 뻔하니까. 안 그래? 난 그걸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 아무나 두 사람을 고르는 거야. 서로 모르는 사이라도 상관없어. 이 공식은 만약 그들이 사귀었을 때 누가 누구를 차게 될지, 그리고 그들의 연애 기간은 대충 얼마나 지속될지, 그런 것들을 알려 줄 거야."     p.65

 

신동으로 유명한 콜린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다. 콜린은 상대의 육체적인 부분이 아닌, 언어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았는데 '캐서린'이라는 이름을 유독 좋아했다. 그래서 지금껏 사귀었던 열아홉 명의 소녀들 이름이 모두 캐서린이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콜린을 차 버렸다. 콜린은 생후 25개월일 때 신문을 읽고, 네 살 때 그리스 철학자 아르키메데스에 대한 책을 읽고, 영재들만 다니는 특수 유치원을 다니기도 했지만 친구 만드는 데는 영 소질이 없었던 것이다. 열한 개 언어를 말하고, 애너그램에 뛰어나고, 잡다한 상식도 풍부했음에도, 그와 별개로 그의 사회학적인 부분은 애초부터 문제가 많았다. 또다시 혼자가 되어 버린 상황에 완전히 절망한 콜린에게, 그의 유일한 친구인 하산이 놀라울 만큼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자동차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들은 ‘사탄의 영구차’라는 별명이 붙은 차에 몸을 싣고 목적지도 없는 여행을 떠난다. 아무 계획 없이 떠난 자동차 여행에서 그들은 수많은 길과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더 이상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 사랑을 수학 공식으로 만들어버리겠다고 결심한 콜린, 과연 그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그래프와 공식으로 완성해낼 수 있을까. 삶이란 도처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견되기 마련이고, 연애란 모두에게 상대적이라 대부분의 통념을 벗어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하지만, 백과사전을 암기할 정도로 똑똑한 이 천재 소년에게는 이 모든 것이 어렵기만 하다.

 

 

"기억되기 위해서 사람들이 뭔가를 한다는 거, 참 재밌지?"
"어쩌면 빨리 잊히기 위해서 그러는 건지도 모르잖아. 언젠가는 거기 누가 묻혀 있는지 아무도 모르게 될 날이 올 테니까. 학교 애들은 정말로 대공이 거기 묻혀 있는 줄 알고 있어. 재밌지 않니? 내가 아는 진실과 모두가 믿고 있는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테이프들이 나중에 꽤 높은 가치를 누릴 거야. 왜냐하면 시간이 삼켰거나 왜곡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으니까."    p.281

 

2014년에 <이름을 말해줘>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던 작품으로, 이번에 새로운 번역화 화사한 표지로 옷을 갈아입고 다시 출간되었다. 'An Abundance of Katherines'이라는 원제의 의미를 더욱 살려 제목도 통통 튀는 어감으로 바뀌었다.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으로 유명한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와 함께 존 그린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연애의 과정에서 차이는 사람을 예측할 수 있는 공식을 만들겠다는 콜린의 엉뚱함이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 사랑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애초에 사랑을 수학 공식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설정부터 기발한데, 실제로 중간중간 수학 공식과 그래프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수학 공식들을 검수해준 진짜 수학자인 친구에게, 콜린의 정리를 설명하는 부록을 써 달라고 해서 작품의 말미에 수록해 놓아 특별한 재미를 안겨 준다.

 

수학적 정보가 난무하는 소설이지만, 가볍고, 귀엽게 읽을 수 있는 청춘 소설이라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나 수학자 친구가 써준 마지막 부록에 수록되어 있는 내용이 매우 재미있었다. 극중 콜린의 '유레카의 순간'을 구성하고 있는 세 가지 요소를 설명하고, X축과 Y축이 등장하는 그래프와 도표, 함수를 통해서 대화를 분석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실제로, 어떤 심리학자와 수학자가 수학을 통해 결혼 생활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책을 발표한 적이 있다고 하지만, 그 책은 매우 전문적이고 불가해한 책이었다고 한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쉽고, 사랑스럽고, 유쾌하다. 기발하고 색다른 청춘 소설을 만나 보고 싶다면, 엉뚱하고 유쾌한 러브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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